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 수출 넘어 자체 플랫폼…컬리USA 첫발
K푸드 열풍 속 베타서비스서도 인기 확인
무료배송 정책에도 발목 잡는 높은 항공 물류비
관세 면제 폐지·아마존 공세…넘어야 할 난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컬리가 25일 미국 전용 온라인몰 '컬리USA'의 사전 운영을 시작했다. 한류와 K푸드 인기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높은 물류비와 관세 부담, 아마존 등 글로벌 강자들과의 경쟁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내 성장세 둔화 속에 이번 도전은 컬리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IPO를 앞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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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가 25일 미국 전용 온라인몰 '컬리USA'의 사전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은 컬리 USA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
◆ K푸드 수요에 힘입은 도전
컬리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H마트 등 대형 마트에 일부 상품을 수출하며 반응을 확인해왔지만 자체 플랫폼을 직접 운영해 현지 고객을 겨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는 지난 6월 첫 해외 법인인 '컬리 글로벌'을 설립하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컬리USA 사전 운영을 시작했다.
컬리가 첫 해외 진출지로 미국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인 인구가 많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해외 직진출 지역으로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인 포함 인구가 많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수출 상품이 이미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자체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컬리의 강점인 큐레이션과 상품력은 현지에서도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식 오픈에 앞서 진행된 베타서비스 성과도 기대감을 키웠다. 컬리는 미국 거주자 100명을 앰배서더로 선정해 시범 주문 기회를 제공했는데 모집 과정에서 20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문에서는 노티드 도너츠, 애플하우스 떡볶이, 광화문 미진 국수 등 한국 컬리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이 현지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K푸드 글로벌 확산 기류를 타고 미국 시장을 선택했다고 본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식품 소비로 확장되면서 수많은 식품 기업들도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는 가운데 컬리 또한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컬리는 사전 운영 이후 컬리 USA 서비스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하면 연내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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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정식 오픈에 앞서 베타서비스를 진행했다. 사진은 컬리 USA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
◆ 관세·물류비·경쟁이라는 시험대
다만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길은 순탄치 않다. 컬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냉동·냉장식품 89달러 이상, 상온 상품 49달러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정책을 적용했지만 실제로는 항공기를 통한 직배송을 활용하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이 크다. 배송 대행사로는 세계 최대 국제 특송업체 중 하나인 DHL(독일계 글로벌 물류기업)을 이용한다. DHL은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망을 갖췄지만 비용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배송의 신속성과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높은 운임 탓에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하는 소액 소포 관세 면제 폐지도 리스크다. 그동안은 800달러 이하 수입품은 관세 없이 통관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원산지별 관세율에 따른 종가세나 품목별 정액세가 부과될 수 있다. 컬리로서는 예상보다 높은 세금과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현지 경쟁도 만만치 않다. 아마존은 올해 연말까지 신선식품 당일 배송 가능 지역을 230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 또한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유통망을 장악한 글로벌 기업이 포진한 상황에서 컬리가 '큐레이션'과 '상품력'이라는 무기로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이번 진출은 단순한 해외 확장을 넘어 IPO 동력 확보라는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컬리 매출은 2조19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595억 원에 머물렀다. 한때 컬리는 고속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최근 들어 둔화가 뚜렷해진데다 쿠팡, 네이버 등의 경쟁사에도 밀린 상황이다. IPO를 앞둔 컬리로서는 해외 진출 성과를 통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컬리는 그간 세 차례 IPO를 추진했지만 기업가치 산정과 시장 상황 악화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푸드 열풍 수혜는 보겠지만 물류·관세·경쟁이라는 삼중고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국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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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아 주식회사 마켓 컬리 대표가 2019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에서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