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비위법관’ 통고행위, 법적근거 없다”
“이를 토대로 섣불리 후속조치 취해선 안 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 명단과 관련 자료를 대법원에 통보한 것을 두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작심 비판했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시철(54·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최근 ‘검찰의 2019. 3. 5. 통고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라는 글을 첨부한 메일을 같은 법원 판사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판사는 이 메일에서 “검찰에서 76명의 법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는지 자체가 불분명하고 5일 기소한 전·현직 법관 이외의 다른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검찰의 자료 통고 행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것이고 대법원에서 위와 같이 위법하게 통고된 자료를 토대로 섣불리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은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위법하게 통고된 자료를 토대로 해당 법관의 징계 여부에 관한 조사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이는 위법증거에 근거한 조사에 해당해 조사절차가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징계 청구가 이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이유만으로 징계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또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검사는 법관을 비롯한 공무원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 10일 이내 소속기관에 통고해야 하고 수사를 마친 때에도 같은 기간 내에 기관에 통고해야 한다”며 “반면 해당 법관을 단순히 참고인으로 조사했을 경우나 수사를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를 통고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특히 “해당 법관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를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자료를 외부기관인 대법원에 통고하는 것은 직무상 비밀(수사기밀)을 외부에 누설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대법원이 위법성이 명백한 검찰 수사자료 통고행위를 토대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경우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에 통고된 자료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자료만을 선별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당사자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이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그 근거로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기도 했다.
김 판사는 다시 한 번 “결론적으로 검찰의 수사자료 통고행위는 명백하게 위법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업무방식을 비판하는 일부 언론 보도내용은 그 전제자체가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글을 끝맺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관여한 전·현직 법관 10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이와 동시에 대법원에는 의혹에 연루된 현직 법관 66명의 명단과 비위행위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
해당 메일을 보낸 김시철 부장판사는 검찰이 사법부에 통보한 법관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rlee1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