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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실리콘밸리 아일랜드] ①'감자농사' 빈국서 1인당 명목GDP 세계 2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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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기획
바이든 포함 미 대통령 24명이 아일랜드계
한·아일랜드 수교 40년에도 '낯선 나라'
광우병 중단 23년 만에 소고기 수입 임박

뉴스핌이 아일랜드를 찾아갑니다. 한반도의 3분의 1 땅에 인구 500만의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는 영국의 오랜 식민지배를 받았습니다. 아일랜드공화국(Irish Republic, 수도 더블린)과 영국령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수도 벨파스트)로 나뉜 분단국가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는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아일랜드에 주목한 건 글로벌 최저 법인세 정책 등으로 1인당 GDP 세계 2위로 자리매김한 배경과 속사정이 궁금해서입니다. 평화 협정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 아일랜드의 사례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현지의 전문가와 학자⋅외교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그 해답을 모색하는 진지한 여정에 함께해 주십시오.

[서울=뉴스핌] 이영종 전문기자 =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리피 강변에는 헐벗은 남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리지어 선 동상이 있다.

식민 통치기인 1845년 감자 역병과 영국 정부의 방치로 820만 명의 인구가 불과 10년 만에 650만 명으로 줄어든 대기근(The Great Famine)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물이다.

무려 170만 인구가 굶어죽거나 미국과 호주·캐나다 등지로 떠났다. 1911년 인구통계는 인구 440만 명으로 기록돼 있다.

[목헌 교수의 더블린 서신] 글싣는 순서

1. '감자농사' 빈국서 1인당 명목GDP 세계 2위로
2. 대기근으로 인구 3분의 1 잃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잘사는 비결
3. 더블린 산책과 함께 하는 역사 기행
4. 영국의 강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독립 투쟁
5. 아일랜드 글로벌 최저 법인세의 두 얼굴
6. 아일랜드의 세계 최고 기업들…기네스맥주에서 의료기기까지
7. 아일랜드 교육의 백미...중고생에 숨통 트여준 전환학년제
8.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평화로 (上)
9.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평화로 (下)
10. 한·아일랜드의 디아스포라와 재외동포 역량
11. 골칫덩이 국가에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위기극복 DNA 채워진 아일랜드 (끝)

지난 2021년 기준 아일랜드 인구는 498만 명. 여전히 대기근 참상 당시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기근을 피해 떠난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성공과 영광도 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제46대 미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지미 카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존 F 케네디 등 24명의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계다.

1963년 6월 아일랜드 국회에서 연설한 케네디 대통령은 "나의 증조부가 아일랜드를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이 곳 의회에 (아일랜드 의원 자격으로) 앉아 있었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아일랜드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더블린 시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미국 인구 3억 3800만 명 가운데 3500만 명이 아일랜드계로 분류된다.  

분쟁에 휩싸인 아일랜드인들의 삶을 그린 영화 '벨파스트'(2022, 케네스 브래너 감독)는 "아일랜드인은 떠나기 위해 태어난다"는 대사로 이런 역사를 함축했다.

아일랜드의 문호(文豪) 제임스 조이스가 "떠나가는 그들에게 머무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묘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리피강변에 있는 동상. 19세기 말 감자농사 흉작으로 인한 대기근 당시의 참상을 그리고 있다. [사진=잉글랜드로드 블로그]

'유럽의 아프리카'에서 해외기업 유치로 우뚝

하지만 지금의 아일랜드는 이전과 확 다르다.

여운기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전 아일랜드 대사)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한때 '유럽의 아프리카'로 불리며 '감자농사나 지어 먹고사는 가난한 섬나라'로 여겨졌던 아일랜드는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지표가 이를 명료하게 알려준다.

지난 2022년 기준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 10만 2217달러.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다.

페이스북 본사인 메타와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트위터・IBM・인텔・존슨앤존슨 등 무려 700여개에 이르는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다.

이 곳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배경이다.

비결은 12.5%인 글로벌 최저 수준의 법인세 세율이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 2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우리나라 법인세는 최고 25%이고 지방세까지 감안하면 27.5%"라면서 브렉시트(Brexit) 이후 각광받고 있는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을 예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일랜드는 다양한 세제혜택을 가미함으로써 외국계 투자기업의 대거 유치에 성공했고, 낮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전체 세수의 20%를 이렇게 거둬들이고 있다.

27만개의 일자리 창출도 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데 뒷심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세제 제도를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법인세를 올리면 더 많은 세입이 가능했겠지만 아일랜드는 12.5%를 고수했다.

제도상의 뒷받침에다 EU회원국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영어 사용권이란 점도 미국 등 서방의 기업이 몰리는 요인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가장 안정적인데다 유연한 고용시장과 높은 인력수준도 매력 포인트다.

[더블린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아일랜드 더블린 시민들이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대응 조치로 문닫은 펍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11.22

 ◆ 독일⋅프랑스의 법인세율 상향 압박에 조세경쟁력 '빨간불'

물론 이런 성장에는 그늘도 없지 않다.

