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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가문의 흑막] ③ 칼맞은 외할아버지와 총맞은 아베의 평행이론

기사입력 : 2022년07월14일 09:27

최종수정 : 2022년07월19일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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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전범에서 '미국의 양치기'로 변모한 기시 노부스케
19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으로 재군비 길 열어놓고 칼맞아
아베의 평생 숙원 평화헌법 개정은 외할아버지 최대 유지 받든 것

[편집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망함으로써 한일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아베의 사망은 단순히 일본 보수우익 아이콘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와, 이의 지지로 자리에 오른 현 기시다 수상은 기존의 아베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함으로써, 아베의 필생 숙원이었던 평화헌법 개헌론이 일본 정가를 점차 뜨겁게 데우고 있다. 일본은 과연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는가. 일본 정가의 풍향계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아베 가문과 아베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에 아베 가문과 일본 정치사의 흑막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아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 이후 미·일동맹에서 양치기 이상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제국주의 전쟁기계'의 핵심 톱니바퀴였고, 전쟁 이후에는 일본에서 미국 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축이 됐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A급 중대 전범이었던 기시를 미국이 사형시키지 않고 구제했기 때문이다.

스털링(Sterling)과 페기 시그레이브(Peggy Seagrave) 부부가 함께 저술한 책 『황금 전사들 : 야마시타 골드를 찾으려는 미국의 비밀스런 작업(Gold Warriors : America's Secret Recovery of Yamashita's Gold』은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956년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기시를 자민당의 우두머리이자 새 총리로 만들기 위해 매우 길고도 어려운 노력을 했다. … 10년 동안 기시는 '미국의 소년'으로 몸치장을 했다. … 미국의 일본평의회는 마치 쥐 같은 기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게 일했고, 영어로 그를 지도했으며, 스카치(위스키)를 사랑하도록 가르쳤다. 그들에게 기시는 일본에 남아 있는 '미국의 유일한 대안(only bet left in Japan)'이었다."

[아베 가문의 흑막] 글싣는 순서

1. 재일교포가 아베 父子를 키웠다 
2. 아베 가문과 통일교의 유착
3. 칼맞은 외할아버지와 총맞은 아베의 평행이론
4. 日 역사 교과서 왜곡, 아베로부터 비롯됐다
5. 아베는 이토 히로부미 '적자', '야마구치 정권' 끝나나
6. 日 평화헌법 개헌될까...한일 관계의 미래

일반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범들을 다룬 도쿄재판은 엄청난 흑막 속에 정작 처형을 받아야 할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엇갈린 엉터리 혹은 사기극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1937년 12월 난징 함락 당시 난징 사령관으로 대학살의 실제 주모자인 아사카미야(朝香宮, 1887~1981)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맥아더 장군 밑에서 정보국장을 맡아 미국의 첩보작전을 이끌었던 찰스 윌로비(Charles A. Willoughby, 1892-1972) 장군조차 당시 재판관 중 한 명인 롤링 판사에게 "도쿄 전범 재판은 인류 역사가 기록된 이래 최악의 위선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수십 년간 히로히토 일왕을 연구해온 도요시타 나라히코(豊下楢彦, 1945~) 간사이학원대학 법학부 교수도 "도쿄 재판은 주역을 빼놓은 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1884~1948·태평양전쟁 당시 육군대장 겸 총리) 일파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 미·일의 합작품이었다"고 정리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48년 12월 24일 스가모 감옥에서 석방된 기시 노부스케에게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가 담뱃불을 붙여주고 있다. 사토 에이사쿠도 총리 시절인 1975년 5월 19일 요정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이와 관련 독살설이 끊이지 않았다. 2022.07.14 digibobos@newspim.com

기시는 '전쟁 악마' 도조 히데키의 심복으로 그와 함께 만주 강경파 지배 집단의 일원이었다. 1941년 12월 대미 전쟁선언서에 서명도 했다. 또한 태평양전쟁 동안 군수공업부 차관과 상공부 장관을 지냈고, 강제 징용자들의 노예 노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그를 구제하고 심지어 존 덜레스 국무장관(John Foster Dulles, 1888~1959)은 "기시는 미국의 최상의 선택" "기시는 우리 편"이라고까지 말했다. 기시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는 미국 정부와 막후의 재계 및 군산복합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나온 전략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이런 노력의 결과로 기시는 1957년 드디어 총리가 되는 데 성공했고, 총리가 되자마자 곧바로 미국을 방문한다. 당시 매우 중대하고 흥미로운 장면의 하나는 프레스콧 부시 상원의원(41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 아버지,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 할아버지)이 골프를 좋아하는 기시를 불러내 함께 라운딩한 사실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57년 미국 방문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왼쪽)과 골프를 치는 기시. 오른쪽 끝이 두 명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 프레스콧 부시 상원의원. 2022.07.14 digibobos@newspim.com

부시와 기시가 골프를 치는 동안 클라렌스 딜런(Clarence Douglas Dillon, 1909~2003) 국무차관은 일본에 미군을 상주시키는 미일안보조약 문서의 타이핑 작업을 지시하고 있었고, 그와 부시 가문이 개입해 있는 군사산업 전문 투자회사 칼라일(Carlyle)은 일본 자위대에 팔 수 있는 무기의 견적을 계산하고 있었다. 칼라일 그룹은 2220억 달러 이상의 운용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펀드다. 수수께끼로 가득 찬 펀드이며, 수많은 정치인과 깊은 관계에 있어 '전직 대통령 클럽'으로도 불린다.

