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지자체

속보

더보기

[로컬이 기회다] '지역·환경·사람' 갖춰진 군산...청년이 세운 로컬의 미래

기사입력 : 2025년08월17일 14:55

최종수정 : 2025년10월03일 11:34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산업·쇠락 도시에서 로컬 혁신의 무대로 재조명
제조·서비스 결합...술과 목욕·도자기 전통 재발견
청년이 이끄는 도시 변화..."개방성이 경쟁력 만든다"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전북 군산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전북 군산은 오랫동안 '쇠퇴 지역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수탈의 거점 항구였고 해방 이후에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도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글로벌 산업 재편과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대기업이 잇따라 철수했고,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인구는 줄고 골목은 텅 비었으며 한때 '문화·산업도시'의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항구 도시는 침체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웠다.

하지만 군산은 무너진 문화·산업 유산만 남겨둔 채 주저앉지는 않았다. 쇠락한 항만, 근대·일본식 건축물, 폐허로 남은 공장은 문화 공간과 창업 거점으로 탈바꿈하며 청년 창업가들의 무대가 됐다. 낡았던 도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실험이 차곡차곡 쌓이며, 군산은 이제 '쇠퇴의 도시'에서 '로컬 혁신의 실험장'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동백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군산내항 전경.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지역·환경·사람'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나온다. 지역이 가진 역사와 장소성, 자연환경이 주는 독특한 정체성 그리고 이를 다시 해석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맞물리면서 군산의 미래를 열고 있다. 특히 청년 창업가와 문화 기획자들이 주축이 되어 '군산만의 색깔'을 되찾고 확장하는 흐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핌>은 지난 8월초 로컬 전문가인 성신여대 채지민 교수와 2025년 로컬브랜드 창출팀(전남 나주시)으로 선정된 ㈜컬쳐네트워크 윤현석 대표와 함께 전북 군산 현장을 찾았다. 쇠퇴와 변화의 경계선에 선 이 도시가 어떻게 '로컬 생태계'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가고 있는 지 흑화양조와 모락, 카페 룩투, 청년뜰 등 현장을 탐방하며 로컬상생의 길을 물었다.

◆ 술과 목욕이 만드는 '군산 로컬'의 맥락...흑화양조·모락

군산의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쪽에는 은은한 막걸리 향이, 다른 쪽에는 따뜻한 물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맞아준다. 술과 목욕, 얼핏 어울리지 않는 두 콘텐츠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바로 조권능 대표가 운영하는 흑화양조와 모락이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조권능 흑화양조 대표가 대표 상품인 '군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조 대표는 군산 토박이다. 청년 시절 잠시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역을 바꾸지 못하면서 다른 도시를 바꾸려는 건 모순"이라며 군산에 대한 애증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 애증은 '지역 생산기지'라는 철학으로 응축됐다. 로컬은 단순히 색깔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생산의 현장이라는 게 그의 정의다.

흑화양조는 그 철학의 시작점이었다.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군산이라는 도시의 이야기를 담았다. 양조장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잇는 거점이자 협업의 장이 됐다. 조 대표는 말랭이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양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파전과 홍어무침을 곁들인 판매로 시너지를 냈다. 이 '주민 참여형 관광 콘텐츠'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자부심을 선물했다.

이후 그는 '술을 마시는 경험'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모락이다. 전통 대중목욕탕의 틀을 벗고 코로나 이후 비대면·프라이빗 트렌드에 맞춘 목욕 공간이다. 술 테마를 입힌 모락은 '모루수'를 활용해 탕 안에서 힐링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여행객들은 군산을 걷다 지친 발걸음을 이곳에 들여, 온천 같은 물에 몸을 담그고 흑화양조의 술을 곁들인다.

조 대표는 이를 '술이 있는 마을'이라는 큰 그림 속 한 조각이라고 말한다. "지역에 다양한 경험과 공간이 생기면 그 맥락 속에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그의 비전은 단순히 흑화양조와 모락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해 지역이 외부 대기업 의존 없이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로컬은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다. 술과 목욕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군산에서 이미 그 가능성이 증명되고 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프라이빗 목욕탕 모락 입구에는 '시간이 잠시 멈춘 술과 물의 공간'이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 군산의 로컬 생태계...그 가능성과 한계

군산은 근대 유산과 바닷길, 그리고 독특한 골목 문화를 품고 있지만,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라는 시련을 겪어왔다.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인구 유출이 이어졌고 새만금 개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도 지역의 산업 기반을 단단히 지켜주진 못했다.

