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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작가 정현,시련 겪은 대상에 깃든 '생명성'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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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30여년 작품여정 망라
침목,폐철근,잡석등 비전통적 재료 속 힘에 주목
거리갤러리의 설치작품, 2024년 6월까지 전시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조각가 정현(Chung Hyun, 66)은 대체불가능한 작가다. 겉모습은 사람 좋아보이는, 차분하니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펄펄 끓는 용암이 솟구친다. 가슴 속에 용광로를 품고 사는 작가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정현 '무제'.30.5x23x33.3(h)㎝,석고,1998 [사진=성북구립미술관] 2022.12.04 art29@newspim.com

정현은 남들이 즐겨 쓰는 대리석이나 결 고운 목재같은 전통적인 조각재료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작가인 그를 사로잡는 것은 용도폐기된 철로 침목이라든가 녹슨 철근, 파쇄공, 콜타르, 잡석 따위다.

이들 비전통적인 재료를 중심으로 정현은 재료들의 질감과 물질성,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생명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의 정신성과 실존의 에너지를 끝없이 질문하고. 탐색하며, 재조명한다. 따라서 정현의 작품은 지극히 심리적인 조각이다. 내면에 분노와 열정을 감추고 있는 작가 자신이 고스란히 투영된, 강하고 아프며 거친 작품들은 종국에는 그 절실한 생명력 때문에 더없이 아름답다. 그 역설이 다른 조각가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자성이자 개성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정현의 유학시절 조각 '무제'. 24.5x20.7x47.7(h)㎝ 마닐라삼,석고.1989 [사진=성북구립미술관] 2022.12.04 art29@newspim.com

오로지 진실을 향해 수많은 날들을 번뇌하고 인내하며, 던지고 깨며 근본을 깊숙히 파고든 정현의 작업들은 그래서 대단히 힘차고 생생하며 진솔하다.   

정현이 서울 성북구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시간의 초상:정현'이란 타이틀로 초대전을 연다. 오랜 시련과 갈등, 절망을 견뎌온 대상들에 깃든 생명력을 다룬 특유의 조각을 필두로, 유학시기 작품과 최근 제작한 신작까지 다양한 시기 작품을 한자리에 모두 풀어냈다. 

1980년대 후반 초기작부터 2022년 최신작까지 작가의 30여년 작품여정이 총망라된 이번 작품전(12월4일까지)에는 미공개작을 포함해 조각및 설치 84점과 드로잉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또한 성북구립미술관의 외부 공간인 '거리갤러리'에서는 정현의 신작 침목(枕木) 연작과 짤막한 폐철근을 메타세쿼이아처럼 박아올린 전신주 작품 등 다양한 설치작품 12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공공조형물 프로젝트는 오는 2024년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성북구립미술관의 기획전시 '시간의 초상:정현' 3층 전시전경. [사진=성북구립미술관]. 2022.12.04 art29@newspim.com

정현은 조각가로서 평생 '인체'를 화두로 삼아 '인간'과 '조각'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일체의 관습과 껍데기를 벗겨내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고통과 시련까지 끌어안은 초상을 표현하기 위해 끈질기게 사유하고, 고뇌해온 것이다.

1980년대 후반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정현 역시 리얼리즘 조각에 경도돼 있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2점의 사실적 조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유학을 계기로 기존의 아카데믹한 조각에서 벗어나, 인체의 운동감과 추상성이 도드라진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어설퍼도 내 것이 담긴 것을 해야겠다'며 조소용 주걱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와닿는 각목이나 삽으로 흙덩어리를 치대거나 잘라냈다. 이 무렵 정현의 작업은 인체의 세부형태는 생략되고, 과감한 동작과 감정들이 생생하게 드러난 Mass(덩어리)들이 거친 비정형성을 띄고 있다.

이후 작가는 기존 인체조각의 고정화된 관습을 뛰어넘기 위해 살점과 내장을 모두 걷어내고, 뼈대만 앙상히 남은 선적인 인체 조각을 제작했다. 인체의 강한 동세와 함께, 깊은 절박감이 강조된 신체 조각들은 '인간 실존'이란 근원적 명제에 닿아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정현 '무제', 54.5x19.5x21.8(h)㎝, 석고,1988. [사진=성북구립미술관] 2022.12.04 art29@newspim.com

1990년대 중반부터는 조각도구와 제작방식에 더욱 과감한 변화를 주며 우연성이 중시되는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당시 조각들은 불규칙적이고, 미완성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다. '완벽한 형상'을 만들기보다 툭툭 던지거나 깨부수고 덜어내는 작업을 통해 생생한 내면을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정현은 "갈등과 헤매임을 드러내는 게 작품이라 생각한다. 모든 게 다 드러나면 그건 결정체니까"라고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정현은 비전통적인 재료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침목, 석탄, 잡석, 아스콘, 폐철근 등을 소재로, 재료의 물질성에 주목하며 단순하면서도 파워풀한 작품을 내놓았다. 특히 30대 중반 침목을 만난 것은 그에게 큰 변곡점이 됐다. 흙작업을 하며 많은 고민을 하던 그에게 침목은 자신이 껴안고 있던 고민보다 몇십배 큰 것을 품고 있는 대상이어서 '그 자체가 조각'임을 간파하게 했다.