아베 전 총리는 그의 자서전 『아름다운 나라를 위하여』에서 6살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의 충격적인 시절을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베는 책에서 새 안보협정이 통과되기 전날인 1960년 6월 18일의 유년시절 기억을 되짚어 본다. 시위대가 의회 건물을 에워싸고 기시는 총리 관저 안에 갇혔다. 아베의 기억에 따르면 기시는 나중에 총리가 된 동생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1901~1975·양자로 가서 성이 다름)와 술을 마시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만약 이 일로 내가 죽임을 당하면 그러라지 뭐"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60년 6년 18일 미일안보조약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둘러싸인 일본 의회. 2022.07.14 digibobos@newspim.com

기시가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처음으로 추진한 일이 군비 강화였다. 그는 자위력의 범위 안에서 자위대의 핵무장도 가능하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단순 보수라기보다 거의 군국주의 극우 노선의 부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같은 만주 인맥으로 절친했던 전쟁광 도조 히데키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시는 점령군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제도들을 바로잡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사명이라고 여겼다. 특히 헌법과 미일안보조약에 대한 개정 의지가 강했다. 기시는 일본의 군사력 보유를 막고 있는 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이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면 안보조약도 대등한 내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헌법 9조의 개정에 나섰다. 사망하기 전 아베의 노선과 판박이다.

그러나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체험한 일본 국민 대다수는 기시의 뜻과 달리 전쟁국가 일본의 부활에 우려하는 마음이 여전했다. 그 결과 선거에서 사회당이 약진하며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기시의 헌법 개정은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자 기시는 헌법 개정이 아닌 해석을 통해 그 뜻을 이루고자 했다. 그 첫 번째로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에 대한 수정을 시도했다. 이때까지 일본 정부는 외국과의 군사동맹에 기반을 둔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의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기시는 해석을 재검토해 헌법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과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눌 것을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개별적 자위권의 확대도 시도됐다. 1956년 2월 일본 정부는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는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것도 합헌이라는 해석을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보유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자위를 위한 소형 핵무기는 헌법 9조 하에서도 보유 가능하다고 하면서 장래의 핵 보유가 헌법상으로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1952년에 맺은 미일안전보장조약을 개정해 보다 강력하게 일본을 동북아 지역 반공 보루로 삼는 동시에, 미국 세계 군사전략의 동반자로 삼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1960년 1월 기시는 미국으로 가서 미일 관계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고, 독자적인 외교권을 위해 미일안보조약 개정안에 조인했다. 이 정책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기시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공식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하는 한편 일본의 자주국방을 추진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60년 1월 19일 미국 방문에서 미일안보조약 개정안에 서명하는 기시 노부스케. 그 옆은 아아젠하워 대통령. 2022.07.14 digibobos@newspim.com

그러나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 제9조를 유명무실화하는 미일안보조약 개정을 위해 국회 비준을 강행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안보투쟁은 점차 반정부·반미투쟁으로 확산돼갔다. 국회는 연일 시위 군중에 의해 포위됐다.

사태의 심각성 속에서 기시는 한 때 총리 관저에서 동생 사토 에이사쿠와 함께 자살하는 것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안보조약은 참의원에서의 비준 의결 없이 날치기로 자동 승인(6월 19일)됐고, 6월 21일에 쇼와 일왕의 공표가 이루어져 새로운 미일안전보장조약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기시가 6월 23일 내각 총사퇴를 결정, 정국은 새 총리를 선출하는 수순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7월 14일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기시가 미는 관료파의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가 신임 총재가 돼 총리 관저에서 축하연이 열렸을 때, 갑자기 아라마키 다이스케(荒巻退助)라는 청년이 달려들어 기시를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60년 7월 14일 미일안보조약 개정의 여파로 괴한의 칼에 맞아 중상을 입고 실려나가는 기시 노부스케. 2022.07.14 digibobos@newspim.com

기시는 꽤 중상을 입었는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날의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범인이 우익단체에 속했었다는 내용만 나왔을 뿐 자세한 신원이나 그 후 그가 어떻게 됐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정말 기이한 나라, 일본이다.

