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가 결국 LIG손해보험을 품은 것은 사외이사의 자진 사퇴 선언과 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뚜렷한 명분 없이 LIG손보 승인문제와 사외이사의 거취 문제를 사실상 연결한 데 대해 비판도 없지 않다.

KB금융의 기대와 달리 LIG손보 인수가 난항을 겪은 것은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KB사태 이후에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문제 삼고 나서서다.
명시적으로는 자회사 승인 심사요건 중 경영 건전성 부문의 한 파트로 지배구조를 점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은 사외이사들의 '인적 청산'을 요구했다는 것이 금융권 중론이다. KB사태가 일어나는 동안 경영진 견제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묵시적 요구였다.
하지만 '강성' KB금융 사외이사들도 처음부터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사외이사들은 이 같은 입장이 '관치금융'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급기야 사외이사 일각에서는 "당국 승인이 없어 인수 계약(올해 말)이 종료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강경론도 나왔다. LIG손보를 그냥 포기하고 말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금융당국과 KB금융 이사회는 10월 말 정도까지만 해도 정면충돌하면서 LIG손보 인수문제는 표류하고 있었다.
출구를 찾지 못한 LIG손보 인수 문제가 숨통을 트기 시작한 것은 이사회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이경재 전 의장이 KB금융 주주총회 하루 전날인 11월 20일에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즉각적인 이사회 '줄사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사회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강성 이사회 내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11월 21일 KB금융 주주총회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이 사외이사를 향해 공개 비판에 나선 것도 한몫을 했음직하다.
또한 금융당국은 11월27일부터는 KB지주 현장 검사에 나서 사외이사에 대한 KB금융의 기부금 내역을 살피는 등 자진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흐름들이 맞물려 이달 5일에 이 전 의장에 이어 고승의 사외이사가 즉각 사퇴했고, 지난 10일에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나머지 사외이사도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일괄 사퇴하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금융당국도 이런 흐름에 대해 "KB사태 관련해서 사외이사들이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정부분 평가할 만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KB사태와 관련돼 있는 일부 집행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봤지만, KB금융이 이후 외부 컨설팅 회사와 함께 지배구조개선 TF를 가동하면서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추가적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보이자 당국도 마음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군부대를 위문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KB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며 "LIG손보 인수에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아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사퇴 그 자체보다는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와 KB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 등을 봤을 때 자회사 경영관리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 것"이라며 "다만, 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에 그것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수건을 두고 금융당국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M&A와 같은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이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또 LIG손보 문제와 사외이사 사퇴를 사실상 연계해 또 다른 '관치'논란을 촉발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관경고를 먹은 KB금융에 대해 금융당국이 인수 승인을 내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자격이 없는 곳에 사외이사 퇴진 문제와 연계를 해서 허가를 내주는 것은 금융당국이 재량권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