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결정이 두 달 만에 결국 '경징계'로 나오면서 객관성과 투명성 등의 문제로 제재심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및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엇갈리는 측면이 크고 '개혁론', '폐지론' 등 다양한 방안이 분출하고 있지만, 제재심 구성의 다양성과 운영의 효율성 확보, 운영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 제고 등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양쪽 모두에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끝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결과를 두고 제재심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폐지론'이 나온다. 아예 현재 제재심을 없애고 금융감독기구에서 독립된 법적 기구를 신설하자는 안이다. 제재심이 금감원장 자문기구에 불과해 법적 성격이 모호하고, 금감원이 검사와 판사 역할을 겸임하는 것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가 잘못됐으면 바꿔야 하지만, 일이 생길 때마다 제도를 바꿀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경징계로 바뀐 제재심 결과 자체가 제재심의 독립성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검사-판사'의 동일기관 겸임론 주장에도 이견이 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심 결정은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하나의 행정기구 조치로 나오는 것"이라며 "어느 행정기구도 심의기구나 패널을 거쳐도 조처할 때는 내부에서 한다. 그렇다면 감사원 결정도 밖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현 제재심이 구성이나 운영 면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양쪽이 모두 수용할 만한 사항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우선 현 제재심 위원의 구성 풀(Pool)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증권 제재심을 했던 이가 은행 제재심도 하고 보험 제재심도 하고 있다"며 "제재 위원들의 폭을 넓히고 제재심이 필요할 때 무작위로 위원을 뽑아 제재심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KB 제재심을 맡았던 9명의 구성원은 금융권의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권역의 제재심을 도맡는다. 제재심 위원의 임기도 2년이라 제재심 위원은 외부에 비공개 돼 있지만, 이미 인적 사항이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는 제재심에 대한 외부 입김 차단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재심 장기화에 따른 금융권의 경영 공백 불확실성을 줄이고 권역별 전문가를 통한 사안의 정확한 판단 가능성을 높여 금융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30명의 전문가 풀로 구성된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를 참고해야 한다는 이유다.
제재심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달에 두 번의 정기 제재심 일정도 권역별로 달리해 좀 더 자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아무리 제재심 풀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안을 다루는 제재심이 이번 'KB 제재심'처럼 늘어질 경우 로비 등 외적 변수의 개입 가능성은 커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해명기회 부여 방안과 대심제 운영 방식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사람마다 억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안별로 보면 비중이 다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자를 것은 자르고 신속히 할 것은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약과 리듬을 주는 것이 제재심 운영에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검사 및 제재 관련 사안이 검사 초기 단계부터 예단돼 보도되는 것이 제재심을 운영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치 않은 사안임에도 KB금융과 국민은행 제재 건에 대해 "중징계가 너무 당연시 된 측면이 있다"는 말이 금감원 내부에서 나온다.
이밖에도 제재심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현재 비공개로 진행되는 제재심을 외부에 공개하거나(참관제 도입) 현재 공개하는 회의록을 속기록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심은 많은 문제를 노출시킨 게 사실이다. 외부인들의 로비 가능성에 노출 돼 있는 제재심으로는 객관성,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CEO에 대한 중징계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26일 감독당국의 과도한 제재관행 개선책으로 심각한 위법행위 외에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직원을 제재하던 관행을 폐지하고 금융회사가 자체 징계토록 제재를 위임하는 한편, 5년이 경과한 잘못은 처벌 안 하는 제재시효제도 등을 도입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