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업무보고 중단..."내용·형식 요건도 갖춰지지 않아"
검찰, 수사·기소 분리...방통위, '尹거부권' 방송3법 등 이견 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국정기획위원회가 부처 업무보고 마지막날인 20일 대검찰청,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 등 세 개 부처의 업무보고를 줄줄이 중단시켰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거나 업무보고 전에 해당 내용이 유출됐다는 이유다.
국정위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검찰청의 구두보고를 약 30분간 들은 뒤 업무보고를 중단시켰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검찰에) 다시 제대로 된 공약 이행 계획을 내용과 형식을 갖춰서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공약 이행 계획을 세울 때는 대통령의 정책 공약집·발언 등을 근거로 삼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건데 일부 부처는 이런 형식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 오늘 검찰의 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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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정치행정분과 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6.20 yooksa@newspim.com |
이날 업무보고 공개 모두발언부터 국정위 위원들은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한주 국정위 위원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검찰을 향해 "권력의 향배에 따라 주가조작 녹음 파일이 없다가 나타나고 영부인 호출에 어디든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셨다"고 비꼬았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주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낳았다"며 "검찰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라고 말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도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권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야당 대표를 상대로 표적 수사를 넘어 정치 사냥을 벌였지만 (검찰은) 온갖 범죄 의혹이 차고 넘치는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소환조차 안 하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의 업무보고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으나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 정권의 방통위 의결 등을 놓고 비판이 이어지다가 업무보고를 중단하고 추후 다시 받기로 했다.
홍창남 국정위 사회2분과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한주 위원장이 (각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방통위 업무보고가 그릇된 상황에 정점을 찍지 않을까 시작부터 우려가 크다"고 운을 뗐다. 홍 분과장은 "(윤석열 정권은) 정권을 옹호하는 부적절한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앉히는가 하면 정권을 비판한 언론에 대해서는 제재를 서슴지 않았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언론의 공공성과 공적 가치를 철저히 짓밟았다"고 했다.
김현 위원은 지난 정권에서 방통위가 방송3법 개정, TV 수신료 통합징수에 줄곧 반대 의견을 내왔지만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는 찬성 의견을 낸 데 대해 "되게 이상하다. 적어도 왜 그러는지에 대한 경과는 넣어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오늘 업무보고에 대해 방통위원장이 동의했는지 궁금하다. 방송 3법을 방통위원장이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방통위가 방송 3법에 동의한다고 표기돼 있는지 답을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업무보고 전에 부처 보고 자료가 언론을 통해 유출돼 이춘석 경제2분과장이 보고를 중단시켰다. 이와 관련해 조 대변인은 "(보고자료가 유출된 데 대해) 해수부의 설명이나 태도가 너무 불명확해 더 이상의 보고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분과장이 중단을 결정했다"고 했다.
◆ 검찰, 수사·기소 분리...방통위, '尹거부권' 방송3법 등 이견 커
이날 국정위와 마찰을 빚은 검찰과 방통위 등은 전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시각이 명백히 엇갈리는 부처다.
검찰은 이날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이행 방안을 업무보고에 반영하지 않아 국정위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공약집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청을 해체해 수사권은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기고 기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기소청 또는 공소청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특례 규정 등 검찰의 힘을 뺴는 내용이 공약으로 담겼다.
다만 검찰 측에서는 국무조정실과 논의할 때 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위는 "소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내용의 부실함, 형식적 요건의 부실함이 가려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3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히는 등 민주당이 전 정부와 가장 큰 갈등을 빚은 기관 중 하나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공약집에 '방송영상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부응하는 법제와 기구를 개선하겠다'며 방통위 손질을 예고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방통위 정상화와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방통위 설치법 전면 개정, '미디어 혁신 범국민 협의체(가칭)'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보고가 중단된 부처들은 다음주에 다시 업무보고를 준비할 계획이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