이와 관련해 종전 이후 CIA의 핵심 협력자로 변절한 고다마 요시오의 지령에 의한 것이었다, 혹은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려는 기시의 자작극이었다는 소문만 돌아다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한 일체의 정보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보면 '모략과 공작'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이런 유혈 참극의 혼란을 치르면서 기시는 결국 자신의 최대 소망이었던 일본 재군비의 길을 열어놓았다. 대규모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 미일안보조약이 통과된 것은 일본 역사에 그리고 기시 자신에게도 획기적인 순간이었다. 그것은 전쟁과 미군 점령으로 인해 깨지고 추락한 전쟁 전 보수 엘리트들이 위신과 권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아베가 2015년 달성한 획기적인 성과도 이와 비슷하다. 2015년은 한일 수교 50주년이자, 패전 70주년, 중의원 선거를 앞둔 해였다. 아베는 55년 전 할아버지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아베는 그 속에서 친근함과 반감을 동시에 느끼는 미국이라는 지배적 존재와 마주해 일본 재무장에 대한 자신(그리고 외할아버지)의 비전을 밀어붙였다.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은 그해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집권 3년차를 맞는 아베는 장기 집권 발판을 마련했고, 그의 대외정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아베는 2019년 7월 19일 참의원 선거에서는 개헌의석수 확보에 실패했으나 "개헌은 나의 사명"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사진=아사히신문] 2022.07.14 digibobos@newspim.com

실제로 아베는 중의원 선거 승리 후 인터뷰에서 다음해(2016년) 일본 패전일(8월 15일) 담화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법안을 정비한 뒤 상반기 중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화하겠다는 방침과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과거를 털어버리려는 '역사수정주의'의 강화였다.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아베는 의회 안팎에서 시위대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19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 투표 강행에 격분한 야당 의원들을 피해 의회 밖으로 피신하기 위해 경찰을 불렀던 할아버지처럼 극한 상황으로는 몰리지 않았다. 기시는 쇼와 군국주의자로서 깊은 증오와 경멸을 받았지만, 아베는 오히려 높은 지지율의 방석에 앉아 있었다.

또 아베는 기시가 그랬던 것처럼 불만을 품은 우익의 잇따른 암살 시도를 감수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상황의 대척점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엉뚱하게 통일교와의 유착이 원인이 된 총을 맞았다.

