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불법TM의 세계] "공모주 상장일은 '계약 파티'"…'가망자'를 확보하라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불법 TM의 세계] ② 영등포구 B지사 잠입취재기
"비상장주는 블루오션"…다들 '해먹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모주 상장 전날은 가망자 확보하는 날…"수익률 70%, 무조건입니다"

[편집자] 뉴스핌은 [비상장주 '피싱'] 기획을 통해 최근 피해를 호소하는 비상장주 사기 사건을 계획적인 피싱 범죄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을 전달했다. 영업자들이 모인 불법 TM(텔레마케팅)조직은 '비상장주 피싱'을 가능케 하는 필수 조건이다. 불법 TM조직은 비상장 주식뿐만 아니라 주식, 리딩방, 재테크, 코인 등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뻗어갈 수 있었고, 실제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자(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이에 뉴스핌은 불법 TM조직에 접근해 잠입 취재를 하는 등 이들의 실체를 파악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아침 조회합시다."

오전 9시가 되자 본부장은 사무실 문을 닫았다. 정확히는 잠갔다. 이른 시간부터 전화를 돌리는 영업자들의 '멘트' 아래로 도어락 잠김 알림 소리가 깔렸다.

9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B지사의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조회는 오전 9시와 오후 1시, 하루 두 번이다. 조회 시간엔 영업자들이 확보한 '가망자'가 몇 명인지 공유한다. 가망자는 영업에 걸려들 것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B지사의 사무실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고층부에 자리한다. 1층 안내판에 적힌 상호명과 달리 사무실 앞에는 아무런 간판도 붙어있지 않았다. 간판이 떼어진 흔적만 남아있다.

사무실은 20여명이 근무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푸른 칸막이가 있는 4인용 책상 4개와 본부장을 비롯해 관리자급 책상 2개가 놓여있었다. 창가 쪽엔 탄산음료, 주스, 과자, 햄버거, 컵라면 등이 갖춰진 탕비실이 있다.

이날 총인원은 기자 포함 9명이다. 영업자들의 연령대는 20~30대 초반이었다. 출근한 지 사흘째인 사람부터 6개월째인 사람, 1년 정도 된 사람 등 근무 기간은 다양했지만 장기근속자는 없었다. 젊은 영업자들은 톰브라운 셔츠, 베르사체 티셔츠 등 의류에서부터 발렌시아가 슬리퍼, 구찌 클러치, 금목걸이 등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일한 지 오래된 영업자일수록 걸친 명품이 많아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TM영업이 얼마만큼의 금전적 이익을 안겨주는지 가늠케 했다.

◆ "비상장주는 블루오션…다들 '해 먹기' 전에 우리가 먼저"

B지사는 3개월 전부터 비상장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면접 당시 B지사 대표는 기자에게 원래 코인 영업을 하려고 했으나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검찰이 코인 쪽을 예의주시하는 것 같아 당분간은 비상장주식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상장주식의 수익률이 생각보다 "너무 좋다"며 2024년도까지 팔 종목을 마련해 뒀다고 했다.

B지사의 본부 규율.

그의 말에 따르면 비상장주 TM영업 방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지사의 대표 격인 '총판'이 직접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통해 500원, 1000원, 10원 등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산 뒤 TM조직을 통해 1만5000원, 2만원, 심하게는 5만원까지 폭리를 취해 파는 방법이다.

또 다른 경우는 B지사처럼 비상장사 대표와 직접 접촉해 브로커 역할을 하는 거다. 회사로부터 직접 주식을 받아오면 회사가 비상장 거래 플랫폼에서 주가 방어를 해줄 수도 있고, 투자자가 회사로 전화했을 때 대응이 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다.

두 방식은 투자금을 받는 방식도 달랐다. 전자의 방법은 영업자들이 비상장사 계좌가 아닌 대주주 명의의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한다. 사실은 대포통장이다. 반면 비상장사와 함께 영업하면 회사 법인 계좌로 입금하라고 안내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상장사와 TM조직이 함께 움직이면, 영업에도 좀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비상장사에서 언제 보도자료를 뿌릴지, 어떤 내용의 보도를 할지 등을 미리 TM조직에 언질을 주기 때문이다. 영업자는 이 정보를 토대로 전화를 돌리면서 "다음 날 오후 1시 어떤 기사가 나올 예정"이라며 고급정보인 양 고객들을 설득한다. 영업자가 말한 대로 기사가 나온 것을 확인한 고객들은 투자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들은 이런 걸 '엠바고 호재'라고 불렀다.