조권능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외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가진 필연적 한계"로 본다. 인건비와 산업 트렌드에 따라 기업은 떠나지만, 지역은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향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자생 모델을 강조한다. 외부 자본이 아닌, 지역 주민과 청년이 직접 만들어내고 가공하며 시장을 키우는 방식이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조권능 대표가 운영하는 흑화양조장 전경.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단순 판매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제조 과정 자체를 콘텐츠화해 관광·체험과 연결시키면, 수익이 지역 안에 머무르고 재투자된다. 흑화양조와 모락이 바로 그 실험의 사례다. 제조(양조)와 서비스(목욕·체험)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조 대표는 "로컬 생태계는 소비 속도가 빠르고, 구조 자체가 소모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제조 기반이 약하면 콘텐츠는 금세 소멸하거나 모방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품질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 전략과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이 지역에 남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는 청년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로컬은 기획의 장이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로컬은 오히려 이상을 실현할 여지가 많다. 여기를 기회의 땅으로 생각해도 좋다."

군산의 로컬 생태계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흑화양조와 모락에서 시작된 실험이 지역 제조와 서비스 융합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는다면, 이 도시는 '떠나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 도자기 굽는 손...군산 로컬 문화를 빚다

군산 구도심에 자리한 카페 '룩투(LOOKTOO)'는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청년 창업과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예가 출신 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도자기와 커피, 체험과 일상을 결합해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룩투'에서는 커피, 빵은 물론 직접 구운 도자기와 피자까지 경험할 수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박 대표가 군산에 터를 잡은 건 대학 시절 도예 전공 때문이다. 처음엔 학업을 위해 머물렀지만 "군산은 시골도 도시도 아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며 정착을 결심했다. 문화생활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도시가 외부인의 눈에는 오히려 빈티지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 경험이 창업의 동기가 됐다.

'도자기 한 점이 나오기까지는 17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 박 대표는 그 과정을 알리고 싶어 카페를 시작했다. 룩투에서는 직접 만든 도자기를 전시·판매하는 것은 물론, 도자기 굽기와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함께 제공한다. 그는 이를 "아침에는 피자를 굽고 밤에는 도자기를 굽는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체험을 통해 지역 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룩투'의 이름에는 스누피 만화 속 대사인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하다'라는 철학이 담겼다. 박 대표는 "저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군산과 타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의 매개체로 공간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원래부터 있던 단어가 아니기에 바뀔 수도 있다"면서도, "예전 마을 이장이 마을을 챙겼다면, 지금은 지역을 사랑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리더가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구도심 아이들을 위한 미술대회, 청년 예술인의 전시 기회를 마련해주는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로컬 리더' 역할을 실천해왔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박 대표는 짧게 답했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다. 주변 청년들을 보면 토박이일수록 이곳의 매력을 잊고 서울로만 향하는데, 정작 군산의 가능성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실천으로 옮길 때 진짜 기회가 열린다."

◆ 청년이 만들어가는 도시, 군산...데이터와 현장에서 답을 찾다

지난 2018년 군산에 전국 최초로 청년+창업 복합센터인 '군산 청년뜰'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청년과 창업 지원 기능을 한 공간에 담으며 두 축을 전문화해 따로 운영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원팀으로 움직인다. 군산시 청년뜰 김진아 팀장은 이곳을 '지역 자원과 정책을 잇는 중간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청년뜰 김진아 청년지원사업부 팀장이 청년뜰 마스코트 뜨리, 고미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군산 청년뜰이 3년 연속 '지역특화 청년사업'에 선정된 배경에는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있다. 특히 센터는 매년 1000명 규모의 군산 청년 실태조사를 직접 진행한다. 주거·창업·교육·문화여가 등 전 분야의 욕구를 조사하고, 통계청·지자체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다.