이렇게 해서 아베와 기시 사이에는 평행이론이 완성됐다. 그들의 상황, 사고방식, 그리고 도전은 매우 놀랍도록 닮아 있다. 기시와 미국의 특별한 관계, 미·일 군사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있어 그의 핵심적 역할은 손자 아베의 행동에 매우 끈끈한 DNA를 새겨놓았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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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만 남기고... 노만석 '떳떳하게' 퇴임 [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영은 기자 = 노만석(54·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논란이 확산되자 14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퇴임사에서도 논란의 핵심인 항소 포기 과정에서의 '윗선 압력' 의혹에 대한 진실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노 대행이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에서는 항소 포기 결정에 구조적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해 퇴임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항소 포기' 정쟁 한가운데 세워놓고...'외압 의혹'엔 입 닫은 퇴임사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노만석 직무대행의 퇴임식이 진행됐고, 약 30분 후인 오전 11시경 퇴임사가 공개됐다. 특히 관심을 모은 대목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과정에서 법무부 외압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노 직무대행이 퇴임사를 통해 해당 의혹의 진실을 밝힐지 여부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끝에 사표를 낸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비공개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11.14 yooksa@newspim.com 하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은 퇴임사에 없었다. 항소 포기와 관련해 퇴임사에서 언급된 부분은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항소 포기 과정과 관련된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퇴임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시 상황과 자신의 입장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인터뷰에서 노 대행은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으면 무난했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정권과 검찰이) 완전히 역방향"이라며 "검찰청을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결이 다른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것은 나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윗선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경우 선택지는 끝까지 맞서 싸우든가 받아들이든가 딱 두 가지"라며 "(윗선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건 내 생각이고 내 결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외압을 받았다는 건 우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윗선에서 항소 포기를 요구했고 자신은 항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생각이 달랐지만, 끝까지 맞서 싸울 수 없었다는 점을 내비친 대목이다. 노 대행은 또 자신의 결정은 조직을 위한 일로 떳떳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표를 쓴 날 아침 출근길에 왜 지하가 아니라 기자들이 모인 출입문으로 걸어 들어갔는지 아느냐"고 반문하며 "조직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고, 그래서 떳떳했기 때문에 정문으로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퇴임식에서도 노 대행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정문으로 들어가고 퇴청했다. ◆ 與 이참에 '검찰파면법' 강행... "내부 우려를 항명으로 보는 것 안타까워"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금주•백승아•김현정 원내대변인(오른쪽부터)이 14일 국회 의안과에 검찰청법•검사징계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1.14 pangbin@newspim.com 노만석 대행은 스스로 '대장동 항소 포기'에 책임을 진다며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항소 포기 외압 논란이 정쟁으로 번진 만큼 검찰 조직은 외풍에 더욱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탄핵 절차 없이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검사 파면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을 '정치검사'로 규정하며 '검사 힘 빼기'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노만석 대행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의 항소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항소 불허 지휘를 한 이후, 전국 검사장 18명은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들까지 노 대행을 찾아가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노 대행은 이에 대해 퇴임사에서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조희영 전주지검 인권보호관이 글을 올려 "검사의 징계를 일반 공무원보다 엄격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라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정치 검사들의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검사들의 반발을 가용한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분쇄하겠다'며 발의한 법안이 '검사 파면법'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사 입법으로 검사 파면을 강화해도 실질적으로 검찰 업무의 성격상 파면 요건에 해당할 만한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조직 독립성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이번 법안은 당장의 정치적 시그널이나 검찰 견제 성격이 강하고, 실무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검찰의 반발을 무조건 정치적 행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abc123@newspim.com 2025-11-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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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왕수복, 광대 조건 다 갖춘 인물"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신개념 국악 방송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의 2-1편이 19일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스팟(K·SPOT)'을 통해 공개됐다. 앞서 제1화에서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준비됐다. 제1화 '광복'에서는 제1편 '작금'을 시작으로 2편 '김구, 판소리 배우다', 3편 '이승만과 아리랑', 4편 '광복군'이 공개됐다. 제2화는 '기생'을 주제로 다루며, 이날 2-1편에서는 '왕수복, 기생이 되다'를 주제로 한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 제2-1편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변상문. 2025.11.13 alice09@newspim.com 왕수복은 1917년 평양에서 태어나 2003년 사망했으며, 조선 민요를 세계에 알렸던 기생이기도 하다.왕수복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성격은 쾌활하고 명랑했다고 한다. 당시 잡지 '삼천리'에서는 '왕수복의 목소리가 청아했다',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잘 표현했다'고 평했다. 평안남도 강동군 입성면 남경리에서 태어난 왕수복은 , 화전을 일구는 농사꾼의 4남매 중 셋째다. 아버지가 이름을 '성실'로 지었으나 할머니가 '수복'으로 바꾸었고, 훗날 불같은 사랑을 나눈 소설가 이효석은 왕수복을 '실'로 불렀다. 변사로 나선 변상문 이사장은 왕수복에 대해 "그 당시 언론에서 표현하기를 '목소리가 청아했다', '조선민족의 전통적인 정서인 한을 아주 잘 표현했다'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7살 어린 나이에 부잣집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주는 일을 했다. 그때 풍금 소리를 듣고 마음 속에 내재된 소리를 하게 되고, 이를 듣게 된 선생님의 추천으로 명륜 여자 공립 보통학교에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 제2-1편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변상문. 2025.11.13 alice09@newspim.com 변 이사장은 "가난해서 3년 다니다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이후 어머니한테 기생을 권유받고, 기생 권번에 입학하게 됐다. 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소리'였다. 가곡, 민요, 시조, 판소리 등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최한이 소리꾼은 "정가(가곡·시조), 민요, 판소리 등이 전통음악의 3대장이다. 저는 국악 중·고등학교를 통해 정가를 배웠는데, 변사님은 알고 계시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변 이사장은 "시조는 가난한 사람들이 장구 장단에 맞춰서 부르는 것이고, 삼현육각 제대로 깔고 부르면 가곡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 소리꾼은 "'가난'이라고 말하신 것은 개그인 걸 알고 있다. 삼현육각 편성 유무에 따라 정가가 나뉘기도 한다"라며 "시조는 한시와 고시를 가지고 운율을 붙여서 부르는 노래로, 사랑방 음악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 제2-1편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변상문. 2025.11.13 alice09@newspim.com 이어 "맑은 소리는 경기 민요, 한의 정서는 판소리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진도 아리랑' 한 구절을 가창했다. 그러자 변 이사장은 "우리 음악은 애이불비(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않다는 뜻)하고 낙이불류(즐거워도 지나치게 들뜨지 않다라는 뜻)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절제의 미악이 바로 우리의 소리"라고 정의했다. 또한 변 이사장은 "왕수복은 이렇게 노래뿐만 아니라 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등 악기도 배웠다"고 말했다. 이에 최한이 소리꾼은 즉석에서 가야금 연주를 선보였다. 이후 최한이는 광대(조선 말 소리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에 얽힌 판소리를 가창하며 "광대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인물치레, 두 번째 말 잘하는 사설치레, 그리고 다음이 득음이고 춤"이라며 "왕수복은 이를 다 갖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alice09@newspim.com 2025-11-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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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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