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가 난항 끝에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KB금융은 그토록 강조하던 비은행부문 강화에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 지겹도록 씻어내지 못했던 M&A(인수합병) 잔혹사를 끊는 동시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계기도 마련했다.
하지만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샀다는 일각의 지적과 편입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KB금융의 '코드금융'은 향후 윤 회장에게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됐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KB금융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곧 10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 LIG손보 미국 법인 상황을 고려해 가격 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당국 승인 지연으로 인해 하루 1억1000만원씩 물어야 하는 지연이자 정산도 필요하다. 금융지주사법 규정(금융지주의 상장 자회사 최저 소유의무 지분 30%)을 충족하기 위해 1년 내에 10%정도의 추가 지분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LIG손보 미국지점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미국 금융지주회사(FHC) 자격 취득이 필요해 이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FHC 자격 취득 후 LIG손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명변경, 신규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며 거래대금 지급, 주식양수도를 거쳐 인수를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런 절차를 마무리해 LIG손보를 자회사로 맞이하면 우선 외형적으로 그룹의 몸집을 불리게 된다. 9월 말 기준으로 그룹의 총 연결자산은 301조7000억원에서 325조3000억으로 불어난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지주(335조)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는 설명이다. 또한 계열사는 11개에서 12개로 늘어난다. LIG손보 3000명가량의 직원을 받아들여 전체 직원은 2만8400명으로 증가한다.
몸집만 불리는 건 아니다. KB금융과 LIG손보의 결합에는 질적 성장측면에도 긍정적 평가가 많다. 황석교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은행부문 강화를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구하는 애초 KB금융의 경영목적에 합치되는 것으로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IG손보 인수로 지주에서 은행자산 비중은 9월 말 기준 86.7%에서 80.4%로 6.3%포인트 낮아진다.
KB금융과 LIG손보 결합의 시너지에 대한 중장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LIG손보의 사세는 KB의 판매망 덕분에 다시 확장될 것"이라며 "키움증권, 미래에셋펀드의 업계 1위 달성은 KB의 판매망이 일조했다"고 말했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기업물건 확대, 방카슈랑스 활용, 사업비율 경쟁력 제고 등에서 은행금융지주 편입에 따른 중장기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M&A 역사에서는 이번 LIG손보 건으로 그간의 잔혹사를 단절했다는 의미도 있다. 그간 KB금융은 번번히 M&A에서 좌절했다. 지난해에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두고 NH농협금융지주와 경쟁했지만, 사외이사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에는 ING생명 인수를 두고 보험산업에 대한 전망과 가격조건을 놓고 사외이사를 설득하지 못했다. 2006년에는 외환은행 인수에도 도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바도 있다.
이렇게 LIG손보와의 결합에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 KB금융이 LIG손보를 시장가보다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도 있다. KB금융은 지난 6월 구본상 등 대주주 8인이 보유한 LIG손보 주식총수의 19.47%를 68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투기자본감시센터와 KB국민은행노동조합(새 노조)은 지난 23일 "KB금융은 ING생명이나 우리투자증권의 입찰에 참여했는데 결국 장부가의 80% 정도로 매각됐다"며 "LIG손보의 장부가는 2925억원이므로 정당 가격은 24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KB금융의 지나친 '코드경영'에 대한 비판도 있다. 금융당국의 LIG손보 승인을 얻기 위해 사외이사 인적 청산 수용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 최근의 '배당 활성화 지원 프로그램' 실시까지 당국 눈치보기가 극심해졌다는 우려다. 당국과의 연이 많지 않은 윤 회장이 그나마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이 물갈이 되는 상황에서 외풍 차단에 적극적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시험대는 LIG손보 건을 마무리한 윤 회장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경영 행보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오는 연말께로 예상되는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중요하지만 사실상 해묵은 문제인 사외이사 거취 문제, 지배구조 문제, 이를 핵심으로 한 LIG손보 문제를 두고 윤 회장은 '낮은 행보'를 취해왔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12월 말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있을 예정"이라며 "현안이 잘 풀리는 희망적인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