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1. A씨는 병원 원무과장인 친구에게 부모님의 수술을 위해 국립대학교병원 입원 순서를 앞쪽으로 당기려고 부탁했다. 병원 원무과장 친구를 통해 부탁한 경우 친구, 원무과장, 병원 관계자 등 세 사람 모두 부정 청탁으로 처벌받는다.
#2. 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B씨가 수학 담당 교사에게 전화해 성적을 올려달라고 전화를 했다. 학부모가 한 경우는 제3자녀를 위한 부정청탁 제제대상이다. 다만 학생이 직접 성적 올려달라고 한 경우는 자신의 일에 대한 직접청탁을 한 것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공무원 C씨는 국회의원에게 조세감면 관련 법률의 제·개정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의원도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자에 해당하지만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법령의 제·개정 또는 폐지 등에 관해 제안 건의하는 행위는 부정청탁 예외사유다.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의 헌재 판결이 합헌으로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선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재판부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의 언론과 사학의 자유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 7명이 합헌 의견을 냈고 2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의 김영란법의 쟁점 사항은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의 모호성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의 양심의 자유 침해여부 ▲죄형 법정주의 위배 여부 ▲언론인·사립교원에 대한 법적용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등이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의 처벌대상의 적용대상자가 광범위하다보니 누구라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검경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직무관련성 대상자 광범위…근로 형태 등 예외 없어
김영란법에 따르면 우선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인 이상 수행하는 직무의 종류를 불문하고 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영란법 적용대상 기관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부처와 공공기관 158만9902명, 학교와 학교법인 66만2579명, 언론사 20만821명 등 총 245만8302명이다.
여기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수를 포함하면 공공 및 교육 부문에서만 약 10%인 22만여명이 늘어난다.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수는 중앙행정기관(48개소) 2만2367명, 자치단체(245개소) 5만7687명, 공공기관(306개소) 10만9213명, 지방공기업(138개소) 1만5543명, 교육기관(77개소) 12만6982명 등이다. 여기에 배우자를 포함하면 정부가 발표한 500만명이 550만명으로 10% 증가하는 것이다.
범위가 공공기관, 유치원을 포함한 교육기관, 언론사의 정규직뿐 아니라 계약직등 비정규직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먼저, 공직유관단체의 장과 임직원의 경우에도 근로 계약의 형태나 수행 직무를 구분하지 않고 적용된다.
언론사의 경우에도 보도, 논평, 취재 외에 행정, 단순 노무 등에 종사하는 사람도 다 법 적용 대상자들이다. 그러나 사보를 발행하거나 부수적으로 언론 활동을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정기간행물 발행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만 법을 적용시키기로 했다.
예를 들어 '언론사 임직원'의 경우 보도 업무 여부와 관계 없이 행정이나 단순 노무 등에 종사하는 경비원이나 인턴 등이라도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모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된다. 언론사의 프로그램을 맡은 외주 기업일지라도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PD와 AD(조연출), 방송국 운전기사 등도 모두 포함된다.
또 '사립학교 교직원' 역시 교원과 직원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간제교사, 급식조리원, 청소원, 방호원 등도 기본적으로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
김영란법은 속지·속인주의가 적용된다. 대한민국 내 내국인·외국인에게 모두 적용되고 국외의 나가 있는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로 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법을 위반할 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우리나라 국적의 공직자 등이 해외에서 외국인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거나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없다.
◆ 공직자 직무와 관련 청탁하면 배우자도 신고해야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지된 금품(5만원 초과 선물 등)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공직자가 이를 신고할 경우 공직자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며 배우자 역시 청탁금지법으로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같은 청탁금지법 조항을 놓고 일각에서는 연좌제 금지, 양심의 자유 침해 등을 들어 위헌성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결국 합헌 결정을 내렸다.
권익위는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 의무가 발생하도록 규정한 데 대해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과 일상을 공유하며 하나의 경제단위를 이루고 있는 실질적·경제적 관련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알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수수 경로'만 달리했을 뿐 공직자 본인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배우자의 경우 "과도한 규제 소지의 방지를 위해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만을 금지"하고 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 3-5-10 규정 그대로…농축산 반발
권익위는 금품 수수 기준을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에 걸쳐 총 100만원이 넘는 접대를 받았다면 횟수는 두 번이라 하더라도 연속성을 감안해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접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령에 담긴 ‘3-5-10 규정’의 타당성 심사 결과 원안대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규개위는 가액기준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감안해 2018년말까지 동 규제의 집행성과를 분석하고 타당성에 대해 권익위에서 재검토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농림부, 해수부, 중기청 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시 농축산업 전반에 직간접적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며 ‘3-5-10 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농축산물 제외는 형평성으로 인해 제외하기 어려워도 시행령에 담긴 '3-5-10' 규정은 현실성을 고려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