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소방대원 폭행 피해 600건에 달해
소방대원 폭행 피해 신고 의무화, 인식 개선 등 급선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8시쯤 은평소방서 소속 소방대원이 119 신고를 받고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으로 긴급 출동했다. 현장에는 시민 A(62) 씨가 안면부 출혈로 쓰러져 있었다. 소방대원은 응급처치를 실시한 후 A씨를 구급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이송 중 잠에서 깨어난 A씨는 소방대원에게 욕설을 하며 손으로 가슴 부위를 때리고 팔꿈치로 턱을 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폭행을 당하는 소방대원들 피해가 여전하다. 구급활동을 방해하면 최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도 소방대원 폭행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방대원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국회의 입법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방대원의 폭행 피해 신고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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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방대원 폭행 피해는 총 587건이었다. 연도별로 ▲2017년 167건 ▲2018년 215건 ▲2019년 205건 등으로 조사됐다. 취객에게 당한 폭행 건수는 89%(528건)에 달했다.
소방대원의 구급활동을 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소방기본법과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이다. 소방기본법 제50조는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 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19법 제28조도 정당한 사유없이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소방대원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3년간 소방대원 폭행 피해 중 가해자가 구속된 경우는 25건에 불과했다. 처벌 결과는 ▲징역 46건 ▲벌금 217건 ▲기소유예 24건 ▲선고유예 1건 등이었다. 나머지는 재판 중이다. A씨 역시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소방기본법과 119법 개정안이 잇따라 국회에서 발의됐다. 지난 2018년 여성 구급대원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18년 4월 2일 전북에서 구급활동 중 취객에게 폭행 당한 강모 구급대원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 후 22일 만에 뇌출혈이 발생해 숨졌다.
이 사건 이후 국회에선 10건의 소방기본법 및 119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2018년 5월 이재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방기본법, 119법 개정안은 상해에 이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하고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박인숙 의원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자고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권칠승·이용호·정갑윤 의원 등이 비슷한 취지와 내용으로 관련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광수(폭력 행위자 가중 처벌), 이명수(심신미약자 형 감경 제한), 우원식(구급활동 방해 행위 구체화·인권보호대책 마련 등), 이찬열(폭력 행위자 처벌 강화 및 감경 제한) 의원 등도 개정안을 내놨다.
관련 법안 입법이 지지부진하자 전문가들은 형사처분 강화대신 폭행 피해 신고 의무화, 인식 변화 등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대원의 폭행 피해 신고 자체가 쉽지 않다보니 처벌 건수도 많지 않다"며 "신고 절차를 간소화 하고 신고를 당연하게 해야 하는 풍토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폭력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며 "제대로 법적인 처벌을 해서 소방대원 구급활동 방해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소방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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