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그리스 정부가 출산율 급감에 따른 학생 수 부족으로 새 학기에 전국 초·중·고교 766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국의 학교 1만4857곳 중 5%가 넘는 수치다.
그리스에서는 학생 수가 15명이 되지 않을 경우 학교 운영을 중단한다.
![]() |
지난 2024년 3월 31일(현지시간) 그리스 북동부 오르메니오 지역의 한 폐교 바깥에서 언어 치료사 토도리스 바실리아디스가 인근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워크숍을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피아 자카라키 그리스 교육종교부 장관은 이날 "교실은 산부인과의 상태와 출산율을 반영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교육부에 따르면 그리스의 초등학생 수는 지난 7년 동안 11만1000명 이상 줄었다. 지난 2018년에 비해 19% 감소했다.
특히 이번에 문을 닫는 학교는 외딴 마을이나 도서 지역뿐 아니라 수도 아테네 주변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아테네 하로코피오대 경제인구학과 교수인 알렉산드라 트라가키는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인구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리스에서는 특히 그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말했다.
FT는 "문을 닫는 학교 중에서 3년 안에 학생 수를 회복하는 경우에는 다시 개교가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급격한 인구 감소는 지난 2010년대 발생한 경제 위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스는 2009년 말부터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사태에 몰렸으며 2010년부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2011년 이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지속적으로 앞지르기 시작했다. 2022년 연간 출생아 수는 8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사망자 수가 그 두 배에 가까워졌다.
2001년과 2021년 인구 조사 사이에 20~40세 가임기 여성의 수는 50만 명(31%)이나 줄었다. 그리스 여성들은 이제 평균 32세 이상에 첫 아이를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은 1.35명으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FT는 "경제 위기 동안 더 나은 미래를 찾아 교육받은 그리스인들이 외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잠재적 부모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