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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구성된 최저임금위, 36년 만에 차등적용 '초읽기'…19개국 이미 도입

기사입력 : 2024년05월14일 09:57

최종수정 : 2024년05월14일 10:18

최임위, 이달 21일 첫 전원회의 개최…위원장 선출
尹정부, 돌봄서비스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
최저임금제 적용 국가 절반가량은 차등 적용 시행
다만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국가없어 난관 예상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데다, 최근 새롭게 구성된 공익위원들도 보수색이 짙어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내년에 차등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1989년 이후 36년만에 도입된다.

특히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달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의 가사·육아 취업 필요성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제한 없이 일할 수 있어야 유연한 노동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저임금 차등적용 '뜨거운 감자'…노사 팽팽한 신경전

14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및 경영계·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오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첫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최임위 전원회의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체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1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07.18 jsh@newspim.com 2023.07.18 jsh@newspim.com

특히 올해 최저임금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동안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가 매년 반복됐지만, 실제 업종별 차등 적용해 최저임금을 지급한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딱 한 번밖에 없었다. 당시 식료품·섬유·의복을 비롯한 12개 업종을 1군, 음료품·담배·가구 등 16개 업종을 2군으로 분류하고, 1군 업종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이듬해부터는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해소를 위해 돌봄서비스업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보고서를 낸 후, 윤 대통령도 이에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민생토론에서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노동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을 받지 않고 유연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올해 최저임금 테이블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자리해 있다. 공익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보수 진영 인사들이 꿰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양극단으로 대립하는 구도에서 캐스팅보트(결정권) 역할을 한다. 공익위원들이 밀어붙이면 업종별 차등적용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자료=고용노동부] 2024.05.12 jsh@newspim.com

고용부는 지난 12일 제13대 최임위 위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최임위는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절반 이상인 14명(공익위원 6명, 사용자위원 2명, 근로자위원 6명)이 이번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최임위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 한 명이 맡는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경영계는 지난 2022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지난해에는 숙박음식업과 체인화편의점업, 택시운송업에 대한 차등 적용을 요구했었다. 그때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단일 임금안을 의결했다. 올해 역시 영세사업자들의 경영난 등을 이유로 돌봄업종 외에도 업종별 구분 적용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저임금 낙인이 찍힌 업종은 사람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요즘 시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오히려 내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힘든 업종의 경우 외국인력으로 대체되는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여부도 관건이다. 올해 시급 9860원인 최저임금은 내년도 상승률이 1.42%(140원)를 넘어설 경우 1만원을 돌파한다. 노동계는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 등을 고려해 시급 1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노동계는 24.7% 인상된 1만2000원을 최초 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1만원 방어를 위해 동결 또는 소폭 인상된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은 6월 27일까지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29일 최임위에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임위는 고용부 장관 요청 후 90일 이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시급)을 결정해 고용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최임위 결과를 바탕으로 8월 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 최저임금제 적용 19개국 차등적용 시행…지역별 차등적용 선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는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다. 

최임위가 주요 41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2~5월 조사를 벌여 같은 해 8월 발표한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현황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는 나라는 총 19개국으로 전체 46.3%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는 직종별, 지역별, 업종별, 산업별, 심지어 연령대별로 다양한 기준을 세워 최저임금을 적용 중이다.

이 중에서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총 19개국 중 러시아·미국·캐나다·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 7개국은 지역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 중이다. 지역·산업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독일·스위스·일본 등 3개국, 지역·직종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멕시코·브라질·태국 등 3개국, 지역·업종·규모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필리핀까지 포함하면 14개국이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일례로 미국은 주마다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한다. 구체적으로 ▲연방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주(뉴욕,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29개주) ▲연방과 동일한 최저임금(인디애나,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등 14개주) ▲주 최저임금 없이 연방법 적용(앨라바마,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주) 등 3가지 방법으로 구분한다. 

그리스는 직원과 장인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더욱이 직원의 경우 경력이 3년씩 늘어날 때마다 최저임금에 월 71.3유로(€)를 가산한다. 장인의 경우도 경력이 3년씩 늘어날 때마다 최저임금에 일 1.59유로를 더해준다. 즉, 철저하게 경력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그리스는 혼인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을 가산하기도 한다. 혼인한 직원은 동일한 경력을 가지더라도 월 71.3유로를 가산해 적용한다. 혼인한 장인도 일 3.19유로를 더 받는다.   

심지어 영국은 연령별 최저임금을 차등해 지급한다. 영국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23세 이상 모든 근로자에게 국가 생활임금을 적용해 왔다. 다만 23세 미만에 대해서는 21~22세, 18~20세, 16~17세, 견습생으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일례로 지난해 영국의 최저임금은 23세 이상이 10.42파운드(£), 21~22세 10.18파운드, 18~20세 7.49파운드, 16~17세 5.28파운드를 적용했다. 견습생은 16~17세와 동일한 5.28파운드를 지급했다. 

다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차등 적용한 국가는 찾기 힘들다. 최임위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가운데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차등 적용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돌봄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해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인력 송출국과 임금 수준 문제로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그보다 높게 주는 방식과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방식으로 차등 적용 가능하다"면서 "한국의 최저임금 제도가 보다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전자의 방식이 후자의 방식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주요국들의 경우 시장임금이 실질임금보다 높아 최저임금 영향이 덜하지만,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경직되게 운영하다보니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순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 30~40%가량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면서 "노동계가 돌봄업종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반대하는 이유도 이를 풀어주는 순간 다른 업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뢰의 부족에서 생겨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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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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