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지난 4일(현지시간) 실시된 동유럽 루마니아의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친(親)트럼프 후보 제오르제 시미온 결속동맹(AUR)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유럽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르첼 치올라쿠 총리는 범여권 후보의 결선 진출 실패 책임을 지고 5일 사임을 발표했다. 치올라쿠 총리가 속한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PSD)도 연정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현 연립정부도 5개월 만에 붕괴 수순에 들어갔다.
오는 18일 2차 결선투표에서 시미온 후보가 승리할 경우 루마니아 국내는 물론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에 적잖은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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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된 5일(현지시간) 마르첼 치올라쿠 총리가 범여권 후보의 결선 투표 진출 실패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 결과, 시미온 후보가 40.96%를 얻어 1위 자리에 올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이 20.99%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집권 연정이 단일 후보로 내세웠던 크린 안토네스쿠 전 상원의원은 20.07%로 3위, 2012~2015년 총리를 지낸 빅토르 폰타가 13.05%를 얻어 4위를 차지했다.
이중 1위와 2위가 오는 18일 실시되는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시미온 후보는 선거 결과 발표 이후 "이번 선거는 루마니아의 존엄성을 위한 승리"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스타일의 민족주의자와 친EU 성향의 중도주의자가 루마니아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고 평가했다.
시미온 후보는 최근 러시아를 최대 위협이라고 부르면서 EU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탈퇴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속한 결속동맹의 강령은 기독교 보수주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EU와 충돌을 빚고 있다.
시미온 후보는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실시됐다가 무효가 된 대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친푸틴 극우주의자 컬린 제오르제스쿠를 총리에 임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단 후보는 경제 개혁과 함께 EU·나토와 관계를 굳건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루마니아 정치권과 외신은 2차 투표에서 시미온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차 투표에서 13%를 얻은 폰타 전 총리가 시미온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단순 합산하면 54%에 달해 당선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익 민족주의자 시미온은 '루마니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공약을 내건 인물"이라며 "유럽에서 가장 열렬히 마가(MAGA)를 지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인 그에게 루마니아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