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세상을 향한 여성 작가의 몸부림…정강자 유작전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기사입력 : 2018년02월07일 08:12

최종수정 : 2018년02월07일 08:12

정강자의 '명동' <사진=이현경 기자>

[뉴스핌=이현경 기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체로 등장하는 여성이 그림의 정중앙에 있다. 화방을 들고 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에게서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의 욕망이 느껴진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낮았던 1960년대와 1970년대,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외쳤던 정강자의 작품 '명동'이다.

정강자는 선정적인 작가, 유명세를 얻기 위한 여성이라는 사회적 프레임이 씌워졌다.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던 1960~1970년대 그에게 붙어버린 부정적인 꼬리표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번 '정강자: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전을 준비했다. 이는 약 1년 간 준비기간을 거쳤으나 지난해 7월 작가가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별세해 작가의 타계 이후 최초로 열린 회고전이자 유작전이 됐다. 

'억누르다' <사진=이현경 기자>

정강자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퍼포먼스 및 해프닝, 누드 행위예술가로 알려졌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선구자다. 더욱이 여성의 권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당시 상황에서 그의 용기와 독특한 표현법은 한국의 문화계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위적 행위미술 그룹 '제4집단'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미술계와 사회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정강자는 1970년대 후반부터 회화작업에 전념하며 자신의 삶을 다양한 여성상과 자연물, 그리고 기하학적 형태에 투영해왔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관 전시장 지하 1층의 한 가운데 놓여진 '억누르다'(1968년 설치작품, 전시장에서 재현)를 살펴보면 정강자의 정신 예술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갤러리스트 정지영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소재로 쓰인 솜은 여성의 공간, 혹은 여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억누르는 직선 형태의 철제 파이프다. 파이프의 무게에 짓눌리는 효과를 통해 당시의 성별 이데올로기와 성정치의 역학관계를 유희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그의 활동에 정지선을 그었다. 1970년대 첫 개인전 '무체전(無體展)'을 열었던 당시바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무체전'은 아방가르드의 기본 정신이 '무체'에 있다고 본 그의 철학이 깃든 전시다. 신체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전시를 열자마자 강제철거됐다. 이 전시가 열리던 시기가 유신정권이 시작되던 때였고, 결국 군사정권의 억압 때문에 그는 활동을 접고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이후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중남미 8개국, 아프리카 8개국, 서남아시아 6개국, 남태평양 6개국 등 오지를 여행하며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는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 '사하라'를 내놓았다. 사막과 하늘,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이다. 아무런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풍경을 좋아한 그의 취향이 스며들었다. 이 작품은 천안관에서 만날 수 있다.

'한복의 모뉴먼트'(왼쪽), '사하라' <사진=이현경 기자>

여행 후 정강자는 '한국적인 것이 무언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 여성의 치마를 활용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한복 치마를 보면 어머니가 떠오르고, 그리고 한복 치마가 가슴을 꽉조이게하는 것을 여성을 억압받고 있다고 봤다. 여성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을까. 그는 여성을 답답하게 한 한복치마의 끈을 자유롭게 새가 되어 날아가듯 표현했다. 정지영 갤러리스트는 "이 그림을 통해 여성이 해방되고 자유를 느끼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강자 선생은 상징적인 요소로 추상 회화를 만들었고, 단절된 예술보다 내면적 감정을 해방시키는데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강자는 원형형태의 추상작업에 매진했다. 미술의 전통적 매체와 퍼포먼스, 여성과 남성, 억압과 해방, 전통과 현대와 같은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 해답이 '원'이었다. 그는 인간의 내면의 관심이 필요하고, 나아가 우주적 관심으로 확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의 작품에는 반원형태가 자주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작품에서는 신체의 움직임, 리듬감이 잘 드러난다.

정강자의 대표작 '투명풍선과 누드'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인간이 가진 정체성을 한번에 보여드릴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또 주제가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인 이유에 대해 "2015년에 발표한 그의 작품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에서 가져왔다. 작가는 말년에 '우주적인 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투병기간 동안 해방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서정적인 여자였다. 자신이 느낀 고독함과 애환을 작업에 녹아낸 이야기가 전시의 주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정강자: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천안 전시관에는 최근작과 아카이브 자료가 배치했고 서울관에는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오는 2월25일까지, 천안은 오는 5월6일까지 전시를 진행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7월 1일 출석하라" 재통보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오는 7월 1일 오전 9시에 2차 대면조사를 위해 출석해 달라고 통보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29일 저녁 서울고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소환 일정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7월 1일 오전 9시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6.29 leehs@newspim.com 박 특검보는 "(소환 일정)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며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고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한 뒤 특검의 수사 일정이나 여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출석 일자를 정해서 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인단 측의 반응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에 오는 30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오는 7월 3일 이후로 조사 일정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특검팀이 당초 날짜보다 하루 늦은 7월 1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재통보한 것이다. 특검팀은 경찰청에 수사방해 사건 전담 경찰관 파견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8일 첫 대면조사에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한 행위가 특검법상 수사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변론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특검은 수사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을 경찰청에 파견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 수사 대상에 보면 일련의 수사 방해나 재판 방해도 수사의 대상이 돼 있다"며 7월 1일 2차 대면조사에서도 박 총경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29 22:14
사진
"주담대 6억 이상은 안됩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약 한 달 만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가계 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확 조이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방향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총액 한도가 없는 주담대를 수도권과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한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고가 주택 구입에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뉴스핌DB]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해 전면 금지하며 1주택자 갈아타기 주담대 규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보유 주택을 2년 이내 처분하기로 약정하면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6개월로 처분 기간이 줄었다. 위반 시에는 대출금 즉시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어든다. LTV는 자산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뜻한다. 7월부터는 금융권 자체 대출과 정책대출의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며 정책 대출은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줄인다. 은행의 대출 가능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3단계 조치에 이어 이번 초강도 대출규제가 중첩되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문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예컨대 스트레스 DSR 3단계만 적용 시 연봉 1억원 직장인이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대출금리 4%의 조건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변동 주택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는 5억8700만원으로 기존 2단계 대비 2000만원가량 줄어든다. 또 수도권 가산금리 1.5%P가 더해져 금리는 5.5%가 적용된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정책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더해지면서 대출한도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기존 대비 50%가량 줄면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추가로 10~30% 감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기 때문에 집값에 따른 대출금도 축소된다. 또 총량 소진 시 대출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들의 주택구매도 어려워진다. 수도권 주담대 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 대출금액은 6억원 한도 내에서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비율 등에 따라 조정된다. 이번 규제는 토요일인 지난 28일부터 시행이 본격화됐다. 발표 당일인 27일까지 금융회사가 전산상 등록을 통해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하거나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 종전규정이 적용된다. 정부가 초고강도 규제에 나선 이유는 과열된 부동산 열풍 및 가계대출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4조 원 늘어난 752조 7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3328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 영업일당 평균 4584억원이 늘어난 이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정부는 이번 규제로 올해 하반기 10조원, 연간으로는 20조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해 청년들의 주택 구매 여력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30세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romeok@newspim.com 2025-06-29 08: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