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거래 증가 등 이상 징후에 발표 연기한 정부
단기적 시장 영향 크지 않아...향후 일정 및 조사 절차 구체화 필요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4월로 예정됐던 수도권 공공택지 발표가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주택 공급 지연으로 인한 집값 불안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으로 공공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정부는 후보지에서 거래를 조사해 의혹을 해소한 뒤 후보지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후보지 발표 연기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구체적인 계획 제시 등 시장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예정대로 발표한다 했지만"...투기 의심 정황에 연기된 공공택지 발표
2일 정부에 따르면 공공택지 후보지들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가 연기됐다.
정부는 지난 29일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도시재생 선도사업 후보지와 행복도시 추가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규 공공택지는 울산 선바위와 대전 상서 등 지방 택지 2곳만 발표했다.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는 하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4 공급대책에서 공공택지로 수도권 18만가구·지방 7만가구 등 총 25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1·2차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로 수도권에서는 광명·시흥에 7만가구를 확보했고 지방에서는 부산 대저·광주 산정·울산 선바위·대전 상서 등에서 4만9000가구를 확정지었다.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 연기로 수도권 11만가구를 포함해 총 13만1000가구는 확보되지 못한 상태로 남게됐다.
4월에 모든 후보지를 발표하기로 한 정부 계획과 달리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가 미뤄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공공택지로 지정됐던 광명·시흥지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공택지 지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발표 일주일 전인 2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말 추가 신규택지 발표 등 후속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지방 택지 후보가 발표되긴 했지만 일주일 사이에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 발표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후보지들에 대해 토지거래 동향을 조사한 결과 특정시점에 거래량이 2~4배 증가하거나 외지인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달하고 인근지역의 1.5배 이상 지가변동률이 높게 나오는 등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정황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특정 후보지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토지거래량이 56건에 지분거래 비율이 18%였으나 하반기에 거래량 453건에 지분거래율이 87%까지 크게 늘어나는 등 특이 거래동향이 보였다.
이로 인해 국토부는 내부 논의와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후보지 발표 후 심층조사를 하는 것보다 심층조사 후 발표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와 발표계획을 미루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 우려가 덜하고 후보지로 많이 거론되지 않은 지역 중심으로 거래 동향등을 살펴봤는데 예상외로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내부 논의에서 수사를 통해 최대한 안전하게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발표를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 "시장 영향 크지 않아...공급 차질 장기화시 불안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택지 발표 연기가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계획 발표와 함께 주택 공급이 되는 것이 아니고 최종적인 주택 공급까지 긴 과정에서 보상이나 인허가 절차에서 속도를 내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7월부터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이 적지 않아 공급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LH사태로 인해 공공이 추진하는 공급정책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해 신뢰를 회복하는게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조금 늦어지겠지만 주택 공급은 예정대로 되는 것인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에 퍼져있는 불신과 투기 의혹 해소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가 장기화되거나 다른 후보지를 선택하게 될 경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집값 상승등 시장 불안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후보지 수사를 하거나 다른 후보지를 찾는데 1~2년 이상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정부가 약속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가격 상승과 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택지를 통한 주택공급은 역점사업인 만큼 시간이 걸려도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불안을 덜기 위해 후속 계획 일정을 명확히 공개하고 후보지에서 투기 의혹 거래 조사 절차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수사 결과가 사업 추진에 변수가 될 수는 있지만 계획대로 추진 될 것으로 본다"며 "사업 추진 계획 연기로 시장의 불안감이 생길 수 있는만큼 향후 구체적인 일정과 조사 절차등을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