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주 최고치에서 20% 가량 하락
관세 충격보다 성장 모멘텀
밸류에이션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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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리츠(RIETs, 부동산투자신탁) 섹터에도 충격을 가했다. 물류 리츠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프로로지스(PLD) 주가가 52주 최고치에서 20% 가까이 떨어진 것.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로 인한 국제 교역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한다. 420억달러의 기회를 겨냥해 프로로지스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프로로지스 주가는 5월28일(현지시각) 107.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11일 96달러 선까지 후퇴했던 주가가 12% 가량 급등했지만 52주 최고치 132.57달러에서 여전히 18.59% 떨어진 상태다.
중국을 필두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관세 정책이 국제 교역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물류 및 산업용 리츠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프로로지스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무역이 줄어들면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여지가 높기 때문.
최근 분기까지 업체의 실적은 호조를 이뤘다. 지난 4월 공개된 프로로지스의 2025년 1분기 사업운영수익(FFO)은 주당 1.42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10.9% 급증했다. FFO는 리츠 수익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보수적인 지표로, 당기순이익에서 감가상각과 자산 매각 비용을 더한 뒤 자산 매각 수익과 이자 수익을 차감한 수치다.
투자자들이 리츠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순이익보다 FFO를 선호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회계상 비용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는 감가상각비를 환입해 보다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고, 일회성 수익인 자산 매각 차익을 제외해 리츠의 영속적인 수익성을 파악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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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로지스 물류 센터 [사진=업체 제공]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프로로지스는 1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4센트 높은 주당 FFO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9% 늘어났다. 공실률은 5.1%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업체는 2025년 연간 FFO 전망치를 주당 5.65~5.81달러로 유지했고, 신규 착공 규모를 15억~20억달러로 종전 전망치에 비해 30% 낮춰 잡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업체의 2025년 FFO와 매출액을 각각 주당 5.69달러 및 80억2000만달러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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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로지스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프로로지스의 1분기 실적이 4월2일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발표됐지만 경영진은 2025년 연간 수익 전망을 낮춰 잡지 않았다. 관세 충격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52주 최고치에서 20% 가까이 떨어진 프로로지스를 매수할 때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선 주가가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이 3.8%까지 상승, 리츠의 일반적인 투자 메리트에 해당하는 인컴이 부각됐다는 의견이다. 최근 업체의 배당수익률은 10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보다 근본적인 투자 근거는 자산 가치다. 업체가 보유한 미개발 택지에 물류 시설을 건축하면 42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프로로지스는 대다수의 리츠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자산을 인수해 몸집을 확대하지만 자체적인 부동산 개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미국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택지 개발로 기대되는 420억달러의 자산 가치 상승이 아직 업체의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420억달러는 토지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프로로지스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업체 소유의 땅에 건설할 수 있는 모든 물류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 투자 규모다. 당장은 투자 비용으로 분류되지만 업체가 물류 시설을 건축한 뒤 장기적으로 임대 수익을 올리게 되므로 완성된 건축물의 가치는 건설 비용보다 훨씬 클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업체의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 가량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420억달러 규모의 미래 성장 동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부동산 개발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프로로지스가 매우 보수적인 기업인 데다 사전에 임대 고객들을 어느 정도 확보한 뒤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 년간에 걸쳐 420억달러에 달하는 성장 모멘텀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관세 전쟁을 빌미로 프로로지스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하락이 매수 기회라고 주장한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식킹알파는 3.8%에 달하는 배당수익률과 함께 업체의 주가가 내재 가치 대비 15% 저평가된 상태를 감안할 때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식킹알파는 최근 월가에서 유행하는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신조어에서도 알 수 있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실제 강행되기보다 협상용으로 이용되고 있어 프로로지스의 주가 하락 압박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성과 인컴을 모두 갖춘 종목이라는 평가다.
월가는 프로로지스가 단순히 임대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탁월한 전략을 펼친다고 강조한다. 가령,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각종 전자 장치의 충전 시설을 제공하는 등 설비와 편의성 측면에서 물류 시설의 최고급화를 통해 자산 가치를 올린다는 얘기다.
업체가 11년 연속 배당금을 인상한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업체는 두 자릿수의 이익 성장과 함께 배당 인상을 실시했다. 전자상거래와 데이터센터 업계의 외형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물류 및 산업용 리츠의 강자로 꼽히는 프로로지스가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업체의 비중 확대 전략이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에 따르면 2025년 FFO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프로로지스의 밸류에이션은 16배에 불과하다. 이는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이와 별도로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은 프로로지스의 순자산가치를 주당 125달러로 평가했다. 주가가 순자산가치까지만 오른다고 보더라도 16% 가량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하미드 모가담 프로로지스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하락에 따른 비즈니스 여건의 개선을 예상하며 리츠 업계가 중차대한 변곡점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업체의 주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금리 인상이 전개되기 전인 2022년 초 168달러까지 오른 뒤 통화 긴축과 함께 가파른 하락을 연출했다.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타격을 가하는 동시에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리츠 업계에 악재로 통한다.
연준 정책자들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하는 가운데 5월 초 미국 경제 매체 CNBC가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자 65%가 경기 하강 기류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상승이 재점화되더라도 연준이 실물경기를 부양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서베이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연방기금 금리가 2025년 말 3.71%까지 하락한 뒤 2026년 말 3.36%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점쳤다. 현 수준에서 100bp(1bp=0.0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5년 미국 GDP(국내총생산)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0.8%로 대폭 낮춰 잡았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