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7일 논의키로 했다가 취소… 이유와 향후 일정도 공개 안 해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19차 제재를 논의하려던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언제 논의할 것인지에 대한 일정도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러차례 유럽을 향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압박함에 따라 EU가 그의 요구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6일 27개 회원국에 러시아에 대한 19차 제재 관련 회의를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로이터 통신은 "회의가 연기된 이유와 추후 일정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요구한 데 따른 대응 조치"라고 말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견고한 제재 패키지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19차 제재 패키지에는 러시아 은행과 '그림자 선단' 등에 대한 추가 제재와 제3국의 제재 회피를 막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 7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국제 거래가 상한을 배럴당 60 달러에서 47.6 달러로 낮추고,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할 때 사용했던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18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 등에서 "유럽이 러시아 석유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를 사는 일을 멈추면 나도 큰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U가 먼저 적극 나서야 자신도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제재론'이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EU 국가들이 먼저 중국과 인도에 (러시아 석유 수입과 관련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한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시키기 위해 중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EU 측에선 미국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세는 제재와는 다른 차원의 정책 결정이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법적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반영하는 조치는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EU 외교관은 "트럼프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EU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19차 EU 제재 패키지는 지체 없이 채택돼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모든 강력한 조치는 계속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