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환율이 1040원대로 떨어진 지난 4월부터 슈퍼리치(거액자산가)들의 발길로 PB센터가 분주해졌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변동에 따라 발생한 환차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2. 서울 강남에 사는 이성환(48)씨는 자녀가 유학을 가 있는 터라 평소 환율에 민감하다. 그는 최근 환율하락에 달러 분할 매수를 시작했다. 환율이 1025원에 도달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사들이는 것이다. 그는 달러값이 낮을 때 사서 외화예금에 예치하고, 혹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하면 그때 해외에 송금하면 되므로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해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원/달러 환율이 5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자 자산가에서 수출입기업에 이르기까지 외화예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말 거주자외화예금은 584억2000만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말 대비 73억2000만달러(12.5%) 증가한 수치다. 주체별로는 기업예금(524억7000만달러)이 66억7000만달러 증가했고 개인예금(59억5000만달러)은 6억5000만달러 늘었다.
유익선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거주자외화예금 잔액 증가는 해외투자를 하려는 주체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종전에는 외화예금 계좌가 기업의 수출입 창구로 주로 이용됐다면 최근에는 개인 자산가들까지 외화예금에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외화정기예금
모든 은행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외화정기예금은 일정한 금액의 외국통화를 약정된 기간까지 예치하고 그 기한이 만료될 때 환급해 주는 기한부 예금 상품이다.
외화예금의 특징은 가입자격에 제한이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일단위,월단위 등 기간을 설정해 이용할 수 있는 점이다. 최저 가입금액 또한 제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있다 하더라도 입금 건 별 최소 100달러 수준이다.
예치기간은 7일부터 3개월,6개월, 최장 1년~3년까지 다양하며 예치 기간별 고시된 이율을 적용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매일 달러를 거래하지 않는 개인 예금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출입 기업보다 환율에 덜 민감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주로 가입하는 반면 1원의 환율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수출입기업들은 약정기간이 짧은 3개월짜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외화예금 이용 시 고려할 세 가지
외화예금 금리는 국내정기예금 금리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다. 26일 은행별 이자율을 취합한 결과 지난 9일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기업, 외환, 산업 등)의 3개월 만기 외화정기예금 금리는 0.11%~0.45%다.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 금리는 각각 0.24%~0.62%, 0.4%~1.01%로 각각 우리은행, 산업은행이 가장 높은 수준의 이율을 제공한다.

또 투자자들이 이율 만큼 궁금해 하는 것은 환전수수료다. 시중은행의 경우 외화예금에 예치할 때 환전수수료를 99% 절감 해주고 있고 예금 만기 후 인출 시에도 매매기준율에 가까운 환율이 적용된다.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최근 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외화예금 이용시 환전수수료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다"며 "거액을 예치하는 투자자들 뿐 아니라 일반고객들에게도 환전수수료 우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세금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환율변동에 따라 발생한 환차익은 비과세 대상이라는 점이 거액자산가들을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 세법상 모든 이자는 과세 대상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2%~3%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예금에 7억원 예치할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화예금에 예치할 경우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유익선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투자목적으로 증권사들이 위안화 예금상품에 가입하며 붐이 일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며 "원화강세에 해외투자를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상황에서 외화예금은 중위험·중수익 트렌드에 맞춰 출시될 수 있는 금융사들의 묘안"이라고 덧붙였다.
◇ 환율 전망 제각각이지만 "지금이 저가 매수하기에 적정시기"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원화에 대한 전망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최저점이라고 관측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세자릿수' 환율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재 달러화가 저평가 돼있어 향후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여지는 충분하다는 데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환율 예상은 조심스럽지만, 지금 저점에 다다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을 대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해외 투자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이 늘어난 추세"라고 말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지금은 달러가 약세지만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끝낸 후 금리상승에 나서면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초 있을 달러 강세 기대감에 사람들이 지금이 달러에 대한 환차익을 얻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