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복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의사보호만?...피해자 구제대책 미흡

기사입력 : 2024년06월26일 15:56

최종수정 : 2024년06월26일 15:56

형사처벌 감면에만 초점, 환자 입장에선 '특혜법'처럼 보여
"최선의 의료행위를 형사처벌?"...무과실 기준 외국사례 참고
관건은 '선의의 과실'에 대한 민사 손배소 재원 마련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정부가 의료개혁을 위해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정책패키지 안에 들어있는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의료인이 의료과실로 인해 받는 형사처벌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특례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선의로 한 의료 행위에서 과실이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져서 안 된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불가항력적 상황의 예기치 못한 과실을 형사처벌한다면 의료인들이 위축되거나 방어 진료를 할 가능성도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은 의료 서비스 질적 하락을 유도하고 이로 인한 직접적 피해자는 환자가 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린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6.12 choipix16@newspim.com

특례법은 의료인이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만 환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거나, 의학적 판단 근거가 부족한 의료 행위는 특례에서 제외된다.

필수의료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도 검토 중이다. 응급의료·중증외상·중증소아·분만 등 난도가 높은 의료 행위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환자단체 측에선 해당 법이 환자 권익을 해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료소비자연대·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12일 개최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에서는 해당 법이 의료과실 피해자의 보상을 가로막으며,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특례법 제정안은 모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의 미용 성형을 포함한 의료 행위를 대상으로 형사처벌 특례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의료인 특혜법"이라고 정의했다.

안 대표는 빈번한 의료과실 소송으로 인해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는 공감하지만, 특례법 제정의 전제 조건은 환자 피해자와 유족이 구제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는 입장이다. 또 환자단체 측은 의료분야의 전문성에 기인한 정보의 비대칭성도 우려하고 있다.

안 대표는 "특례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참고해 마련된 법안이기에 입증 책임 전환이 당연히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 법안에는 입증 전환 규정이 없다"며 "대부분 입증 책임을 환자가 지게 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환자가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례법의 위헌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특례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면허를 취득한 특정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는 법안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소방관, 경찰관 등 각종 직역이나 분야에서도 특례법안을 주장할 수 있으며, 이를 막을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26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특례법으로 의료인에게 형사적으로 더욱 특혜를 제공하게 되면 타 영역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법제와도 맞지 않는 체계상의 문제점이 있다"며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례법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선의 의료행위는 과실 아니야"...관건은 피해자 보상금 마련 대책

한편 의료계 역시 의료사고 형사처벌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동시에,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특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외국의 경우 의료과실치사상 형법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예외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사범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보통의 의료사고를 형사 기소하는 건 상식 밖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영국의 통계자료를 보면 의료사고를 형사처벌하는 건수가 한 해 0건이거나 1건 수준이고,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들의 50~100배를 훨씬 넘는다"며 "외국의 경우 의료과실이 일어나면 의료 전문가들의 자율기구가 감찰한다. 전문가들의 상식에 미달하는 상황이면 처벌도 자체적으로 하고, 교육도 시키고, 환자들에게 사과를 하게 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대병원 교수 중 절반 이상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문가 집단의 죽음' 심포지엄에서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2024.06.17 mironj19@newspim.com

그는 정부가 제시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안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 배상 판결이 나오는 액수에 비해 정부가 제시한 보상액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만 사고의 경우 정부는 '산모 사망·신생아 뇌성마비' 시 3천만원, 신생아 사망 시 2000만원, 태아사망 시 1500만원을 보상액으로 발표했다. 무과실 분만 사고 피해자 보상금 국가지원 비중을 기존의 70%에서 100%로 확대하고, 현실에 맞는 보상금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전제가 붙었으나 현행 민사 배상금액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안 원장은 "분만 사고의 경우 10억원대 배상 소송도 나오는 데, 정부가 제시한 금액은 택도 없다"며 "수조 원의 예산을 쓰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의사·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결국은 민·형사 체계를 모두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특례법 도입의 실효성이 생긴다"라며 "의사 형사처벌 감면에만 집중하면 의사만 유리해 보이니 환자 입장에선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 소송은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 지식이 필요해서 환자들이 이기기 힘든 면이 있다"라며 "의사도 소송에 휘말리면 무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몇 년씩 사건에 메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은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그것이 최선의 의료 행위였다면 과실을 안 따진다"면서 "환자에게 생긴 리스크는 '무과실 보상'의 개념으로 국가 등 기관에서 지급하는 안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 파기환송' 향후 재판 절차는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면서 향후 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1일 오후 3시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10(파기환송)대 2(상고기각) 의견으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배당 절차가 진행된다. 단 기존 2심을 진행한 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되며, 재판부 배당 후 본격적인 심리가 재개된다. 재판부 배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원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한 사건이다. 대법원판결은 기속력(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기되지 않는 이상 파기환송심은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앞서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사자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이 후보의 형이 확정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파기환송심 심리와 선고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파기환송심이 선고를 단시간에 낸다고 해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온다면 이 후보가, 반대의 경우엔 검찰이 재상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상고이유서는 20일 안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재상고를 결정하는 상황이 온다면 최소 20일은 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했을 땐 이 후보의 형 확정은 '6·3 조기대선' 전까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후보에 대한 유죄 확정이 대선 이후로 넘어가고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헌법 제84조'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를 임기 도중 기소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당선 전 기소된 사안도 포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이에 대한 해석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5-01 18:12
사진
과기부 "SKT 신규 모집 중단" 촉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SK텔레콤의 이용자 신규 모집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SK텔레콤에 해킹사고 발생에 따른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보다 강도 높은 해결책 추진을 촉구했다. 먼저 국민이 상황을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일일 브리핑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국민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SKT 로밍센터에서 고객들이 유심교체를 위해 줄을 서 있다. 2025.04.28 choipix16@newspim.com 유심 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신규모집을 전면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SK텔레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밝힌 일부 계층에 대한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 방안의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이번 해킹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발생 시 100% 보상을 책임지는 방안도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토록 했다. 각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위약금 면제, 손해배상, 피해보상 시 입증책임 완화 등을 검토하고,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이행토록 했다. 최근 SK텔레콤의 잦은 영업전산 장애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 장애 발생시 즉각적인 상황공유와 신속한 복구를 통해 번호이동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이달 초 연휴기간 출국자들이 공항에서 유심 교체를 위해 오래 대기하는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인력도 대폭 확대토록 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5-01 16:2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