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아, 댁더러 밥 달랬소 아, 댁더러 옷 달랬소 / 쓰디쓴 막걸리나마 권하여 보았건디 / 이래뵈도 종로에서는 개고기주사 나몰라"
일제시대 대중가요이자 우스꽝스러운 가사를 담은 만요 '개고기주사'(김해송)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곡이다. 그래서일까. 1930년대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연극 '호신술'(작 송영, 연출 윤한솔)의 오프닝을 이 곡이 꾸민다.
연극 '호신술'은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열 번째 작품으로, 1931년 발표된 희곡을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올렸다. 여러 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자본가 김상룡과 그의 가족들이 노동자 파업에 대비해 호신술을 배우는 과정을 담는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풀기 어려운 과제다. 작품이 완성된 이후 80여 년이 흘렀음에도 두 계층의 갈등은 여전하다. 그동안 노동자의 시선에서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면, '호신술'은 자본가의 입장으로 풀어 더욱 신선하다. 여기에 풍자 가득한 연출과 대사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생각케 만든다.

공장주 김상룡은 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폭력사태를 염려해 70대 아버지부터 아내, 소학생 딸까지 불러모아 호신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호신술을 지도하는 체육가 또한 범상치 않다. 알 수 없는 챔피언 벨트를 찬 그는 한껏 커진 목소리와 동작을 선보이지만 공장주의 딸에게 당하는 등 허술하다. 하인들은 앞에서는 이들을 도와주고 염려하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한껏 비웃을 따름이다.
특히 호신술 지도 중 와이어를 연결해 배우들이 직접 무대 위를 날아다니고, 부딪힌 벽면은 옆으로 무너지는 등 과장된 연출은 연극적 재미를 더하고 풍자와 해학을 부각시킨다. 실제 극장의 스태프가 무대 위에 등장해 특수장치를 조율하면서도 깨알같은 연기를 펼쳐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극 중 공장주 아내는 "어떻게 없는 놈일수록 똑같이 노나먹자는 수작만 한담?"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는 "어떻게 있는 놈일수록 더 많이 가질 수작만 한담?"이라고 되묻게 될 것이다.
연극 '호신술'은 오는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