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36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고 남승룡의 선수 약력에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명시했다. 한국 이름을 병기하고, 당시 식민지 현실을 설명하는 문구를 추가했다.
IOC 공식 홈페이지는 남승룡의 프로필에 여전히 일본식 표기인 'NAN Shoryu'를 올려놓았지만, 설명에 'Nam Sung-Yong'이란 한국 이름을 병기했다. 약력엔 "당시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이름으로 기록됐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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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고 남승룡 선생. [사진= 대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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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25.08.14 zangpabo@newspim.com |
기존에는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에게만 이러한 역사적 설명이 있었다. 남승룡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약력에는 관련 문구가 빠져 있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남승룡 선생의 역사적 배경 설명은 지난해 11월까진 없었는데, 올해 3월경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남승룡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1932년 조선신궁경기대회 1위, 1933년 일본 육상선수권대회 2위 등 일제 치하에서도 한국인 선수의 저력을 과시했다. 해방 후에는 1947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서윤복의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뛰었다. 2023년에는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IOC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해당 사안을 논의했으나 "기록은 당시 조직위원회 자료를 따른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한국식 표기 변경 요구를 거부해왔다. 대신 최근 들어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 이름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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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챔피언 손기정. [사진= 대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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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25.08.14 zangpabo@newspim.com |
이번 변경은 남승룡뿐만 아니라 1932 LA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던 김은배·권태하, 1936 베를린 올림픽 농구 대표 이성구·장이진, 복싱 이규환 그리고 같은 해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김정연·이성덕 등의 프로필에도 적용됐다.
대한체육회와 정치권은 그동안 IOC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왔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올림픽 정신에 걸맞은 역사적 바로잡기"를 강조했다. 늦었지만 IOC의 이번 조치는 그 노력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