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비앙' 앞세워 대기업집단 첫 지정…비건설부문도 성장
회계방식 변경에 대기업 반열…지배구조 투명성·내부통제 과제 부상
공시 의무 강화…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불가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아파트 브랜드 '로제비앙'으로 알려진 건설 전문 기업 대광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대주택 관련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되면서 기존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자산이 새롭게 인식된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기존 오너가 위주의 지배구조로 이어져 있던 대광그룹의 투명성 재고가 요구된다. 총 64개의 계열사를 지닌 거대 기업 집단이지만, 조영훈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창립 31주년을 넘긴 대광그룹은 차후 기존 중견 기업 규모에서 요구되지 않던 공시 의무에 대처하기 위해 시스템 강화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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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 조감도[사진=(주)대광건영] |
◆ '로제비앙' 앞세워 대기업집단 첫 지정…비건설부문도 성장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광그룹은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은 6조5210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49위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 대광건영을 비롯해 대광에이엠씨, 대광건설, 디케이랜드, 대한저축은행 등 총 6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대광건영은 '로제비앙' 브랜드로 잘 알려진 주택 전문 건설사로, 최근 몇 년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대광건영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다소 감소(5874억원→5445억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율 개선 및 골프장 등 자회사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204억원에서 581억원으로 184.9%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광건영은 판교신도시를 시작으로 다수의 신도시 및 택지지구 사업에 성공적으로 참여하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건설업 외 사업 다각화 역시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종속회사인 경기관광개발(골프장 운영)과 대한저축은행(금융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건설 부문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골프장 운영수익은 전년 대비 약 90% 급증한 253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 회계 방식 변경에 대기업 반열…지배구조 투명성·내부통제 과제 부상
다만 이번 대기업집단 분류는 대광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실질적인 외형 성장보다 회계 기준 변경의 영향이 크다. 달리 말하면 그 전까지는 대광그룹의 재무구조가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대기업집단이 되면서 대광그룹의 내부거래 및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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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대광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주요 원인으로 "임대주택건설사업자 관련 일반기업회계기준 변경으로 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과거에는 운용리스의 경우 리스 자산과 부채를 재무제표에 인식하지 않고 리스료를 비용으로만 처리했지만, 회계 처리가 변경되면서 사실상 모든 리스를 과거의 금융리스와 유사하게 회계 처리하도록 변경됐다.
이에 따라 대광그룹 역시 '사용권자산' 등의 형태로 재무제표에 인식되면서 총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질적인 기업의 외형이나 사업 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히 커졌다기보다는, 회계 처리 방식의 변화가 장부상 자산총액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자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대광그룹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광그룹은 조영훈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다수의 계열사 간 매출, 매입, 자금 대여 및 차입, 지급보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거래 조건의 공정성 및 잠재적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대광그룹은 조영훈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높은 지분율로 지배하는 구조다. 조영훈 회장은 대광건영 지분 78.26%(모친 안원선 씨 나머지 21.74%), 대광에이엠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총액 1조4357억원의 디케이랜드 지분은 30%와 함께 자녀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주요 사업에 대한 계열사들 간의 협력 증대로 이어진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광건영 및 관계사들이 추첨 방식 공공택지 입찰을 통해 확보한 택지는 총 6곳에 달한다. 대광에이엠씨, 덕원이앤씨, 디케이랜드, 포레지아 등 조영훈 회장 및 그 가족이 지배하는 관계사들을 통해 확보됐다.
특히 대광에이엠씨는 양주 회천 A19, A20 두 개 택지를 동시에 확보하여 대규모 단지 개발을 가능하게 했고, 덕원이앤씨가 확보한 평택 고덕 AB55블록은 대광건영이 모아종합건설과 공동으로 시공을 맡기도 했다. 관계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공택지 입찰 참여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외형 성장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 공시 의무 강화…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불가피
이러한 그룹 구조는 공공택지 개발이라는 핵심 성장 전략을 수행하는 데 있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및 상호 지급보증 등으로 인해 리스크가 집중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번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실제 대광건영은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2023년 재무제표의 종속기업 투자 회계처리 관련 오류를 발견, 비교 표시되는 전기 재무제표를 수정하여 재작성하는 일도 있었다. 내부 회계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 의무, 기업집단 현황 공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사익 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대광그룹의 64개 계열사 중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계열사는 24개로, 나머지는 미제출 또는 외부 감사 대상이 아닌 기업들이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