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사장님은 많이 얘기하셨으니 저는 콕 찍어 부사장님 세 분께 물어보겠습니다. 회사가 고객중심 영업을 하겠다는데 사실 주주들은 그동안 고통이 많았어요. 3년이나 주가가 액면가 밑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서 열린 한화투자증권 '열린' 주주총회장에서 한 주주가 경영진에게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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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투자증권 '열린주주총회' 주주토론회 모습. |
이날 주총장에는 주진형 사장을 비롯해 오희열 IB부문 부사장, 정해근 S&T부사장, 박재황 경영지원본부 부사장, 권용관 리테일 부사장 등 임원진이 참석했다. 주주는 위임장 대리출석 포함 214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의 소유 주식수는 3334만7187주로 전체 지분의 40.23%에 해당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주총에서 업무보고와 의결에 그치지 않고 경영진들이 직접 주주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주진형 사장은 앞서 "우리나라 기업은 상장을 해도 막상 주주가 갖고 있는 권한들이 별로 없다. 1년에 한 번 주주들이 경영진한테 회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열린 주총'을 시도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이날 주총은 주 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은 기존 주주총회와 같이 영업보고, 감사보고 등 주주들에게 지난 1년 간 한화증권의 살림살이를 풀어놓는 시간이었다.
의결안건은 당기 재무제표와 이사보수한도 승인이었다. 두 의안은 별다른 이의없이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첫 번째 세션은 20분 만에 끝났다.
이어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받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주주들은 저마다 수년째 액면가를 밑도는 주가, 낮은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앞으로의 경영 방침과 요구사항 등 그동안의 궁금증을 쏟아냈다.
주주 중 한 명이 앞으로의 경영 방침에 대해 묻자 주 사장은 "사실 우리는 정해놓은 '목표'라는 게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시장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단순히 목표를 정해놓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성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주 사장은 이어 "또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에서는 그 목표를 적게 받으려고 할 수 있고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몇 년째 액면가를 밑도는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박재황 경영지원본부 부사장은 "그동안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 것에 대해 주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주가는 그 회사의 성과에 대한 반영인데, 그동안 제대로 실적이 나오지 않아 주주들이 이 주식을 오래 보유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자기 반성했다.
박 부사장은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성과가 다소 나아지는 것을 보여드리면서 안정적인 주주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객들에게 시황정보를 그 때 그 때 제공해달라는 제안과 월 기준의 단기적인 실적을 알려달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회사 측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주진형 사장은 "단타매매만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은 대체로 수익률이 좋지 않다"면서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일 고객들이 그런 매매방식을 원한다면 이를 말리고 싶고 굳이 그걸 해야겠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시라고 말하고 싶다"는 말도 곁들였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진형 사장은 거듭 강조했다.
업무보고와 의결 과정이 30분을 채 넘기지 않았던 데 비해 이날 경영진과 주주와의 질의응답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처음 시도된 이날 주총 형식에 대해 회사 임원과 주주들은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준비가 다소 미흡했고 답변이 형식적 느낌이었다는 평도 일부 나왔다.
이날 참석한 주주 신승원씨는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는 다른 곳 보다 훨씬 좋았다"며 "이 같은 행보로 경영진들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대를 많이 했던 것에 비해 답변이 형식적이라는 느낌은 들었다. 이대로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첫 시도는 긍정적으로 풀이되지만,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주주와 회사 측 각자의 의견을 서로에게 전달한 수준에서 그쳤다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권용관 부사장은 "따끔한 충고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주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면서, "하지만 모든 것이 공식적으로 오픈된 자리이니 만큼 어느정도 답변이 한정적일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