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12·3 불법계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평론가의 원고를 도록에 싣지 않아 '검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백명의 미술인이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은 분관인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지난 3월 6일 시작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도록에 싣기 위해 남웅 평론가로부터 지난 1월에 원고를 받았다.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평론상 '세마(Sema)-하나평론상' 제2회 수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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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전경. [사진=서울시립미술관] 2025.06.24 alice09@newspim.com |
남 평론가는 지난 4월 서울시립미술관이 자신의 원고에 대해 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중립적이지 않다"며 도록에 실을 수 없다는 통보를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립을 운운하며 비평의 자리를 박탈하는 미술관의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은 '검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시립미술관은 남 평론가의 문제 제기 이후 두 달 동안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다가 지난 19일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미술관 측은 "도록 원고에 대한 별도의 내부 심사나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도 전혀 없었다"라며 "서울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억압된 사건이나 공동체, 상실된 역사를 재구성해온 민간기록(매뉴스크립트)과 아카이브 기반예술 실처을 조망하는 것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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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남웅 평론가의 '도록 원고 검열'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2025.06.24 alice09@newspim.com |
이어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술관은 원고가 전시 기획의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며 평론가와 소통했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이 충분히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논란에 대해 심도 있게 재검토하고, 원고 수록 등과 관련하여서는 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미술관 측은 "12월 발간 예정인 전시도록은 필자의 원고를 비롯하여 이후 발표된 성명, 논평, 언론보도 및 다양한 비평적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담아내는 아카이빙 도록으로 묶어 이번 사안 전체를 열린 시각으로 기록하고 되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미술관 출판에 필요한 원고 의뢰, 검토, 편집 등의 제반 과정과 이와 관련한 여러 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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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의 '검열' 논란에 미술인이 재발 방지를 요규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예술인연대] 2025.06.24 alice09@newspim.com |
하지만 일부 작가와 비평가들은 지난 21일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연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예술인연대는 성명을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은 입장이 불리해지자 언제든 검열을 '소통의 오해'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관의 입맛에 맞는 창작물만 요구하는 태도는 예술과 비평의 존립을 위협한다"며 "평론 게재 불가 결정 과정 및 관련 기록 공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23일 기준 오후 9시30분 기준으로 서명에는 노원희, 양혜규, 이미래, 임흥순, 전소정 등 국내 대표 작가를 포함해 기획자, 평론가 등이 연대 서명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