B지사는 비상장주 영업의 장점으로 '업셀'을 꼽았다. 업셀이란 여러 번에 걸쳐서 같은 사람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내는 것을 말한다. 즉 주식리딩방은 가입비 명목으로 딱 한 번 투자금을 받아낼 수 있지만, 비상장주는 소액투자 고객일지라도 2번, 3번에 걸쳐 주식을 사도록 계속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지사에서는 업셀 10회가 최고 기록이라고 했다. 영업자가 한 명의 고객에게 10차례에 걸쳐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B지사도 원래는 리딩방을 운영했다. 그러나 대표는 "리딩업체도 많이 벌 땐 (영업자들이) 한 달에 1억원씩 가져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500만원 가져갈까 말까"라며 "너무 많이들 해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장주는 지금이 블루오션이니 많이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며 "이미 영업자들이 다 뽑아 먹고 나서 비상장주 한다고 하면 이미 늦는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면접을 본 날은 S사가 코스닥에 상장된 날이었다. 대표는 S사에 몰린 청약증거금 20조원가량을 비상장주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의 '투심(투자 심리)'이 곧 TM조직이 노리는 먹잇감이었다.

◆ 공모주 상장 전날은 가망자 확보하는 날…"수익률 70%, 무조건입니다"

면접일처럼 공모주가 상장하는 날은 '계약 파티' 날이라고 부른다. 파티 전날엔 가망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기자가 출근한 지난 3일은 또 다른 기업 SS사의 코스닥 상장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조회를 시작하자마자 본부장은 "4일은 상장 종목이 나오는 중요한 날"이라며 "신청서를 받기 위해 분발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가장 많은 신청서를 받은 사람은 출근한 지 사흘째인 여성 영업자였다.

S사와 SS사는 B지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코스닥 상장 전에 이들 주식을 B지사가 판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모주가 상장하는 날은 돈이, 투심이 몰리는 날이었다. B지사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였다.

이들은 마치 SS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사모펀드 전환사채 물량이 있다면서 회사 보유분을 고객들이 신청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내용이었다. SS사의 공모가는 이미 3만5000원으로 정해진 시점이었는데 이들은 상장 전 주주모집 가격인 2만원에 팔겠다고 고객들을 꼬드겼다. 영업자에 따라서 특별공급 물량이라고 둘러대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다음날 상장하는 주식을 확정 공모가보다 싸게 팔겠다는, 즉 24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7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이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가망자 확보'를 위해서다. 전화를 끊고서 이들은 곧장 카카오톡 메시지로 설명자료와 URL 보냈다. URL에 접속하면 이름, 성별, 주민등록번호, 주소, 매수 희망 주식 수 등을 입력하는 특별공급 물량 신청서가 나온다. 매수를 희망하는 주식 수까지 입력하도록 함으로써 B지사는 해당 고객이 얼마까지 여유자금이 있는지 파악하려는 의도다.

신청서를 쓴 고객 중 SS사의 주식을 받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날 오후 늦게 혹은 다음 날 다시 전화를 돌린다. 마치 실제로 상장까지 하는 유망한 주식을 판매하는 투자자문업체라는 이미지까지 얻게되는 셈이다.

"선생님 보셨죠? 어제 특별공급 물량이 워낙 적어서 아쉽게도 배당은 못 받으셨지만, 수익률은 확인하셨죠? 이래서 비상장주는 1차 공모 때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저희는 비상장주 투자를 도와드려요. 1차 주주모집 때부터 들어가면 70%가 아닌 400~500% 수익률 예상하실 수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상장 예정인 회사 주주님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소액이라도 한번 발을 담가보세요."

이때부터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다. 이들이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공모주 상장일을 '계약 파티' 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heyji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