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오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창작산실 협력전시 '드리프팅 스테이션-찬미와 애도에 관한 행성간 다종 오페라'를 개최한다.
26일 아르코 미술관에서는 '드리프팅 스테이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주현 큐레이터와 임근혜 아르코 미술관 관장, 전시 참여 작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임근혜 관장은 "저희 미술관이 작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과 연계된 전시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부서 간, 외부 기관과 협업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는데 예술위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인 창작산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예술팀에서 엄선한, 미술관과 맥락이 잘 맞는 전시를 선정해주셔서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팬데믹 이후에 지속 가능한 미술관이라는 중점 과제를 가지고 계속 친환경 실천이라든지 접근성 확장에 대한 고민들을 오랫동안 해왔다. '드리프팅 커리큘럼'이라는 조주현 박사가 이끌고 있는 공동연구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그 인연으로 두 번째로 함께 손을 잡게 됐다. 인류세의 새로운 미술관의 방향성에 대해서 했던 고민들을 다중적이고 행성적 시각으로 확장해주는 전시라서 굉장히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 생각하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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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각예술 창작산실 다년지원사업에 선정된 조주현 큐레이터.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조주현 큐레이터는 예술, 과학, 환경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다학제간 프로젝트 '드리프팅 커리큘럼'을 이끌어왔으며, 지역과 자연의 가치를 중심으로 인간 너머의 서사에 주목해 왔다. 그가 운영하는 리서치 플랫폼 '드리프팅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으며,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명종과 존재들을 성찰하고 새로운 서사 형식을 발명하는 감응의 공간인 '탈-인류세 뮤지엄'을 제안한다. 예술, 과학, 신화, 생태적 상상력을 교차하여 인류세 이후의 세계를 사유하고, 공존을 위한 뮤지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2025 시각예술 창작산실 다년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이번 전시엔 총 8명의 국내외 작가/팀이 참여한다. 시각예술 창작산실은 아르코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으로, 시각예술 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시 참여작가 8명/팀은 다음과 같다 : 김정모(한국), 안가영(한국), 안데스(한국), 안정주(한국), 장은만(대만), 전소정(한국), 천경우(한국), 하이조로익/디자이어즈(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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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지질학적 베이커리', 복합설치, 2019-2025.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드리프팅 스테이션'은 대만 리서치 플랫폼 '사이팅 바(Citing Bar)'와 홍 페이 우 큐레이터와의 협업으로, 촉각과 청각이 결합된 다채로운 형식의 작업을 선보인다. 김정모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통해 멸종 위기 생명종을 드러내는 설치를, 천경우는 새소리와 청각장애인의 상상으로부터 감각의 경계를 확장하는 사운드를 제안한다. 장은만은 아프리카 대왕달팽이의 이주와 식민지 역사를 통해 기억과 구술 문화를 환기하며, 하이로조익/디자이어스는 새의 시선을 빌린 오페라로 다종 공동체의 윤리를 탐색한다. 안정주, 전소정, 안데스는 비가시적 감각과 데이터를 소리로 전환하는 실험을 구성해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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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영, 'KIN거운 생활 쉘터에서', 시뮬레이션 게임, 인터렉티브, 싱글 채널 프로젝션 스크린, PC, 마우스, 플레이타임 12분-480분, 2021-2022.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전시는 '찬미'와 '애도'를 '행성적 이야기'(Planetary Narrative)의 핵심 감정으로 제시한다. 찬미는 남아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존중의 태도이며, 애도는 사라진 존재를 감각하고 기억하려는 윤리적 실천이다. 전시는 이 키워드를 생태적 위기 속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대안적 태도로 바라보며, 오늘날의 관계 맺기를 재고하고 감응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날 김정모 작가는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작품 '당신의 발 밑에서'를 소개하며 "인천 연수구에서 전시 의뢰를 받고 알고보니 사실 간척지로 땅이 넓혀져온 지역이었다. 바닷가였다가 간척으로 땅이 된 사례를 보게 됐다. 거기서 착안해서 갯벌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았을까 조사해봤더니 다양한 생물군이 있었다. 사실은 연수구에 사는 주민들도 그 사실을 모른다. 간척지가 땅으로 바뀌어서 갯벌 생물들이 살던 땅에 본인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밟고 지나가게 되는 이미지가 생기는 작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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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당신의 발 밑에서_설치 전경_디테일', 캔버스 위에 발자국, 가변크기, 2021.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버드 리스너'와 함께 세 점의 작업물을 전시한 천경우 작가는 "인간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소통하는지,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들 아마 다른 생명체들이 어떻게 서로 계속 응원하는지 관심을 계속 가져왔다"면서 작업의 계기를 말했다.
작업물로 삼은 새에 대해서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지만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있고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들과 다르다. 새가 노래한다고 하지만 노래인지 울음인지 소리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섬에 있는 새들의 소리를 처음엔 채집하고 학자들이 수집한 자료들을 가지고 전시장에 설치했다. 새 소리를 들으면서 이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객들이 상상하고, 실루엣을 그려봄과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실제 인물 단 한 명의 이름을 떠올려서 그 새 아래에 적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는 참여형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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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우, '가사 없는 노래 I', 참여 퍼포먼스와 설치, 2021_2025.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예술과 데이터를 매개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창의적 실천을 모색하는 '드리프팅 스테이션–기후행동·예술·데이터 연구소'가 마련된다. 기후행동에 관심 있는 신진 예술가와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강연, 퍼포먼스, 명상 등이 8월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예술을 매개로 한 실험적 그룹 활동을 통해, 타종 존재들과의 연결을 모색할 예정이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소재한 아르코미술관에서 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