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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쓰 3만5000명 재택근무 허용 '빛과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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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 혁명? 효율성·생산성 향상 위해 도입
육아·원거리 출퇴근 해결.. 일하는 시간 되레 늘어
실제 재택근무 인원은 아직 많지 않아
일하는 시간 더 늘었다는 지적도

[뉴스핌=김성수 기자] 직장인치고 출근하지 않는 '재택근무'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콩나물시루 같은 지옥철에 간신히 끼여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지친다.

그럴 때 마음속으로 스치는 한마디. "집에서 일한다면 얼마나 편할까." 이런 사람들이 귀를 쫑긋해할 소식이 있다. 이웃 나라 일본 대기업이 하나 둘 전원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일본 대기업 재택근무,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다

일본 전자제품업체 후지쓰는 올해 4월 21일부터 3만5000명 정직원 모두가 필요할 경우 제한 없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는 1주일에 최대 사흘까지 재택근무를 허가해왔는데, 이를 5일로 확대 실시했다. 일본 식품업체 가루비(Calbee)는 기존에 1주일에 이틀까지 가능했던 재택근무를 올해 4월부터 무제한으로 허용했다.

일본 기업들의 재택근무 제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재택근무를 안착시키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해왔다. 일본 정보기술(IT)전략본부는 지난 2007년 5월 29일 '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총무성,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은 고이즈미 정권 때인 2005년 11월부터 '재택근무 추진 포럼'을 함께 설립해 활동했고 2006년 9월에는 총무성에서 이를 본격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왜 그토록 '재택근무 추진'에 열심일까. 그건 일본 기업들의 '노동력 부족'과 '낮은 업무 생산성' 때문이다. 일본 사단법인 텔레워크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지난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21위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 7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일본 기업들의 구인난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일본 외식업계에서는 24시간 영업을 축소하고 있다. 심야 고객은 감소하는 반면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1월 유효구인배율은 1.43배로 집계됐다. 구직자 100명당 14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는 넘쳐나는데 일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더 짧은 시간에 더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면서도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법을 모색했고, 그 해답으로 나온 게 '재택근무'였다. 재택근무를 하면 직원들은 통근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와 연계하면 육아나 간병 등 시간 제약 때문에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사원들도 계속 일할 수 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속이었던 정영훈 헌법재판소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저출산 문제가 오래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일본 정부는 옛날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일본의 집값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어져 재택근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아베 정권이 회사와 가정의 양립을 더욱 강조하면서 기업들의 재택근무 분위기도 최근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제 재택근무 인원 고작 20명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일본 대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 재택근무를 하는 인원은 현재까지 소수에 불과하다. 2009년부터 재택근무제를 실시한 스미토모 포레스트리의 경우 실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은 20명 정도다. 이들은 육아나 노인 부양 목적에서 재택근무가 제한적으로 허용된 경우다.

<사진=블룸버그통신>

후지쓰 역시 정직원 3만5000명이 동시에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 각자가 다른 직원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재택근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후지쓰의 특정 부서에서 고객이 사무실에 방문하는 일정이 있다면 그 팀 직원들도 사무실에 출근해 회의를 한 후 다 같이 고객을 만나야 한다. 반면 직원의 그날 일과가 이메일을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업무라면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재택근무 실시로 생산성이 얼마나 증가했느냐"고 묻자 후지쓰의 IR(공공 투자자 관계) 부서 소속 리샤드 마르콰트 씨는 "정식 시작 시점은 4월 21일이고 그 전에는 시험적 운용만 했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재택근무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가 아직 수치로 입증되지 않은 셈이다. 일본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행에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 텔레워크협회가 상장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은 81%에 이르렀지만 그중 50%는 "변화에 대한 의지는 있으나 실천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전문가는 재택근무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로 근로자들의 의식 변화가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흡연이나 회식 등 비공식적 소통 창구가 없어 사적인 정보교환에 다소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일을 해도 상사의 눈에 띄지 않아 업무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서도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경영자들이 재택근무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직원들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우려감 때문으로 조사됐다. 정영훈 연구원은 "여성들은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할 경우 재택근무의 매력이 높지만, 남성들은 재택근무를 했을 때 업무 평가를 어떻게 받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재택근무로 일하는 시간 더 늘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일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재택근무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미처 다 완성하지 못한 업무를 완수하는 데 활용된다는 것이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벨기에는 재택근무 근로자들의 주당 근무시간이 44.5시간으로,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근로자들(42.6시간)보다 1.9시간 많았다.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에서는 주당 40시간 넘게 일한 근로자들 가운데 재택근무자의 비중이 24%로, 사무실 근무자의 19%보다 많았다.

재택근무제가 오히려 시간외 근무를 더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택근무로 일과 가정생활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사생활 영역에서 회사 업무가 혼재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주말 근무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재택근무자의 절반(50%) 정도가 일요일에 일을 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근로자의 38%보다 높은 수치다.

벨기에에서는 재택근무 근로자 중 약 절반(45%)이 업무시간 사이에 사소한 집안일을 처리했으며 가족들의 필요에 맞게 업무시간을 조정했다. 정영훈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재택근무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아 이제는 연구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일본의 위생용품 제조업체인 유니참은 지난 1월부터 1200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다음은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인 유니참 직원과의 일문일답.

-재택근무 순번이 어떻게 돌아가나? 한 달에 몇 번 정도 하게 되는지?
▲유니참에서는 한 달에 4번까지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2주 전에 신청을 하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순번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 재택근무를 하는 인원이 몇 명인가? 그리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 수는?
▲재택근무를 하는 인원 수는 부서마다 달라서 정확히 몇 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신청하면 가능하다.

-재택근무를 하고 나서 가장 편한 점은?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면 어떤 점에서인가?.
▲재택근무제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업무나 별도의 회의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꼭 집이 아니라 업무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장소, 예를 들어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일해도 된다. 다만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이어야 한다. 재택근무를 신청할 때는 그날 할 일에 대한 리스트 및 스케줄을 작성한다. 그리고 재택근무 당일에는 리스트로 만든 업무에 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직원들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가? 예를 들면 임신이나 출산, 육아 이유로.
▲꼭 그렇지는 않다. 기혼 남녀나 미혼 남녀 상관없이 재택근무제를 이용하는 편이다.

-재택근무제가 실시되고 나서 겪게 된 어려움이 있다면?
▲회의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서 미리 스케줄을 조정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재택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한두 명씩 사무실에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인원이 참여해야 하는 회의가 있을 때는 스케줄을 조정하기 어렵다.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전날 퇴근시간과 다음날 출근시간 사이에 10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도록 의무화돼 있다고 들었는데.
▲정시출근이 오전 8시이기 때문에 오후 10시 이전에는 퇴근을 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혹시 업무량이 많아 10시 이후에 퇴근을 하게 되면 이 제도에 따라 다음날 출근시간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재택근무를 하고 나서 느낀 소감은?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사내 채팅과 메일로만 이뤄진다는 것은 단점이다. 일부 직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스카이프가 도입됐다. 반면 혼자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나 깊이 생각해서 계획을 짜야 하는 업무를 할 때 유리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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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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