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2년째 0% 내외 기록하며 경제 부진
공업기업 순이익 합계는 3년째 감소
정부 부양책에도 디플레 우려는 여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을 홍역으로 앓고 있는 지 오래다. 미국은 2022년부터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경제 전반에 우려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물가 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져 있다. 물가 하락은 경기 활력을 둔화시키고 경제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 역시 고민이 깊다. 더욱이 정부의 부양책에도 디플레이션 상황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주제로 3회에 걸친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1회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2회에서는 수요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3회에서는 고질적인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정책들을 각각 소개한다.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물가 하락은 시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을 때 발생한다. 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마진이 줄어들고, 생존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은 추가적인 가격 하락으로 내몰린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기업들은 도산의 길을 걷게 된다.
반면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마진 폭이 늘어나고,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된다. 과도한 물가 상승은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만 적당한 물가 상승은 경기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지수(CPI)의 경우 2022년부터 디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CPI는 0~1%대의 부진한 상황을 기록하다가 2023년 7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디플레 우려가 깊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CPI는 -0.3%를 기록했다. 이후 중국 CPI는 0% 내외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자 출고가격(PPI)은 더욱 심각하다. PPI는 2022년 10월 -1.3%를 기록하면서 첫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PPI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플러스 전환을 하지 못한 채 마이너스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중국의 PPI는 무려 34개월 동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 하락이 이어지는 만큼 중국의 공업 이익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연 매출 2000만 위안 이상인 공업 기업의 순이익 합계를 매달 발표하고 있다. 2023년의 공업 기업 순이익은 2.3% 감소했고, 지난해 공업 기업의 순이익은 3.3% 감소했다. 올해 6월까지 누적 공업 기업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6월 한 달의 공업 이익은 4.3% 감소했다. 공업 기업 순이익이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4.5% 미만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5.3%를 기록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내외로 설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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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플레이션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하반기 들어 미국의 상호 관세로 인해 외부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수출 수요가 감소하면 수출 기업들은 제품을 내수로 돌릴 것인 만큼, 이는 추가적인 물가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UBS는 수출 선행 효과가 약화하고 관세 압박이 커지면 하반기 수출이 약화, 중국의 하반기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현상의 원인으로 중국 내 학자들은 총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현상이 동시에 빚어지면서 디플레이션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 역시 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국무원 산하 발전 연구센터의 장리췬(張力群)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에 깊은 조정이 진행된 데다가 민간·가계 부문의 소득·기대 약화로 총수요가 회복되지 못해 저물가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PPI의 장기 하락은 공급 과잉 상황을 반영한다"며 "이는 원자재는 물론 제조업의 추가적인 가격 인하 압박, 수익성 저하, 투자 둔화의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진단했다.
루펑(陸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 연구소 연구원은 "신에너지차·태양광 등 신흥 산업에서는 '공급 과잉·수요 약화' 구도가 나타나 기업 간 가격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이것이 PPI가 장기간 하락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내수 확대와 산업 투자 규범화 두 측면에서 힘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