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영수 백현지 기자]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부문 매각'을 선언하면서 현대증권 인수전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22일 금융계열사 3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발표했다.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를 매각해 7000억~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계열사 매각 방식은 SPC(특수목적회사)를 세워 금융사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구체적인 매각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 증권업계 매물 넘쳐…인수 매력도 다소 떨어져
하지만 증권업계에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새주인을 찾은 작업이 그리 순조롭진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에 대해 증권업계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무엇보다 현대그룹이 원하는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 전통적인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점도 새주인을 맞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와 있기 때문에 현대증권이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투가 IB, 대우가 리테일에 강점이 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현대증권의 매력도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금융권 구조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대증권 매각시 라이선스 가치는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면서 "우리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 등 대형증권사와 비교할 때 현대증권의 매각 이슈는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매물 가치 높이려면…구조조정 불가피할 듯
알려진 대로 현대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대 1조원을 받고자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근 꾸준히 적자를 내고 있는 현대증권의 매물가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보여주듯 이를 위해서는 임직원의 구조조정과 비효율적 자산정리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증권은 업계에서도 맨파워를 인정받고 있지만, 증권 업황이 수년간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영업점이 많아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었다.
하지만 앞서 전통의 '강성노조'가 자리잡고 있는 현대증권이 몸값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현대증권 경영진과 노조의 관계가 최근 구조조정을 놓고 적지 않은 대립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증권 경영진은 지난 10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민경윤 노조위원장에 대해 면직 조치하고 간부 2명에게 정직처분을 내리는 등 강경한 자세를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그룹 측의 결정에 대해 노조측은 매각이 예정된 수순이고 회사의 미래를 위한다는 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하면서도,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경영진이 매물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을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어려우니까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하고 나선 것 아니냐"면서 "금융계열사 3사 매각 추진 가격(7000억~1조원)이 너무 허무맹랑한 가격이라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누구 품에 안기나…범현대가 인수 가능성 높아보여
그렇다면 현대증권의 새주인으로 가장 유력한 곳은 어디일까.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범 현대가로 매각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경우 영업기반이 울산 등 자동차와 중공업 공장지역에 밀집해 있어 이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증권과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으로 합병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현대증권 내부적으로도 금융지주사로 편입되는 것보다 범현대가로 인수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현대증권 노조측이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HMC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범현대가로서 기업정서와 영업권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현대증권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면서 "우리투자나 대우증권보다는 인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 '바이코리아'로 역사 한획 그은 현대증권
1999년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로 국내시장에서 첫 주식형펀드 열풍을 일으키는 등 금융사에 한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는 현대증권은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종합금융투자산업자(IB)로 선정돼, 5대 증권사로 불린다. 자기자본 3조 이상에 올해 9월 현재 자산이 20조원이며, 지점 수가 115개에 달하고 직원 수도 2500명에 달한다.
앞서 현대증권은 2009년 현대자산운용을 설립하고 2011년에는 영업정지된 대영저축은행(현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금융 수직계열화를 추진했지만, 현대그룹의 자금난에 따라 이들 자회사와 함께 매각 대상에 오르게 됐다.
지난 20일 기준 현대증권의 주가는 578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1조원이다. 주가순자산가치비율(PBR)은 0.42배로, 주당순자산가치는 1만 3662원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은 555% 수준.
이번 현대그룹의 금융부문 매각 대상은 우선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보통주 25.9%, 우선주 13.57%)와 현대증권 자사주(보통주 9.83%)로 시가로 약 4000억원 규모다.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은 100% 현대증권 자회사로 장부상 가치는 각각 255억원, 2668억원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백현지 기자 (dream@newspim.com)












