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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일터] 남성패션 선구자 서순희 대표 "물러설 곳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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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외길, 부드러운 카리스마 서순희 대표
1500억 매출 던필드, 9개 브랜드 지닌 패션그룹으로
"오기는 실행원동력...실패 성장 발판 삼아야"

절박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있는 지름길이나 꼼수는 없다. 우리 사회 일터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 그 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과 그늘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력과 자세를 곱씹어 보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료를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일터의 정점까지 올랐던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이 각 전문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 그들만의 경험과 비밀스러운 성공 레시피를 듣는다.

[서울=뉴스핌]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 =남성 캐주얼의 대명사인 크로커다일, 남녀 캐주얼 피에르가르뎅 등 9개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 그룹 던필드의 서순희 대표는 그야말로 패션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남대문시장의 옷 가게에서 시작해 매출 1500여 억원 규모의 패션 그룹으로 성장한 보기 드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청년들에게 "서순희 대표는 로망"으로 통한다. 정말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맨주먹에서 시작해 오늘날에 이른 그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는 청년들이 많다.

40년 세월을 한 우물만 파고 전진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지만 서순희 대표와의 인터뷰 내내 아무리 힘든 고난이 와도 다시 일어서는 끈기와 인내, 물러설 곳이 없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기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품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쇠질에 단련된 쇠처럼 단단한 사업가이지만 인터뷰 도중 걸려온 손자의 전화를 받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은 한편으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이었다. 본인의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전국을 다니면서 쌀을 기부하는 마음 역시 항상 베품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자애(慈愛)의 심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추위 속에서도 어느덧 새봄의 향기가 살며시 피어 오르는 3월 초, 퇴계로 던필드 사옥에서 마주한 서순희 대표와의 인터뷰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사업가로서, 도전과 극복의 경험을 축적한 인생의 선배로서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할 삶의 철학을 전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서순희 던필드 회장[던필드 제공]

◆ "패션, 새로움 창조하고 이끄는 매력 있는 일"
- 패션 산업은 화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그런지, 그리고 한결같이 패션이라는 한 우물을 파셨는데 어떠한 매력이 있는 것인지.

▲ 패션 산업은 화려하기보다는 극한 직업에 가깝다고 봅니다. 사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원단과 실, 자재를 미리 갖춰야 하는데 1년 전부터 선도적으로 소비자가 좋아할 색깔과 디자인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패션업계에서는 '허공에다 대고 총을 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1 년전에 미리 옷을 만들어 놓아야 하고 그것도 대량으로 준비를 해두어야 하기 때문이죠. 기존의 데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이 색상과 이 패턴을 좋아할까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죠. 그렇지만 패션 산업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것입니다. 계속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고, 새 디자인과 컬러를 창조해 내면서 유행시킨다는 것은 정말 큰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그야말로 창작, 창조의 기쁨이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여성 패션보다 어떻게 보면 남성 패션이 더 힘든 점이 많습니다. 여성복은 디테일로도 많은 변화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복은 심플하지만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디테일만으로 승부하기도 어려운 분야입니다. 흔히 패션업계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남성복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껏 한 번도 다른 데 눈 돌린 적이 없어요. 여유가 있을 때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았고, 주식 한 주도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한 우물만 판 거죠.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서순희 대표 [던필드 제공]

◆"오기는 실행의 원동력"
-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드셨던 경험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 정말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지금처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자금이나 지원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금 조달이었습니다. 결국 하루하루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소위 일수 자금을 빌려서 해야 하는 거였죠. 100원을 벌면 90원을 갚아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한푼도 남지 않을 만큼 사업이 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정말 손을 벌리거나 도와 달라고 할 사람이 없었죠. 그것이 오히려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물러설 수가 없는 거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원망과 오기가 오히려 실행의 원동력이 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진정으로 힘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성공의 가치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말이죠.

자식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적당히 지원해 주는 것은 오히려 고난을 극복하는 힘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적당히 지원해 줄 거면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나아요. 제가 힘들게 위기를 겪으면서 극복해 나간 경험 중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건 제가 세금 문제로 송사를 겪었을 때입니다. 그 당시 사업이 크게 확장되는 단계였는데, 제가 미처 사업의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혼자서 일을 다 하다 보니 세금을 열심히 낸다고 냈는데 회계 처리가 원칙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쁜 시기였죠. 법정에서 판사님이 마지막으로 말할 것이 있으면 하라고 하셔서, 제가 "잘 몰랐습니다"라고 하자 그때 판사님이 "기업의 오너가 될 사람은 몰랐다고 해서 죄가 면해지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 제가 사업을 계속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의감이 생겼고 두문불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진도에서 저희 브랜드 대리점주가 쑥을 직접 캐서 쑥떡을 만들어 왔어요. 덕분에 사업이 잘되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왔더군요. 그 쑥떡을 먹으면서 '내가 그래도 잘한 게 있구나. 남에게 좋은 일을 하는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업을 재개할 힘을 얻었습니다. 비싼 건 아니지만 그 작은 쑥떡 하나가 제 일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달까요(웃음).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는 서대표 [던필드 제공]

