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부도 위기 넘겼지만 정상화 '첩첩산중'
업계 자율 구조조정 한계...취득세·법인세·독과점 예외 적용 대책 필요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내 에틸렌 생산 3위 업체 여천NCC가 일단 부도 위기는 넘겼지만,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업체들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경기 변동에 따른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데, 현재의 석유화학 불황은 전과는 다른 구조적 불황이란 점에서 위기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더해 사우디 등 중동의 업체들도 대규모 나프타분해설비(NCC) 건설을 통해 석유화학 기초제품 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 여천NCC 부도 위기 넘겼지만 정상화 '첩첩 산중'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그룹의 3000억원대 자금 지원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정상화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당장 공동 대주주간 갈등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 부담이다.
DL은 "한화 측 주장처럼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고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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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제 1사업 전경 [사진=여천NCC] |
또 여천NCC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으로 원료 공급 협상을 제안했지만, 한화 측이 여천NCC에 손해를 입히는 계약안을 고집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한화측은 DL그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한화는 "25년 동안 여천NCC를 통해 2조 2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불러일으킨 DL이 수많은 언론의 비난에 직면하자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는 "대림에서는 한화 측이 일방적으로 지난 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에틸렌을 한화 계열사들에 공급해 여천NCC 의 손해를 누적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가격은 대림이 거래하는 가격과 같고, 또한 2025년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화가 원부원료 계약을 시장가격 수준으로 책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법인세법 및 공정거래법에서 정하는 시가로서 거래하여 법위반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 업계 자율 구조조정 한계...취득세·법인세·독과점 예외 적용 대책 필요
여천NCC뿐 아니라 여수산단에 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일부 공장을 가동중단 한 상태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부터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에 쓰이는 원료인 스티렌모노머를 생산하는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2공장 내 5개 생산 라인 중 3개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와 함께 또 다른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인 충남 대산 공단에서는 현재 롯데케미칼과HD현대오일뱅크가 나프타분해설비(NCC)통합 논의를 진행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운영 효율화,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유인하기 위해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고 했지만, 계엄령과 함께 정권이 교체되며 후속 대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 지원책에 우선순위가 밀린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우선 업계 자율에 맡긴다고 해놨지만 1년 넘게 업체간 눈치보기로 인해 통폐합 협상에 진척이 없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취득세와 양도차익에 따른 법인세 유예 또는 면제, 저금리의 정책자금 제공, 통폐합에 따른 독과점 문제 예외 적용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