미국을 위시한 다국적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아일랜드 경제의 실상이 왜곡되고, 경제 지표들이 제대로 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이 이런 상황을 아일랜드 전래동화 속 요정의 이름에 빗대 '레프러콘 경제(Leprechaun Economy)'라고 폄하했던 게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최저세율에 대한 독일⋅프랑스 등 여타 유럽 국가들의 비판과 견제가 강해지면서 15%로 맞춘 세율을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고, 아일랜드도 이에 동의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국 조세재단이 공개한 국제 조세경쟁력 지수를 보면, 한국의 세금 경쟁력은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12위였는데, 지난해에는 25위로 13단계 하락했다.

그런데 아일랜드는 법인세율 상향조정 압박 요인 등으로 19단계 하락해 가장 낙폭이 컸다.

여기에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도 부담이다. 아마존과 트위터 등 미 IT(정보기술) 업계가 대규모 감원에 들어가면서 아일랜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이낸션타임스는 지난해 11월 17일자 보도에서 "미국 거대 IT기업의 감원으로 단기적으로 아일랜드에서 수백 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거대 기술기업에 의존하던 아일랜드에 경종이 울렸다"고 전했다.

물론 아일랜드가 누리던 혜택이 당장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화이자는 지난달 1일 더블린의 생산 공장에 12억유로(약 1조64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화이자가 아일랜드 법인에 대한 투자 가운데 최고 금액을 투자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 "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 尹정부 '담대한 구상'과 접목 가능"

아일랜드는 12세기 중엽부터 750년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훨씬 앞서 5세기 무렵 켈트족과 게르만족의 충돌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켈트 계 게일족인 아일랜드인과 게르만 계 앵글로-색슨족인 영국인 사이에는 뿌리 깊은 민족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일랜드섬 32개 주(county) 가운데 26개는 독립해 1922년에는 아일랜드 자유국을 설립했고, 북동부 6개주는 영국령 아일랜드로 잔류하면서 분단됐다.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공화국 정부, 북아일랜드 사이에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 일명 벨파스트 협정)'으로 불리는 평화협정이 맺어짐으로써 합의 이행 형태의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됐다.

이후 국경이 철폐되고 남북 양측의 수반을 대표로 하는 공동회의체를 통해 정책을 협의하고 12개 경제분야 합의사항 이행 등 교류⋅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시위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몬 맥키(Eamonn McKee) 전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한반도 통일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고, 특히 남북한의 분단이 70년 넘게 지속된 상황이지만 아일랜드 평화 구축의 경험은 한국민에게도 관심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 이행 과정에서 가장 난제 중 하나였던 북아일랜드 반영(反英) 테러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무장해제는 한반도 통일이나 북한 비핵화에 좋은 시사점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정노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저자)은 "체제 대결이나 흡수형 통일이 아닌 합의형 평화 프로세스를 이행중인 아일랜드의 노정과 경험을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덕수궁 석조전 지은 고종황제 재정고문은 아일랜드인

한국과 아일랜드는 올해 10월 수교 40년을 맞는다.

양국은 아픈 식민통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고 분단경험도 있다. 분쟁과 갈등이 지배하던 빈국에서 단기간에 경제적 부흥을 이룩한 성취도 함께한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부인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가 한국을 '아시아의 아일랜드'라 부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아일랜드 교류는 공식 수교 훨씬 이전인 19세기 말에 시작됐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왼쪽)과 소냐 하일랜드 아일랜드 외교부 다자·정무차관보가 14일(현지시각) 더블린에서 제2차 한·아일랜드 글로벌 이슈 정책협의회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외교부]

최초의 해외 유학생으로 미국에 갔던 유길준은 1885년 귀국길에 유럽을 경유하면서 아일랜드를 찾았다. 1892년부터 고종 황제의 재정고문으로 임명돼 덕수궁 석조전 건축과 파고다공원(현 탑골공원) 건설을 주도한 존 맥리비 브라운이 아일랜드 사람이다.

작곡가 겸 지휘자인 안익태는 1938년 2월 아일랜드 라디오 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 자격으로 더블린의 게이어티 극장(Gaiety Theater)에서 코리아 판타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오랜 교류 역사와 경험 공유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아일랜드는 서로에서 낯선 나라다.

최근 아일랜드에서 신세대를 중심으로 K-팝 등 한류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최근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SE) 사태로 23년간 수입을 금지해온 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을 위해 막판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운기 이사장은 "아일랜드 대사로 근무하면서 아이리시 음악이나 문학에 우리처럼 한(恨)이 깃들어 있다는 걸 느꼈다"며 "한-아일랜드 40년을 맞는 올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인세 인하 등으로 해외 유수 기업의 유치에 성공해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낸 아일랜드는 2023년 복합위기 봉착을 맞고 있는 한국에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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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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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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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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