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버리지론 60%가 CLO로 변신
한국 기관, 전세계 CLO 약 1% 투자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글로벌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발행이 증가하면서 신용리스크가 확대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CLO의 약 1%를 담고 있으며 리스크 발생 시 동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이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레버리지론) 채권들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한 구조화상품이다. 레버리지론 자체는 투기등급이지만, 대부분의 CLO는 만기구조(트렌치)를 다양화하고 신용 강화, 위험 분산 등을 통해 투자등급으로 평가된다. 구조가 단순하고 위험 전이 가능성이 낮아 부채담보부증권(CDO)보다 안전한 금융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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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올해 6월말 기준 우리나라 기관들이 CLO에 투자한 규모는 약 7조6000억원으로, 전세계 발행량(2018년 말 기준 7500억 달러)의 1%에 조금 못 미친다. CLO는 동일 등급 회사채에 비해 약 70bp(1bp=0.01%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에서 투자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세계 AA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2.5%, AAA등급 CLO금리는 약 3.2%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보험, 증권, 연기금 등 기관들이 자기자본 운용 목적으로 투자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CLO투자 비중은 높지 않고, 장기투자 기관들이 주로 투자한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최근 글로벌 CLO발행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9월 기준 글로벌 레버리지론 시장 규모가 2007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1조4000억달러이며, 그 중 절반 이상이 CLO로 구조화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CDO 발행이 줄어든 반면 CLO발행은 늘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레버리지론 연체율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기둔화,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및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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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미국 CLO와 중국 그림자금융 추이 [자료=신한금융투자] 2019.11.25 bjgchina@newspim.com |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신용위험 증가의 두 축으로 미국 레버리지론 확대와 중국 그림자금융을 꼽았다. 미국 레버리지론 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CLO는 6000억달러까지 급증한 상태다. 2018년 이후 중국 그림자금융 규모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CLO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중위험-중수익 추구를 촉발했으며, 이 과정에서 CLO 발행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미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상황이며 은행 자금들이 CLO로 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레버리지론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도 5.3배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손은정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금리메리트 때문에 우리나라 기관들의 CLO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주로 상위등급에 투자해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지만, 하위등급 CLO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전체 CLO 가격이 하락하면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용어설명
*부채담보부증권(CDO): 주택저당증권(MBS), 자산담보부채권(AB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을 기초자산으로 구조화한 금융상품. 상품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채권이 담보로 편입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직전까지 발행량이 급증했다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하고 발행량이 줄어들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