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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주방폐장, 상처 딛고 60년 후 미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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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준의 안전성 확보… 자부심·책임감으로 갈등 극복

[경주=뉴스핌 최영수 기자] '원전'이라는 이름 때문에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경주 방사능폐기물처리장(방폐장)이 지난달 말 1차공사(동굴 처분장)를 마무리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원자력위원회의 인허가 절차가 끝나면 곧바로 운영에 들어가 방사능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 10만 드럼을 처분하게 된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자리잡은 방폐장(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은 총 214만㎡ 부지에 3단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향후 60년간 원전,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발생한 80만 드럼의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경주방폐장은 부지 선정에서 공사과정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갈등과 논란을 극복하고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지난 36년간 추진해 온 원전 정책의 '출구전략'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천년고도에 자리잡은 방폐장 "안전이 최우선"

▲ 경주방폐장 지하시설 설계도
'천년고도' 경주 시내서 40km를 달려가면 양북면 봉길리 해안에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보인다. 경주방폐장과 관련 지원시설은 문무대왕릉에서 약 500m 떨어진 산기슭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방폐장 1단계 공사인 동굴 처분장은 지난 2008년 8월 시작돼 1415m의 운영동굴과 1950m의 건설동굴, 이를 연결하는 하역동굴, 방폐장 핵심시설인 사일로(폐기물 처분고) 6기, 수직 출입구 등으로 구성됐다. 해수면 아래 80~130m 깊이에 거대한 지하동굴이 지어진 셈이다.

동굴 끝부분에 위치한 6개의 사일로는 지름 30m, 높이 50m에 이르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내진 1등급으로 설계되어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 이곳에 총 10만 드럼의 폐기물이 우선 저장되게 된다.

원자력환경공단 이종인 이사장은 "쓰나미 등 만일에 대비해 방폐장 동굴 입구를 해수면보다 30m나 높게 설정했다"면서 "안전을 최우선하기 위해 6.5 규모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때로는 지역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지역주민에게 신뢰받는 방폐장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부지 선정에서부터 1단계 공사를 완공하기까지 지역주민들로부터 모진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의 방폐장을 건설했다는 데 직원들의 자부심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 방사능 폐기물 '아는 만큼 보인다'

▲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임시저장고 모습
환경관리센터 지원시설 내 임시저장고에 들어가 보니 인근 월성원전과 울진원전에서 실어 온 중·저준위 방폐물 4000여 드럼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주로 원전 근무자들이 사용했던 장갑이나 신발, 작업복, 도구 등이며, 병원이나 연구소에서 사용되는 도구들 중 방사능 농도가 낮은 것들도 중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실제로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mSv 미만으로 관리된다. 이 수치는 일반인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은 현재 원전 임시저장소에 보관되고 있으며, 고준위 방폐장은 올해 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친 이후 처분방식과 방폐장 부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2단계 공사는 지상에 처분시설을 만드는 천층방식으로 지어질 예정인데, 안전성 면에서는 동굴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원자력환경공단측의 설명이다. 건설비는 동굴처분장이 약 1조 5000억원으로 천층방식(약 2500억원)의 약 5~6배나 많이 필요하다.

안전성에 별반 차이가 없다면 굳이 5배 이상의 건설비용을 들여서 동굴 방폐장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이에 대해 공단측은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지역사회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동굴방식이나 천층방식 모두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1단계 공사를)동굴방식으로 정한 것은 지역주민들이 관광지가 많은 경주시의 특성을 감안해 동굴방식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동굴 처분방식은 기술적인 필요성보다는 방폐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인식 부족 때문에 빚어진 결과인 셈이다.

◆ '원전 36년' 출구전략 개시…'포스트 원전' 선도

▲ 2007년 11월9일 경주방폐장 착공식 모습
경주방폐장을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원자력환경공단 이종인 이사장은 방폐장이 임무를 완수하는 향후 60년 이후의 꿈을 이야기 한다. 방폐장은 단순한 폐기물처리장이 아니라 원전 이후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라는 뜻에서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우리나라는 원전 도입을 결정했고 그 결과물이 1978년 건설된 고리 1호기다. 이후 36년간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서 국내에도 반핵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장 관리와 함께 원전 이후의 미래에너지를 연구해야 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몰두하고 있는 핵융합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방폐물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경주방폐장의 설계수명을 '60년'으로 설계한 것도 그 때쯤이면 새로운 미래에너지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종인 이사장은 "방폐장의 임무는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면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지역주민과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공단 관계자는 "방폐장의 저장공간을 60년간 원전 폐기물에 맞춰 설계한 것은 그 이후에는 새로운 미래에너지로 대체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환경공단 임직원들이 꿈꾸는 것처럼 경주방폐장이 인간의 이기로 빚어진 원전폐기물을 품고 '포스트 원전' 시대를 앞당기는 역사의 현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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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영향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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