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홍 "崔형제 무죄"- 준홍 "심부름꾼 불과"
[뉴스핌=양창균 기자] SK횡령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간 진실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고문은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이번 사건에서 무죄라고 호소하는 반면 김 전 대표는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고문 사이의 거래에서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두 핵심 인물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10월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 등이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 등과 공모해 SK텔레콤등 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펀드출자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최 부회장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6월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또 김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SK텔레콤등 SK계열사에서 베넥스에 출자한 자금 가운데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주체를 밝히는 일이다.
◆ 김원홍 전 고문 "최태원 형제 무죄" 호소
이번 횡령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고문은 항소심 선고를 불과 하루 앞두고 국내에 전격 송환됐다. 그렇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고 지난 9월 27일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대한 선고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김원홍이 녹취록에서 나타난 주장과 의견보다 더 한 증언이 나오리라 볼 수 없어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10월 14일 SK그룹 최 회장 형제의 횡령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은 김 전 고문을 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설범식 부장판사)는 공판준비절차를 통해 12월 3일 첫 공판을 열였고 같은달 26일 결심 공판을 가졌다.
김 전 고문의 공판과정에서 눈길은 끈 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 김 전 대표와 개인적인 금전거래에서 생긴 일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김 전 고문은 김 전 대표의 단독범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최 회장 형제의 무죄를 호소했다.
김 전 고문은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다. 제가 태어나지 않았거나 최 회장에게 제안하지 않았으면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 사건을 100% 저 만이 알고 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정말로 오해"라며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정말 무죄"라고 역설했다.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최 부회장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최 부회장은 "김준홍 씨가 펀드출자 선지급금을 보낸 것"이라며 "1차와 2차 송금에서도 제 계좌나 배서를 거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에 검찰은 '펀드출자 선지급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는 최 부회장이 아닌 김준홍 씨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최 부회장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최 부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22일 저축은행 900억원 대출과 관련해서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준홍 전 대표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 주장
김 전 대표 자신은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고문 사이의 거래에서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원홍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형제들이 최 회장을 가족 경영자 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정하고 최 회장이 상속을 받는 대신 나중에 다른 보상이나 책임을 지는 걸로 합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이 선물옵션 투자로 거액의 자금을 마련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고 형제들에 대한 분배 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대출을 일으켜서 돈이 나가는 형식이 최 부회장으로 돼 있었고 이익이 나면 최 부회장이 갖게 돼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1998년 초 최 회장으로부터 120억원을 투자받아 그해 말까지 1500억원으로 불려줬고 최 회장은 그 돈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한 뒤 김 전 고문을 신뢰한 것으로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전 대표의 주장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 나온 입장과 비슷하다.
항소심 재판에서 김 대표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주체이자 결정권자는 최 회장"이라며 "돈을 나눠 보내는 과정에서 최 부회장 역시 송금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1심 재판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뒤바꾼 것이다.
1심 재판에서 김 전 대표는 "최 회장은 펀드 출자조차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것은 최 부회장의 변호인측이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최 회장을 보호하려는 마음에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김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자신은 주범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원홍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최 회장 형제가 선물 투자금 마련을 위해 김원홍과 공모해 펀드를 만들었고 나는 선지급된 돈을 보낸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의 상반된 주장은 오는 1월 28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1차로 가려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