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김준홍씨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또한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기획입국설이 제기됐던 김원홍 씨에 대해서도 기획입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원홍 씨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은 입장을 호소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22일 저축은행 900억원 대출과 관련,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12월 저축은행 대출에 대해 "시킨 사실이 없다"며 "김원홍 씨가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2007년에서 2008년 초 사이에는 제 통장 구좌로 와서 제 명의로 수표에 사인했으나 450억원은 김준홍 씨가 사인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태원 회장과 김원홍 씨가 연락했고 저는 심부름하는 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준홍은 하수인이 아니라 주범이냐'는 변호인측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며 김준홍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는 김원홍 씨의 첫 번째 공판에서 나온 김원홍측 변호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당시 김원홍 씨의 변호인은 "펀드납입금 가운데 1차로 김준홍씨가 김원홍씨에게 송금한 201억원은 개인계좌에서 수표로 인출됐는데 여기에는 김준홍 개인 자금 1억원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김준홍을 주범으로 몰았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최 부회장은 SK텔레콤등 SK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 450억원을 빼돌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이다.
반면 김준홍 씨는 최태원 회장 형제와 김원홍 씨 사이의 거래에서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했다며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와관련, 이날 최 부회장은 펀드출자 선지급금 450억원에 대해서도 김준홍씨가 주도적으로 했음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최 부회장은 "김준홍 씨가 펀드출자 선지급금 450억원을 보낸 것"이라며 "1차와 2차, 3차 송금에서도 제 계좌나 배서를 거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에 검찰은 '펀드출자 선지급금 450억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는 최 부회장이 아닌 김준홍 씨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최 부회장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최 부회장은 최 회장의 개인적인 선물옵션 투자금은 자신의 명의로 보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회장은 "김준홍씨인지 김원홍씨인지 모르지만 제 구좌를 만들어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랬다"며 "그렇게 해서 최 회장의 선물옵션투자금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최 부회장은 김원홍씨의 기획귀국설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7월 31일 김원홍 씨가 대만에서 체포될 당시 최 부회장이 동행했는데 SK나 최 부회장이 김원홍 씨 소재를 현지 경찰에 알린 게 아니냐'며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또 김원홍 씨의 대만 체포 경위에 대해 묻자 최 부회장은 "알지 못한다"며 "김원홍 씨가 들어오면 항소심에서 유리하다고 해 설득 차원으로 대만에 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이 다른 동행자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최 부회장은 "혼자 갔다"며 "그 자리에는 김원홍 수행원과 운전자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최 회장의 접견기록과 교도소 면회 녹취록을 공개하며 따졌다.
검찰은 최 회장이 지난 9월13일 부인 노소영 관장 등과 접견하면서 접견인 중 한 사람이 "(김원홍)안 오는 것이냐"고 묻자 "계속 노력하는데 안되고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공개했다.
또한 검찰은 최 회장이 나흘뒤인 9월 17일 접견인 대화 과정에서도 "나머지는 무슨 짓을 해서도 안되네. 대만도 결국은 안되네"라며 "내가 노력하는 것도 됐으면 하는데..."라고 말한 내용도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중국에서 대만으로 사람을 보내고 그런 사실을 최 회장에게 보고 돼 그 진행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 부회장은 아느 사실이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최 부회장은 "그런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