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제로슈거 비빔면 도전...쏟아진 혹평에 심기일전
1차 리뉴얼 이어 이달 중 2차 리뉴얼 버전 출시..."완성도 높였다" 자신감
고춧가루 대신 고추엑기스, 면발도 바꿨다..."소비자 의견 적극 반영"
매년 쏟아지는 다양한 먹거리 가운데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제품에는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은 삶의 활력이자 원동력을 주기 때문이다. 익숙한 맛에서 추억을 찾고 새로운 맛에서 영감을 얻는 식이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갑을 열게 하는 '그 맛'의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용인(경기)=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제로슈거를 유지하면서 팔도비빔면 고유의 매콤·새콤·달콤의 밸런스를 최적으로 조정했습니다."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제품의 두 번째 리뉴얼 제품이 이달 말 출시된다. 지난 3월 선보인 첫 제품부터 따져보면 올해에만 세 번째 '제로' 제품이다. 소스 뿐 아니라 면까지 모두 '제로슈거'를 구현했고 1·2차 리뉴얼을 거치면서 오리지널 '팔도비빔면' 다운 맛을 냈다.
2차 리뉴얼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출시 채비를 본격화한 지난 13일 경기 용인의 팔도 중앙연구소에서 이중재 팔도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2차 리뉴얼 버전에선) 풍미를 좀 더 진하게 내고 인위적인 향은 걷어내 완성도를 높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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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기)= 뉴스핌] 전미옥 기자 = 팔도 중앙연구소의 이중재 연구원이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6.13 romeok@newspim.com |
비빔면 시장 1위는 팔도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팔도비빔면 제로)'를 선보였다. 국내 첫 제로슈거 비빔면의 등장에 출시 초기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지만 그만큼 혹독한 평가가 뒤따랐다. '비빔면 맛이 너무 새콤하다', '사과향이 너무 세다' 등이다.
팔도에 몸담은 지 9년차인 이 선임연구원은 "팔도비빔면 제로에 대한 고객 피드백이 생각보다 빨랐고 접수된 양도 굉장했다"고 회상했다. 입사 이래 가장 많은 '날 것의 피드백'이었다고 했다.
이에 팔도는 출시 한 달 만에 제품 개선 작업에 돌입, 지난달 1차 리뉴얼 버전을 선보였고 이달 중 2차 리뉴얼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빔면의 맛과 스펙은 물론 패키지도 새롭게 단장해 준비 중이다.
이 연구원은 "1차 리뉴얼에서는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반영해 면의 식감을 개선했고 소스에서는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신맛을 줄였다"며 "2차 리뉴얼은 내부 관능평가를 중심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차 리뉴얼 제품에서 면과 소스의 밸런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부 있어 2차에서는 보다 진하고 묵직한 맛을 냈다"며 "사과향 대신 겨자분말을 사용해 시원하면서 매콤한 맛을 내는 등 오리지널 팔도비빔면에 최대한 부합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비빔면을 제로슈거로 만드는 작업은 이들 연구원들에겐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팔도는 지난 2023년부터 제로슈거 비빔면을 검토했다. 초기에는 당을 최소화한 '저당 비빔면'으로 의견을 모았다. 밀가루, 고춧가루 등 원재료에 자연유래 당이 함유돼있기 때문에 당을 아예 없애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제로슈거 열풍이 더욱 확산하면서 최종적으로 제로슈거 도전에 나선 것이다.
엄밀히 보면 기존 '팔도비빔면'과 '팔도비빔면 제로'는 성격이 다르다. 팔도비빔면에 들어가는 고추장, 고춧가루, 면 등 주요 재료를 '팔도비빔면 제로'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일례로 고춧가루는 당함량이 꽤나 높은 재료로 특유의 단맛이 특징적이다"라며 "제로 비빔면에는 고춧가루 대신 홍고추농축액으로 풍미를 냈고 고춧가루의 입체감은 볶음참깨가루로 살렸다"고 말했다. 제로슈거 전용면도 새롭게 만들었다. 밀가루에 있는 당을 없애면서도 비빔면 식감을 내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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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선보인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제품. 이달 말 출시하는 2차 리뉴얼 제품은 새로운 패키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 팔도] |
팔도비빔면 제로에 대한 고객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지난 4월부터 두 달 가까이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매일 아침을 비빔면으로 시작하고 점심 이후에도 라면을 맛보는 등 관능평가를 반복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오늘 아침에도 비빔면 네 봉지를 끓여 팀원들과 관능평가를 하고 왔다"며 "공복에 먹는 것과 식사 후 먹을 때 각각 느껴지는 맛의 차이가 있다"며 "혈당체크를 하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차이를 세밀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팔도는 앞으로도 '소비자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팔도비빔면 제로는 물론 개발 중인 신제품에도 소비자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소명"이라며 "좋은 피드백이든 나쁜 피드백이든 귀담아 듣고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