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 영암군 주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징발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1938년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판결문 발굴로 확인됐다.
영암군은 일제강점기 관련 판결문 2건을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판결문은 1937년 중일전쟁 이후인 1938년 영암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록했다.
판결문 원본과 번역본을 통해 당시 주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된 소문을 주고받았다는 혐의로 처벌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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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심 판결문. [사진=영암군] 2025.08.11 ej7648@newspim.com |
첫 사건은 도포면 수산리에서 발생했다. 영막동이 덕진면 장선리 송명심의 집에서 "황군 위문을 위해 12세 이상 40세 이하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낸다"는 내용을 전했다. 며칠 뒤 송명심은 마을 구장이 부녀자 수를 조사하러 왔고 명단에 당시 15세인 자신의 딸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송명심은 이를 문제삼아 조사 책임자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 발언은 유언비어 유포로 간주되어 영막동과 송명심은 육군형법 위반으로 각각 금고 4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번째 사건은 도포면 성산리에서 전파된 소문과 관련됐다. 한만옥이 나주 방면에서 처녀들을 중국에 있는 황군 위문을 위해 모집 중이라는 말을 듣고 이운선에게 전했다. 이운선은 다른 사람의 집에서 "딸을 둔 사람은 빨리 시집보내라 당국에서 황군 위문 처녀를 모집 중이며 나주 방면에서는 이미 3~4명의 처녀가 중국으로 보내졌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 역시 유언비어 유포로 처벌되어 이운선은 금고 6월 집행유예 3년 한만옥은 금고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영암군은 이번 발굴 자료가 일제가 위안부 동원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소문을 퍼뜨린 주민들을 형사처벌한 사례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암군은 이 기록을 통해 당시 민중이 느낀 불안과 공포 일제의 탄압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암군은 발굴된 4명의 이름을 정부에 통보해 전국적 사례 추가 파악과 국가 차원의 적극적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련 인물들의 후손을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송명심의 유족에게 사실을 알렸고 우승희 군수가 직접 유족을 찾아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료 발굴에는 순국선열 및 독립운동가 선양사업회 박광섭 회장의 노력이 컸다고 영암군은 전했다. 우승희 군수는 일제가 위안부 동원에 대한 장애요소를 없애기 위해 유언비어를 핑계로 형사처벌을 한 점에서 당시 억압과 통제의 시대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기록물이라고 평가했다.
영암군은 전문가 검증을 거쳐 해당 사료를 학계와 공유하고 향후 역사 전시와 교육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ej764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