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대만의 주권 문제와 국제적 지위를 놓고 중국과 대만이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양안 역사전쟁'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개입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재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 : AIT)는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기 위해 2차세계 대전 당시의 문서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AIT는 당시의 문서들이 대만의 궁극적인 정치적 지위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중국과 대만은 2차대전의 역사적 의미와 현 시점에서의 함의를 두고 여전히 격돌하고 있다.
중국은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 등 전시 문서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주권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문서는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을 '중국의 통치로 복귀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서에 언급된 당시 '중국' 정부는 장제스가 이끌던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다. 이후 중화민국은 1949년 마오쩌둥이 이끈 공산당과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정부를 옮겼다. 대만의 공식 국명 역시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그대로 계승했다.
대만 정부는 "2차대전과 관련한 어떤 문건에도 당시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중화인민공화국(PRC)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따라서 베이징(중국)은 대만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내세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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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 AIT 역시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중국은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 샌프란시스코 조약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문서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대만을 굴복시키려는 강압적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고 대만을 두둔했다. 이어 "베이징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로 어떤 문서도 대만의 최종적 정치적 지위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은 1951년 일본이 대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이지만, 그 주권의 최종 귀속은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징(중국)은 이에 대해 "우리(중국)가 조약의 체결 당사자가 아니었던 만큼 이 조약은 불법적이고 무효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 모든 공식 관계를 끊었지만 여전히 대만의 중요한 지원국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 동안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만의 주권 문제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하나의 중국 정책' 아래 베이징(중국)의 입장만 인정하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다만 이날 AIT가 내놓은 입장은 다소 결이 다르다. AIT는 "허위의 법적 담론은 중국이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다른 나라의 대만과 (외교)관계 선택을 제한하려는 (중국의) 포괄적 전략의 일부"라고 꼬집었다. 중국식 역사 해석에 문제가 많다는, 나아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의 요청에 즉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반면 대만 외교부의 린지아룽(林佳龍) 장관은 미국(AIT)측에 감사를 표명하면서 "대만과 중국(RPC)은 서로에게 예속된 관계가 아니"라며 "중국(RPC)은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성격 규정, 나아가 전쟁 전후 조약 등에 근거해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이를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 하에서 이러한 대외정책과 양안정책은 한층 매파색을 띠면서 "대만의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준동에 맞서 무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미국은 중국과 경제 무역 안보 분야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 대만의 법적 국제적 지위에 대한 해석을 물밑 협상 카드로 활용한 적이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판매를 확대하며 대만의 방위력 강화를 도왔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이 대만에 판매한 무기는 총 87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미국이 판매한 주요 군사 물자는 첨단 방공 시스템과 드론, 미사일, 각종 레이더, 그리고 F-16 전투기 부품과 통신체계 등이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