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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극장’ 소아조로증 10살 원기, 신체 나이는 80세…“엄마가 슬퍼지면 나도 슬퍼” <사진=‘인간극장’ 제공> |
[뉴스핌=대중문화부] ‘인간극장’이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는 열 살 원기와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 이야기를 전한다.
24일 방송된 KBS ‘인간극장’은 ‘우리 집에 어린왕자가 산다’으로 꾸며진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 당연한 순리다. 그런데 내 아들은 어른이 될 수 없다.
올해 열 살인 원기의 키는 1미터 남짓, 몸무게는 겨우 13킬로그램. 한 손에 번쩍 들어 안을 정도로 가볍고 작은 몸집이다. 그러나 신체 나이는 80세, 원기의 시계는 남들보다 8배는 빨리 흐른다. 언제부턴가 성장이 멈추고 노화가 시작됐다. 내 아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돌 무렵, 피부가 단단해지고 검푸르게 변하더니 베냇머리가 빠진 뒤로 머리카락이 나지 않았다. 어쩌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원기에게 꽂히던 시선들, 부모의 눈에도 아이가 다르다는 것이 선명하게 들어왔을 터. 그러고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다.
병원에 달려가 봤지만 어느 곳 하나 원인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고, 아직 어리니 기다려보자 했었다. 다섯 살이 되던 해, 원기는 엄청난 양의 혈액을 뽑아가며 유전자 정밀 검사를 받았다. 도대체 우리 아들이 가진 문제는 뭘까.
얼마 후 받아든 병명은 이름도 생소한 ‘소아 조로증’. 일찍 늙는 병이라 했다. 성장은 멈추고 노인이 되는 병, 다섯 살 나이에 아들의 몸은 벌써 노화가 시작됐다. 신체가 빠르게 나이 드는 만큼 평균 수명도 빠르게 줄어드는 병. 받아들일 수 없었던 현실 앞에서 목사님이던 아빠는 기도조차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내게 이런 형벌을 주시냐고, 하늘을 원망하고 분노했던 시간들. 내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세상 어느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단으로부터 어느덧 5년이 흘렀다. 힘들었던 순간을 이제야 겨우 눈물 없이 꺼내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덤덤했던 일상들 속에서 문득 원기의 운명을 깨닫게 될 때는 묻어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같은 병을 가진 조로증 아이들의 소식지를 받아볼 때, 운동 잘 하는 같은 반 친구를 부럽다 말할 때 그러나 원기는 세상 누구보다 밝다. 어디서나 원기가 있는 곳엔 웃음이 핀다. 투정도 많지만 잘 웃는 원기, 그 소리가 높고 맑아서 따라 웃어버리고 만다. “엄마가 슬퍼지면 나도 슬퍼진다” 속 깊은 이야기로 엄마를 위로하는 아들을 보면, 주저앉고 싶던 마음이 미안해질 정도. 원기의 마음은, 자라고 있었다.
늙는 것을 막을 수 없듯, 원기를 낫게 할 치료법은 없다. 미국까지 달려가 임상약도 받아왔고 전기침 치료도 받아봤다. 독한 약을 먹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을 게워내던 원기가 말했다. ‘더 오래오래 사는 것도 아닌데, 엄마 그만 하자’ 그 순간 부부는 결심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들보다 짧다면 남겨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만 보내고 싶다.
자라지 않는대도 좋다. 펴지지 않던 손가락으로 공깃돌을 잡은 순간, 함께 연 날리며 웃음 짓는 순간,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아들 ‘원기’의 모습은 ‘인간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대중문화부(newmedi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