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6월23일 오전 10시39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뉴스핌=김사헌 기자] 주식 가격은 기업이 영속한다는 가정 하에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장래 기대 수익의 9배 가격인 종목보다 15배인 종목이 더 인기가 있다면, 그건 분명히 주가가 저렴한 기업에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분명한 차익거래 기회일 것이다.
최근 2년째 코스피(Kospi)와 닛케이지수(Nikkei)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그랬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투자자에게 화제의 중심은 단연 중국 증시였지만, 코스피와 닛케이도 올들어 6월까지 각각 7%, 16%라는 남부럽지 않은 투자 수익률을 제공했다. 한국과 일본 증시는 그 동안 외국인 자금을 각각 9조원, 25조원씩 끌어들였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시장우호적인 통화정책 기조에다 기업실적이 꾸준히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시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유사한 평가를 받는다.

◆ '엔저' 핑계만 댈 건가
코스피는 6월 들어 메르스가 강타한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는데, 올들어 처음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장부 가치(PBR=1) 이하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렴한 상황이 됐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일본의 '엔저' 정책이다. 한국 수출 대기업이 엔저 때문에 맥을 못추고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지난 1년 이상 들어온 얘기다.
하지만 이보다 치명적인 단점들이 한국 증시에는 꼬리표처럼 붙어 있다.
먼저 코스피가 밸류에이션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좋아 보이는 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애널리스트의 기업 실적 기대치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증시에서 한국은 가장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폭이 컸다는 '오명'을 썼는데, 올해도 그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애널리스트들의 코스피 기업의 2015년 실적 성장 컨센서스는 무려 전년대비 32%에 이르는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단연 으뜸이다. 지난 2014년에 코스피 상장사 실적이 11.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인 반전 기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증시는 1분기 실적이 나올 때 즈음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주춤거리고 있다. 또 한 번 기대가 과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비해 일본 애널리스트들이 본 닛케이 상장사 실적 성장 컨센서스는 17.6%로 온건한 편이다. 물론 이 수치도 지난해의 일본 기업 실적 성장률 5.9% 보다 거의 3배나 높은 것이진 하지만, 최근 우호적인 경제 여건이나 엔호 약세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믿을 만한 수치로 평가된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실적이 워낙 나빴다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기대치가 과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겠지만, 이미 1분기 코스피 실적이 성장은 커녕 1% 위축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은 기간에 기업들이 폭발적인 성과를 거둬야 시장의 기대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 업친 데 덥친: 수출 급감 속 메르스 사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해진 상태다. 특히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엔저'가 현재진행형인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까지 발생했다. 기대치 충족은 커녕 얼나마 덜 실망하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 5월 한국 수출은 전년대비 10%나 감소하면서 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반면, 일본은 안정적인 2%대 수출 증가율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BOK)이 6월에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반면 일본은행(BOJ)은 동결했지만 엔/원 환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900원이 무너진 100엔/원 환율이 850원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메르스의 영향은 평가가 제각각이지만, 앞으로 3개월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했을 때 경제성장률은 약 0.1%~0.2% 사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인들이 한국 면세점을 버리고 일본 등 다른 나라로 갈 것이란 우려와 함께 한국 내수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감안하면, 그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이런 한국에 비해 일본 경제는 대규모 양적질적 완화정책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면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무려 4%에 근접했다. 게다가 1분기 실질 임금소득 증가세와 함께 가계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 지배구조 개선, 갈 길 멀다
투자자 혹은 주주로써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상장사 자체의 결정적인 비교지점도 있다. 바로 '기업 지배구조' 개혁 속도나 효율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이 이런 면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비벡 미스라 전략가는 "최근 개혁의 효율성을 반영해 일본과 한국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급격한 차이를 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은 남아도는 현금으로 적극 자사주 매입을 단행하면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 문화는 여전히 주주가치 극대화 보다는 재벌 상속 등 지배구조 강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미스라 전략가는 최근 소프트웨어업체인 겅호과 반도체기업 도쿄일렉트론, 청소서비스업체인 더스킨(Duskin) 그리고 기계제조업체인 후지텍 등을 자사주매입 노력을 기울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면서, 한국 대기업(현대차)이 주주 의사를 무시하고 값비싼 부지를 막대한 현금을 들여 사들인 것과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