전기차 세액공제 기준 완화…단기 수요 증가 전망
장기전략은 ESS 기반…국내외 시장 입지 다지기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단기적으로 숨통을 트게 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조금 축소라는 근본 문제를 피할 수 없어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힘을 싣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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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RE+ 2025' 전시 부스 조감도 전면. [사진=LG에너지솔루션] |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은 당초 오는 30일부터 전기차 세액공제를 '인도 시점' 기준으로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계약금 지불' 기준으로 규정을 완화했다.
이달 30일 이전에 계약금만 납부하면 내년 초 인도되는 차량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전기차 계약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배터리 3사도 내년 초까진 공장 가동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단기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IRA의 기본 방향이 자국 중심 공급망 강화와 보조금 축소이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완화 조치가 시간을 조금 벌어준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제약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배터리 3사가 ESS 같은 신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 인프라 교체, 재생에너지 확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 예상돼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는 8∼1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재생 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참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스톱 ESS 솔루션을 주제로, 북미 시장에 특화된 'JF2 AC/DC LINK 시스템(LFP 기반)'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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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2025'에 참가한 삼성SDI 전시장 조감도. [사진=삼성SDI] |
삼성SDI는 '올 아메리칸, 프루븐 & 레디'를 주제로 전력용 ESS 설루션인 삼성배터리박스(SBB)의 신제품 SBB 1.7과 SBB 2.0을 공개한다.
전기차 라인의 일부를 ESS 생산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부터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공장 라인을 전환해 올해 말 1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용 LFP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SDI는 연내 미국 현지 ESS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온은 조지아주 공장의 전기차용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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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주 블루오벌SK 전경 [사진=SK온] |
국내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해 사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수주하는 것이 국내 업체들의 목표다. 국내 시장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K-배터리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ESS는 장기간 설치·운용되는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44GWh 규모에서 2030년 506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IRA 이후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ESS에서 초기 주도권을 잡는 것이 앞으로 10년간 기업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