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중 정상 간 대화 실효성 의문..."관세 드라마 계속될 것"
젤렌스키·라마포사에 '버럭'한 트럼프 지켜본 시진핑, 대면에 소극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이 예상만큼 순탄한 흐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현지시각)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가 악화된 무역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가 기대하는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전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양 정상이 이번 주 중 통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통화 일정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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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 자리를 떠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통화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공유할 정보가 없다"고만 답했으며, 주미 중국대사관은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상무부가 월요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새로운 경제·무역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보면 중국은 현재 화해 모드가 아님을 시사한다.
무역 협상에 정통한 한 미국 측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 통화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간 깊은 갈등을 시 주석과의 일대일 대화를 통해 직접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가 시작된 뒤로 백악관은 두 정상 간의 통화가 "임박했다"고 수차례 밝혀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간접적 언급을 통해 이미 시 주석과 통화한 것처럼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무부 차관보였던 대니얼 러셀은 "중국은 약점에 민감하다"며, "허세와 달리 트럼프는 시 주석과 직접 거래를 하겠다는 열망—심지어는 절박함까지—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베이징의 태도를 더욱 강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트럼프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등과 날 선 공개 회담을 가진 것을 지켜본 뒤 정상급 외교에 더 신중한 입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러시 도시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예측 불가능한 인물로 보고 있다"며, "시 주석의 평판에 위험을 안길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보통 중국 외교관들은 이런 불확실한 정상급 회담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이 90일 휴전 이후에도 무역 위협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를 통해 협상을 재가동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기대는 중국 공산당의 외교 및 정책 결정 절차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지 H.W. 부시 및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보좌관을 지낸 해리 브로드먼은 "트럼프는 거래의 달인이지만, 시진핑은 당의 최고위 관료일 뿐이지 협상의 달인이 아니다"라며 "시 주석이 세부 사안을 논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많아야 원칙적 수준의 합의만 가능할 텐데, 그건 트럼프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정상이 직접 통화하게 되면 장기적인 무역 협상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시는 "정상급 회담을 너무 빨리 열면,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합의 도출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양국의 이번 갈등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 합의 이전 상황과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있다면서, 트럼프는 이번에는 다수의 무역 상대국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관세를 세수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갖고 있지만 세계 각국은 과거보다 무역 갈등에 더 잘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이어 과거 경험에서 얻은 핵심 교훈은 관세가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