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임상 시험은 중간 과정, 성공 표현 부적절"
"CRO업체, 임상 결과 객관적 해석하는 기관 아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결과를 공시하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을 담아 무분별하게 자료를 배포하는 행위가 최근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1차평가지표(주평가지표)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바이오 종목의 임상 결과는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해야 한다. 공식 홈페이지 및 해외학회 등을 통한 발표는 공시 이후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 대장주들의 임상 결과와 관련된 논란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은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바이오 업종 특성상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자료가 배포됐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위험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실제로 이들 기업 3곳 모두 1차평가지표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성공", "절반의 성공", "성공적인 임상이라고 생각" 등 성공이라고 자평했고, 주가 급등락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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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1차평가지표를 명확히 공개해야 하고, '성공'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CRO(임상시험수탁기관)로부터 탑라인 데이터를 제출받거나, 해당 내용을 임상 관련 학회, 학술지, 기자간담회 등 공식석상에서 발표하는 경우 공시는 필수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도자료 및 학술지, 기업설명회(IR)를 통해서 시장에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 허용됐지만, 이제는 임상 결과가 나오면 우선적으로 공시부터 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며 "회사의 유리한 해석을 담은 임상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기업의 경영활동까지는 제재하지 못한다. 다만 탑라인 결과 공시를 의무화함으로써 왜곡된 보도자료도 줄어드는 순기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시험은 품목허가를 가기 위한 중간 과정에 불과하다. 실패는 가능해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며 "이제부터 거래소가 1차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상장사의 공시 내용 중 '임상 성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임상개발 책임자 등 CRO 업체를 통해 나오는 자의적인 해석도 허용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국(EMA) 등 시판허가를 내주는 보건당국에서 '성공'이라고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1차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바이오 회사가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감으로, CRO 임원 멘트를 넣어가며 애매하게 표현하는 자료를 배포해왔다"며 "CRO는 임상 성공과 실패를 객관적으로 평가까지 하는 기관이 아니다. 1차지표 확보여부 공개만으로도 투자자들 스스로 충분히 판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거래소는 "일단 임상이 끝났으면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1차평가지표 데이터를 공개해 유효한 통계적 수치 확보 여부를 공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중요 경영 사항에 포함되는 임상 결과를 누락하거나 허위사실을 공시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최근 1년간 벌점이 15점 이상 누적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와 시장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게 되고, 그동안 매매거래는 정지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을 코스닥 시장부터 시행한다. 다만 유가증권시장도 공시사항이 발생하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안에서 제약·바이오 비중이 커서 우선적으로 추진을 했다. 코스닥에서 진행되는 것을 직접 보면서 코스피도 적용할 건지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유가증권시장 법인은 현재 따로 공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공시사항이 발생하면 적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