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네 차례 안전사고에 신뢰도 급락
면허 취소까지 언급한 정부…주택 공급 차질 우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에 오른 포스코이앤씨가 잇단 안전사고에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면허 취소' 카드까지 꺼내며 이미 수주한 현장의 공사도 중단될 길목에 서게 됐다. 사고 철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과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기조에 반하는 조치라는 주장이 대립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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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상반기 사고 일지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포스코 괜찮을까" 걱정하는 조합들… 이미지 타격 '어쩌나'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수주한 정비사업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일부 조합에선 시공사 교체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포스코이앤씨는 5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리며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5조 클럽'에 진입한 시공사 중 하나였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재건축(1조2972억원)을 시작으로 서울 동작구 이수극동·우성 리모델링(1조9796억원), 서초 방배15구역 재개발(7553억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며 상반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가 리스크로 떠오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는 올해 네 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 ▲7월 함양~창녕 고속도로 건설공사 천공기 사고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즉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틀 후 이 대통령은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보라는 초유의 지시를 내리면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이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정비사업지 조합원의 질문이 쏟아졌다. 방배15구역 조합원이라는 A씨는 "안전 사고 문제로 정부 차원에서 공사에 제동을 건 것인데 이대로 아파트를 지어도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주공 재건축 조합원 B씨는 "시공사 선정이 한 차례 엎어지고 두 번째로 선정한 곳이 포스코이앤씨인데 이런 사태가 발생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아직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현장에선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거나 재공모에 나서는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된다. 다만 아직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원분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시공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특성상 시공사 브랜드 이미지가 추가 수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21년 광주 건설 현장에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부 사업지에서 시공계약 해지 요구를 받았다. 2023년 인천 공공주택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홍역을 치른 GS건설 또한 부실시공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공정관리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인한 평판 위험과 수주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수주경쟁력의 핵심인 브랜드 신인도와 시공역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고, 신규 수주활동 차질과 수주물량 감소가 현실화하면 본원적 사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대형 사업 '올스톱'… 향후 조치에 관심 커져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전국 103개 공사 현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무기한 공사를 멈출 계획이다. 여기에는 사업비 1조원 규모의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 등 대형 주택건설 현장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여기에 대통령이 주문한 건설면허 취소나 영업정지 처분 등이 이어질 경우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 같은 대형 건설사 현장 공사가 장기적으로 멈춘다면 전국 주택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중단된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데다 미래 수주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포스코이앤씨는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 매출은 9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도심 유휴부지 활용과 노후 공공시설 복합개발, 3기 신도시 속도 제고를 통한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 사태로 건설업 전반에 공포심이 조성된 탓에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몸 사리기'를 선택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원가율이 100%에 육박해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고로 인한 정부 차원의 제재가 확대되면 국내 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벌어들인 연간 매출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회에 등장하며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시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 등 사업자는 최대 1년 영업정지에 처해지거나 연매출의 최대 3%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개별 공사의 도급액이 아닌 전체 기업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유동성 부족으로 휘청이는 다수 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3% 내외인 상황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3%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사 참여 전반에 형사책임이 부과되는 구조의 경우 실무 현장에서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로 확산되면 오히려 안전관리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