- 전쟁터를 누비며 사업을 하셨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 (웃음) 전쟁터까지는 아니고 군수송기를 타고 무작정 카자흐스탄의 알마타를 누비면서 의류며 잡화며 사고판 적이 있습니다. 의류 사업 초반에 재기할 밑천도 없이 사업이 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남대문시장 근처에 있는 경양식집에 갔는데 처음 보는 군복을 입은 외국인이 통역하는 학생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어디서 무엇 하러 온 사람인가 궁금해서 통역하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러시아 근처 나라에서 온 사람인데 여성 잡화를 사러 왔다는 것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사람에게 함께 그 나라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요.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군수송기를 열몇 시간을 타고 카자흐스탄에 가서 제가 가져간 여성 잡화를 팔고, 거기에서 눈에 띄는 어코디언·바이올린 등을 사 가지고 돌아왔는데 낙원상가 악기상에서 바이올린은 상당히 가치 있는 물건으로 매매가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십여 차례 군수송기를 타고 다니면서 장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무역업을 하신 거군요?) 그런가요? (웃음)

◆ "의류 산업에 처음으로 협동조합 방식 도입"
- 대기업이 아닌 중소 규모 업체에서 브랜드와 대리점 사업구조를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 아니신지.
▲ 사업 초기 패션 산업 유통구조는 지금과 너무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백화점과 재래시장밖에 없었어요. 전국 단위의 상권이 형성될 수도 없었고요. 그런 시기에 시장에서 시작해서 라이선스 브랜드를 도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럼 최초로 도입한 것이겠군요. 처음 도입하신 게 언제쯤이신가요? ) 그런 셈이죠.

제가 크로커다일 브랜드를 도입한 게 36년 전 정도 되었어요. 그렇게 라이선스 브랜드를 도입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대리점을 열어 갔습니다. 대리점을 열게 되니 자의 반 타의 반 사업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대리점주들이 물건을 팔게 해주어야 하니 옷을 더 열심히 만들어야 했던 거죠.

그리고 제가 패션 산업 경영에 새로 도입한 것이 바로 협동조합 방식입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입장에서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셔츠 잘 만드는 몇 분, 바지 잘 만드는 몇 분, 재킷 잘 만드는 몇 분 이렇게 분야별로 프로 사업자들을 모아서 제품을 만들고 하나의 브랜드로 판매를 하는 방식을 도입한 거죠. 품질관리는 저희가 하고요. 그렇게 하려면 그 당시는 협동조합 방식밖에 없었습니다. 대기업에 준하는 기술력과 품질관리를 그렇게 일구어낼 수 있었죠. 그렇게 사업을 하면서 현재 대리점이 전국에 380여 개, 해외에도 공장이 있어서 국내외 다 합치면 종사자가 1만여 명 됩니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 "쌀 기부는 전국 대리점을 개척할 때 나와의 약속"
-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에게 쌀 기부 사업을 해오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제가 그 당시 라이선스 브랜드를 도입하고 전국 단위에 대리점을 열어갈 때였습니다. 전국을 돌면서 대리점을 열게 되면 꼭 그곳에 보답을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업을 키우느라 바빠서 그 약속을 잊고 있다가 2년 전 칠순을 치른 이후 그 약속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그 약속, 눈물겹게 고생했던 시절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돌면서 쌀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 "손해 보더라도 소비자와의 약속은 지켜야"
- R&D(연구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기업이 아닌데도 그렇게 노력하시는 데 애로는 없으신지.
▲원단을 개발하는 데 4년 정도 연구개발을 하고 개발 한 것 중 1/10만 성공한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패브릭 회사를 하나 인수했는데 주요 고객층이 중저가 브랜드를 입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연구개발한 원단을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판매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개발한 원단은 고급 브랜드 옷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저희 옷의 주요 소비층인 중장년 가장들이 한 달에 15만원 이상을 의류비로 지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가격을 책정합니다. 그럴 경우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하고 때로는 역마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전에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기사님이 저희가 만든 폴라 T셔츠를 입고 계셔서 좋아 보인다고 하니 그분이 신이 나서 딸이 선물한 것인데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몇 년째 계속 입는다고 자랑을 하셨어요. 사실 그 옷은 저희가 과거의 생사 혼용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객을 위해 가격도 올리지 않고 판매하는 제품이었죠. 우리 옷을 입어주는 고객들을 위한 보답 차원으로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김경선 소장과 대화하고 있는 서대표 [김경선 소장 제공]

◆ "스마트 공정도 마지막은 인간의 손길 필요"
- 대표님 회사도 최근 스마트 공장 추세에 따르고 계신지.
▲ 저희도 물론 새로운 설비 도입과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품은 결국 사람의 손을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이 깃들어야 좋은 옷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 후배 사업가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 저는 후배 사업가들에게 항상 세 가지를 유의하라고 얘기합니다. 첫째는 '한 가지에만 올인하지 말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밑천은 남겨두어야 한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너무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하는 조언입니다. 둘째는 '상표권은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미리 등록해 두어야 한다.' 셋째는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고 확인해라. 모르는 게 문제이고 죄가 되지, 물어보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주변에 답해 줄 사람은 많다.'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
온갖 어려움을 겪어내면서 자신의 사업을 굳건히 일구어낸 서순희 회장님은 사업가이기 전에 정말 강인한 어머니였다. 홀로 딸을 키운 한부모로서 딸과 자신은 서로에게 나침반이었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모성애임이 느껴졌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시 일어서서 지금의 중견 패션 그룹을 만들어낸 것은 특유의 강인함과 열정 그리고 어려움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줄 아는 오기를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가진 것을 사회에 지속적으로 환원하고 이윤 극대화보다 고객의 만족을 우선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사업가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쉽지만 결코 실행하기 어려운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그의 사업 원동력이 결국 넓게 확장된 모성애라는 사랑에 기반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들었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1991년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 대부분을 고용노동부에서 보냈고,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은퇴 후 공직생활에서의 경험과 역량을 MZ세대 직장인들과 공유하고자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kyoungseon04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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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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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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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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