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회사가기 싫다. 출근시간이 지난 이불속에서…"
어느 신입사원이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올린 글이다. 얼마 후 댓글이 하나 달렸다. "내 차 보내줄까?". 회장님이었다. 그 사원은 당황해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을 게다. 댓글의 주인공은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이 외에도 수시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많은 일화를 남긴 (SNS 활동을 열심히하는) 고위층 인사 중 한 명이다.
증권가도 예외는 아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등은 증권가에서 SNS 활동을 활발히 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자신의 주변인들과 안부를 나누기도 하고 몇몇 글에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따끈따끈한 회사 소식도 종종 올라온다.
특히 최근 SNS 활동으로 눈에 띄는 이는 주진형 사장이다. 주 사장은 회사의 정책 변화를 공식 발표 이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업계내 파격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그가 글을 올릴 때 마다 반응도 뜨거웠다. 사람들은 댓글을 줄줄이 달았고 기자들은 업로드된 글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한화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리포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관행을 끊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그랬다. 회사에 남녀차별이 남아있다고 솔직히 인정할 때는 속이 다 시원했다.
수직적인 관계가 만연된 한국의 문화를 고감안할 때, 평소 고위 임원이나 CEO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지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SNS를 통해서나마 그들의 생각을 일부 엿볼 수 있고 나아가 그들과 직접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직원들, 그리고 내부 조직뿐 아니라 나아가 업계나 사회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통에 대한 갈증을 일부나마 채워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주 사장은 얼마 전 직원과 경영진의 적정 연봉 비율을 제시한 뉴욕타임즈 기사와 국내 대기업 경영진과 직원의 연봉 비율을 분석한 국내 한 언론의 기사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연봉이 과도하게 낮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통계자료에 대한 한계나 우리 사회에 대한 해석도 함께 보여주며 '그냥 그렇다고'라고 정리했지만 동료들이 짐을 싸는 모습을 수차례 겪은 직원들은 주 사장의 한 마디에 한숨을 내쉬고 심지어 허탈감과 배신감도 느꼈다고 한다.
한화투자증권 직원들에게 지난 2013년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한 기억일 것이다. 그해 9월 취임한 주 사장이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살벌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직원 350명을 구조조정했고 10% 임금삭감도 단행했다. 특히 '희망퇴직'이라는 미명 아래 몇몇 고졸 취업자들을 1년만에 부당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이후 성과급 지급으로 '돈잔치' 논란도 벌어졌다.
한 회사를 이끄는 수장의 SNS는 사실 개인적인 공간이라고만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 사람의 가치관과 의견에 회사 정책과 방향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보는 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도 좋고 소통도 좋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레 이를 꺾어선 안되지 않을까. 무심코 던진 가벼운 말 한마디에 직원들은 꽤나 아팠던 모양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