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투자 조정 움직임…AI 서버 출하량↓
서버 전반은 여전히 고성장…HBM4 경쟁 격화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올해 인공지능(AI) 서버 출하량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반도체 업계가 수요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서버 시장 전반의 성장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일시적 조정을 넘겨 중장기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 AI 서버 성장률 '하향 조정'…중국 규제가 변수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등의 여파로, 올해 AI 서버 출하량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AI 서버 출하량 증가율을 기존 28%에서 24.3%로 낮췄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투자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세계 최대 AI 수요국인 중국 내 신규 서버 구축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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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의 모습. [사진=AI제공] |
일각에선 하반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화 시나리오까지 반영하면 성장률이 10%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서버용 칩의 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대만 TSMC의 생산능력 한계도 변수로 지적된다.
트렌드포스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및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이 관세 정책의 변동성에 따라 하반기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서버 수요는 '여전'…HBM 품귀현상 지속
그러나 전체 서버 시장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서버 시장 규모는 95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4.1% 증가하며 역대 최고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실시간 응답 처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버 투자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대표적으로 챗GPT는 지난 6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가 8억명을 돌파해, 고성능 서버 인프라에 대한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제품은 HBM이다.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은 병렬 연산을 위한 필수 부품으로, AI 서버 1대에 수십 개가 사용된다. 그러나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1년 넘게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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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6GB HBM3E 12H D램.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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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MD에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브로드컴에도 납품을 앞두고 있어,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추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양사는 모두 연내 차세대 HBM4 양산을 추진 중이며, 향후 수요 확대에 대비한 선점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2단 적층 기반 HBM4 개발과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엔비디아의 수요 일정에 맞춰 적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를 주요 전략 제품으로 삼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규제로 구매가 지연된 부분은 있지만 실제 수요는 줄지 않았다"며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 오히려 수요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