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50억→10억 하향 파장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아라'
증권 시장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격언이다. 금융시장이 정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책을 거슬러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대출 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줬고, 돌이켜보면 그 시점이 이른바 '바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폭락한 증시가 바닥을 확인한 시점도 주요 인사들의 언급 이후의 일이었다.
부동산·증권 등 자산 시장에서 이 같은 시그널(신호)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매우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취임 전부터 코스피 5000시대를 공헌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시그널이 그랬다. 합리적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 거들면서 주가가 급등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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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범주 차장 |
하지만 이 정부의 첫 번째 세법 개정안은 시장이 원했던 시그널과는 정반대에 있다.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결정은 시장에 불신의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번 주식 과세 강화는 부동산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단행됐다. 10억원대 아파트가 평범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주식 10억원어치를 보유한다는 이유로 대주주로 간주돼 세금을 내야 한다면 형평성 측면에서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자산 시장에 부동산을 중요시한다는 정부 시그널을 준 사례로도 평가된다.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분산하겠다는 현 정부 방향과도 맞지 않다. 국내 증권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에 있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도 모순된다.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은 두 번째로 선정됐지만, 연말이면 일정 금액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은 물량을 팔아치우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 뻔하다.
해외 투자은행도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고 평가했고, JP모건은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려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정부는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멀리하라'는 시그널을 준 것과 다름없다.
높은 배당금에 많이 부과되는 배당소득 과세 기준도 부동산과 비교하면 불리한 구조다. 배당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면 38.5%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수십억 자산가의 경우 오히려 월세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게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점 전략 과제로 내세운 주요 목표마저 흔들릴 만큼 '디테일을 갖춘' 구조라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5년을 책임질 중점 전략과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하자마자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