그 결과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보다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 김 팀장은 "급여에 치중하기 보단 지역에서 여유를 느끼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청년이 많아, 이 수요를 기반으로 사업을 기획했고, 그게 차별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청년뜰은 지역 자원을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데 힘쓴다. 도소매·관광·식음료 분야 창업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팝업부스 운영, 백화점 협업, 박람회 참가 등 판로 개척 지원도 빼놓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군산 창업 생태계가 외부 청년 유입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군산 출신이 아닌데 여행을 왔다가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과 매력적인 상점에 반해 이주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토박이 인턴이 군산을 선택해 정착한 경우도 있었다.

정착 과정에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다. 청년뜰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주거 지원, 창업 기획자 발굴 등을 통해 관계망을 넓히고 있다.

군산뜰이 그리는 지역의 미래는 '청년이 원하는 도시'보다 '청년이 만들어가는 도시'다. 군산의 청년 인구는 줄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공은 지원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플랫폼으로, 청년은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의 동력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 '레트로 감성' 살린 영화타운...시간의 흔적 위에 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

군산 중심가 한켠에 자리한 영화타운 거리는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는 번화가였다. 1970~80년대, 이곳에는 군산 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사람들도 발길을 모았다. 최신 상영관과 화려한 간판,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식당과 주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객과 연인들이 북적였고, 상영관 앞 포스터 속 배우들은 당대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리의 표정을 바꿔놓았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도심 외곽에 들어서고, 상권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영화타운의 불빛은 하나둘 꺼졌다. 간판의 페인트는 벗겨졌고, 극장이 있던 자리엔 오래된 셔터만 내려져 있었다. 수십 년간 문화의 중심이었던 거리는 어느새 발길 뜸한 골목으로 변해갔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영화타운 2번 출입구 앞에서 채지민(왼쪽부터) 교수, 윤현석 대표, 조권능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하지만 최근 영화타운은 새로운 숨결을 맞이하고 있다. 낡은 건물 외벽에는 색이 입혀지고, 비어 있던 공간들은 카페·공방·갤러리 등으로 채워졌다. 이곳은 단순한 상권 재생이 아닌 '기억을 기반으로 한 로컬 리뉴얼'이라는 새로운 풍경으로 연출되고 있다.

이 거리를 안내한 조권능 대표는 "여기 오래 사신 분들도 그렇고, 새로 들어온 상인들도 다들 거리의 역사에 애정을 갖고 있다, 단순히 상업 공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영화타운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외형만의 복원이 아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거리 공연, 독립영화 상영 등은 군산 청년들과 외부 창작자들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주말이면 젊은 층이 찾아와 오래된 간판과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인근 로컬 숍을 탐방한다. 낡은 거리의 시간은 이제 '레트로 감성'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 "군산은 텃세가 없는 도시예요"...청년들이 머무는 이유

