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반(反) 네이쥐안 역부족
출혈 경쟁 디플레 초래 경고
무역 마찰 더욱 악화 지적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중국 전기차 시장의 '출혈 경쟁'이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번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혈안이 된 업체들이 과도한 가격 인하를 벌이면서 내부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무역 마찰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생산 과잉으로 인한 극심한 가격 경쟁을 의미하는 이른바 '네이쥐안(內卷, involution)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무분별한 투자 계획을 지적하며 모든 성에 전기차 공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
중국 전기차 메이저 BYD(BYD)의 스텔라 리 부회장은 최근 뮌헨 모터쇼에서 "중국의 가격 덤핑 단속으로 120 곳을 웃도는 완성차 업체 중 약 100개 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자동차 업체들은 반(反) 네이쥐안 캠페인에 호응하며 공급 업체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거나 과도한 할인 판매를 다소 줄였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조짐은 포착되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의 주도 업체를 자처하는 이들은 규모와 기술 경쟁에서 뒤쳐질까 두려워하며 당장 수익성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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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가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된 첫 번째 차량 BYD 돌핀 미니(Dolphin Mini, 중국명 Seagull, 유럽명 Dolphin Surf)를 공식 출고했다. [사진=BYD] |
아시아 크라이슬러 대표를 지낸 상하이 컨설팅 업체 오토모빌리티의 창업자 빌 루소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건 치킨 게임"이라며 "성공하려면 규모가 뒷받침돼야 하고, 규모를 확보하려면 가격 할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수익보다 규모가 중요해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나친 가격 경쟁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운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포화된 내수 시장에서 해외 판매로 눈을 돌리는 과정에 무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전기차 할인율이 6월 말 약 8%에서 8월 6.7%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UBS는 이와 관련해 "손실을 내는 업체들에게 지방 정부와 자본시장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단기간에 업계 전반이 재편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몇 주 혹은 몇 달의 문제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리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 본사를 둔 전기차 업체 니오(NIO)는 상반기 1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달 초 유상증자를 통해 1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연구개발(R&D) 및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신문은 전문가들 사이에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이점을 둘러싼 기대가 큰 만큼 중국 정부가 개별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반 네이쥐안 정책이 해외 브랜드에 반전 기회를 제공하지도 못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점유율이 2020년 60%에서 최근 30%로 꺾였는데,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 내연기관차 대신 가격이 저렴하면서 첨단 기술을 갖춘 국내 전기차로 갈아탄 결과다.
시 주석의 발언 이전까지 당국은 지방 정부에 과도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축소하라는 지침을 포함해 온건책을 취했다.
상황은 6월부터 크게 달라졌다. 자동차 업체들이 60일 이내에 협력사에서 대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한 것. 기존에는 대금 결제를 지연시키거나 대금 지급 속도를 올려주는 조건으로 부품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현금 대신 어음을 발행하는 사례도 많았다.
조기 지급은 완성차 업체의 펀더멘털에 흠집을 냈다. BYD의 2분기 순이익과 매출액이 월가의 전망치에 미달했고, 매출총이익률이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어 중국 정부는 과장 광고 및 허위 광고를 단속하기 위한 3개월 간의 특별 캠페인을 공표했다.
산업 내 경쟁과 규제 강화의 이중 압박 속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움직임이다.
보도에 따르면 1~8월 사이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된 자동차는 430만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가 150만대였다. 2020년 한 해 전기차 수출 규모가 100만대를 밑돌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수출 증가는 BYD가 주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업체의 해외 판매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63만대를 웃돌았다. 경영진은 올해 수출 규모가 94만대를 기록해 앞서 제시했던 목표치 80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수출 증가가 중국 전기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공장 가동율이 2024년 61%에서 2026년 최대 81%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출 급증은 중국이 과잉 생산 문제를 수출로 떠넘기고 있다는 서방의 비판을 일으키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루소는 FT와 인터뷰에서 "반 네이쥐안 캠페인은 파괴적인 가격 전쟁과 무분별한 증설이 핵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중국식 시그널"이라며 "정부가 일시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지만 산업의 방향 자체를 바꾸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