육중한 기차바퀴가 지나칠 때마다 그 어마어마한 무게를 견디며 아래로는 돌들로부터 찍히면서 무수한 상처와 흔적이 새겨진 침목을 처음에 작가는 도끼로 파내며 속살을 드러내려 했다. 그러나 속살을 파낼수록 침목의 투박한 질감이 사라지자, 그는 침목을 툭툭 잘라 서있는 사람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매우 단순한 이 형태는 침목의 거친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시련과 절망을 이겨낸 존재의 '감출 수 없는 기(氣)'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서울 성북동 성북구립미술관 앞 거리갤러리에 설치된 정현의 신작 '무제'. 정현의 침목 조각과 폐철근 조각 등 12점이 설치된 거리갤러리 전시는 오는 2024년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성북구립미술관] 2022.12.04 art29@newspim.com

최근들어 작가는 침목 작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두다리와 몸통은 그대로 폐침목으로 표현하고, 단전에서부터 올라가는 중간 부분에 금속재료를 끼워넣어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이는 시련만큼이나 강한 정신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억압과 절망을 이겨내는 정신, 그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신작은 성북구립미술관 바로 앞 거리갤러리에 파쇄공 작품 등과 함께 설치돼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거리갤러리에 놓인 낡고 큰 파쇄공 작품 또한 정현의 남다른 고집과 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느 날 제철소를 찾았던 작가는 잿빛의 구형 덩어리를 마주쳤다. 시멘트덩이인줄 알았으나 쇠를 파쇄하던 파쇄공이었다. 쇠에 붙은 불순물을 골라내기 위해 높이 25m에서 무수히 수직강하를 반복하던 이 쇠공은 처음 20톤이었던 것이 4~5년, 길게는 7~8년 바닥으로 내리꽂하느라 무게가 반으로 준 것이다. 표면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어, 짓무르고 파인 흔적의 범벅이었다.

자기 몸이 절반으로 줄정도로 깎인 이 파쇄공만큼 시련을 겪은 물질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하는 마음에 숙연해진 정현은 이를 스튜디오로 가져왔다. 그리곤 짓이겨진 표면에 왁스칠을 하고, 비를 맞아 녹이 슬면 다시 다듬고 왁스칠을 하며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몸이 부셔져라 처절한 시련을 겪었으나 결코 비루하지 않고, 당당함을 지닌 파쇄공에 경의를 표한 작가는 그 시련의 결정체에서 어쩌면 가정과 자식을 돌보느라 허리가 휘도록 일해온 우리의 부모들을 본 건지도 모른다. 

[서울 뉴스핌] 성북구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조각가 정현. 작가 뒤로 강원도 고성 산불에서 수습한 불탄 나무들을 되살린 설치작품이 보인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2.12.04 art29@newspim.com

불에 탄 나무를 쌓은 설치작업에서도 버려진 것들을 돌아보는 작가의 남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로 잿더미가 된 나무토막을 수습해온 정현은 이 나무들에 더 강한 불을 쐬여 다시 그을리게 한 뒤, 하얗게 반짝이는 금속못을 곳곳에 박아넣어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리곤 이를 미술관 2층 한켠에 켜켜이 쌓아올렸다. 그저 검은 가루가 됐을지도 모를 불 탄 나뭇덩이들이 어두운 전시실에서 밤하늘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폐철근을 잘라 전봇대처럼, 나무처럼 높이 이어붙인 9m 높이의 조각 또한 지극히 신산스런 작업이지만 강력한 '회복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용도폐기된 재료들을 보듬어 안은 뒤, 자신의 분노를 그 보잘 것 없는 것들 속에 담아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맥을 같이 하는 작업이다.

[서울 뉴스핌] 정현의 드로잉 연작. 종이 위에 오일바. [사진=이영란 기자] 2022.12.04 art29@newspim.com

정현은 드로잉 작업도 독특하다. 찐득찐득한 콜타르로 굵고 과감하게 그어간 그의 검은 드로잉은 작가의 모든 감정선과 신경선들이 응축된 것이어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정현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1990년에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파리, 뉴욕, 도쿄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2016년 파리 팔레루아얄 정원에 설치된 '서 있는 사람'전시는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생-클루 국립공원에서도 연이어 개최됐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김세중미술관, 김종영미술관, 소마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뉴욕 힐우드미술관, 베이징 중국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전시및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우현예술상(2017), 김세중조각상(2013)을 수상했다. '2006 올해의 작가'(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김종영미술관, 2004) 등에 선정되기도 한 정현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소마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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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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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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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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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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