군산 현장은 단순히 '청년 창업 지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역 자원과 문화,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청년 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권능 대표는 군산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을 꼽았다. 로컬크리에이터의 거점이 된 주요 이유로 외지인에 대한 큰 관심도, 배척도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개방성이 군산에 젊은 창작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산 곳곳에서는 외부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로컬 숍과 창작 공간을 열고, 지역 자원과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군산 토박이와 외지 청년이 함께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문화는 이 도시의 재생 속도가 빠른 배경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사람이 바뀌면 거리도 변한다. 영화타운이 다시 살아나는 건 건물만 고쳐서가 아니라, 여기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군산만의 독창적인 세신공간 '모락'에서 윤현석(왼쪽부터) 대표, 채지민 교수, 조권능 대표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는 군산 로컬 생태계에 대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청년 창작자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구조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흑화양조, 카페 룩투, 청년뜰, 영화타운 등 공간은 단절된 개별사업이 아닌 느슨하게 연결되며, 잠재적으로 장기적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요소들"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청년에게 군산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주거, 창업, 문화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전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컬쳐네트워크 윤현석 대표는 "군산이라는 도시는 '텃세 없는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외지 청년들도 쉽게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흑화양조와 모락이라는 공간이 지역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이유는 도시, 청년, 기관 유기적 연결 덕분"이라며 이러한 생태계 방식이 타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의 텃세 없는 분위기,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창업 기회, 그리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청년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군산. 영화타운의 옛 간판처럼 빛바랜 흔적도 남아 있지만 그 위에 새로 덧칠되는 청년들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군산은 여전히 인구 유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흑화양조, 카페 룩투, 청년뜰, 영화타운에 이르기까지 청년이 만든 작은 불씨들이 도시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군산은 더 이상 쇠퇴의 도시가 아닌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도시의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jongwon3454@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추경호 체포동의안 본회의 통과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추경호)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다. 투표 결과 재석 180인 가운데 찬성 172표, 반대 4표, 기권 2표, 무 2표로 가결됐다. 불체포특권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조건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치고 나서며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25.11.27 pangbin@newspim.com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들은 로텐더홀에서 정부여당 및 특검 규탄대회를 벌였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규탄대회에서 "우리가 추경호"라며 "반드시 싸워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와 당사 등으로 여러 차례 바꿔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조은석 특검팀)은 지난 3일 추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틀 뒤인 5일 국회에 체포동의요청서를 제출했으며, 1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가 동의함에 따라 법원은 조만간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한다. 결과에 따라 추 의원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추 의원은 투표 전 신상발언 기회를 얻어 특검 수사는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특검은 제가 언제 누구와 계엄에 공모, 가담했는지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영장을 창작했다"며 "특검은 계엄 공모를 입증하지도, 표결을 방해받았다는 의원을 특정하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right@newspim.com 2025-11-27 15:41
사진
영국계 단타, 11월에만 5조 팔았다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연중 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11월 들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주체는 영국계 자금으로 나타났다. 9~10월 단기 매수세로 코스피를 40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영국계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약 5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수급 전환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영국계 자금은 상반기까지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지수 급등을 견인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단기간에 코스피를 다시 4000선 아래로 밀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 이탈보다는 업종 재배치·수익 실현·헤지 전략 등 다층적 조정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영국계, 활발한 거래에도 낮은 보유 비중…'단타 성향' 뚜렷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4조99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금액은 13조5328억원으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에 달한다. 이는 지난 10월 영국계가 2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4조2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영국계 자금은 올해 외국인 매매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투자자는 총 557조원 규모(매수 273조9270억원, 매도 283조730억원)를 거래하며 외국인 전체 거래액의 44.7%를 차지했다. 국적별 기준으로는 거래 비중 1위였지만, 보유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무는 등 높은 회전율이 특징적이다. 이는 중·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유동적 자금 특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계 자금은 9월 2조2000억원, 10월 2조4000억원 등 두 달간 총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코스피는 9월 말 3424포인트에서 10월 말 4107포인트까지 약 20% 급등했다. 이후 이달 3일에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4221.87포인트를 기록했다. 당시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수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고, 거래 비중에서도 영국계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한 달 새 300포인트 넘게 밀리며, 전날(26일) 기준 3960.87로 마감했다. ◆ 수익 실현 흐름 속 업종·자산군 재배치 뚜렷…"ETF 투자도 변화 감지" 코스피 4000선을 끌어올렸던 외국인 수급이 11월 들어 주춤하면서, 이번 수급 전환의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과 업종 간 포트폴리오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은 특정 업종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해외 자산이나 새로운 산업군으로 비중을 재조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레버리지'(93억8000만원)였고,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64억2000만원), 'TIGER 차이나항셍테크'(64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55억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절반이 중국 테크 및 미국 증시 관련 상품으로 구성돼 외국인 자금의 관심이 해외 주요 지수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같은 기간, 'TIGER 2차전지TOP10'(-79억원), 'TIGER200선물레버리지'(-68억원), 'KODEX AI반도체'(-56억9000만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올랐으며,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국내 ETF였다. 개별 종목에서도 자금 재배치 흐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달 1~25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NAVER, 한화오션 등이 포함됐다. 반면 셀트리온, 이수페타시스, LG 씨엔에스, SK바이오팜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통 반도체주에서 인프라, 바이오, AI 관련 종목으로 수급이 분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물 매도를 통해 일부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선물·옵션을 활용한 헤지 전략이나 국채 등 대체 자산으로의 분산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재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외국인 유입에 기반한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4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만들어낸 구조적 상승이었다"며 "현재 조정은 큰 흐름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 상승을 위한 숨 고르기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nylee54@newspim.com 2025-11-27 08:2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